KL 타워를 내려온 우리들은 페트로나스 빌딩을 향해 걸었다. 페트로나스라는 이름을 살펴보면 PETRO라는 말이 들어있지 않은가? 이 말은 다 아는대로 岩 정도를 의미한다. 성경에도 나오는 말이다.
이걸 사람이름으로 쓰면 영어의 피터(Peter)가 되고 히브리 식으로는 베드로가 된다. 이탈리아어로는 Pietro가 된다. 그러니 石과 관계 깊은 말임을 알 수 있으니 석유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
정식 명칭은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라고 한다. 앞에서 말한대로 페트로나스는 말레이지아 국영 석유회사 이름이다. 말레이지아 동해안을 따라 태국쪽으로 북상하다가 보면 쿠알라 테렝가누 같은 도시가 나오는데 그쪽으로 가보면 석유시추탑들이 보일 것이다.
석유가 솟아나서 그런지 확실히 그쪽 동네는 부자 동네라는 느낌이 든다. 우리가 태국으로 올라올때 보니까 도로가에는 고급 주택들이 즐비한 곳이 많았다. 골프장도 한두개가 아니었다. 말레이지아! 참 부럽다는 느낌이 드는 나라다.
이제 트윈 타워로 가는 길이다. 이쪽엔 세련된 고급 건물들이 즐비한데 도로가의 시설도 깔끔하고 지나다니는 사람들 모습도 세련된 모습이어서 고급 샐러리맨들의 거리라는 느낌을 받는다. 길가에 보이는 레스토랑들도 상당히 세련되어 있고 음식값도 비싼 편이었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교통 신호체계가 어딘지 어색하다. 하기사 말레이지아는 싱가포르 태국과 함께 운전대가 우리와 반대편에 붙어있는 나라이다. 그러니 어색한 느낌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교통 질서 면에서는 조금 처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도로 한가운데 교각이 서 있는 것은 경전철이 지나다닌다는 말이 된다. 교각을 광고 사진으로 감싼 것이 재미있다. 지저분하지 않고 깔끔하게 처리해서 세련된 감각을 살렸다.
너무 밑에서 찍어버려 잘 드러나지 않지만 자세히 보면 경전철이 지나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유럽의 여러 나라에는 대도시에는 트램이 있어서 기차와 자동차들이 나란히 공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느 나라든지 간에 지하철은 일반적인 것 같았다. 우리나라 대도시들의 지하철도 세계의 다른 어떤 나라와 비교해서도 처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준다.
거리의 조형물들도 저번에 왔을때보다 확실히 세련되어 가고 있었다. 이젠 이 나라도 무엇인가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나라에 대한 일본자본의 지배력도 여전히 막강한 것 같았고......
한 십여분 정도 걸었을까? 드디어 눈 앞에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의 웅장한 모습이 드러났다. 여기도 말레이지아의 명소로 꼽혀서 그런지 많은 학생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수학여행온 학생들에다가 구경을 온 사람들까지 겹쳐서 사람들이 많이도 와글거렸다. 일단 밖에서 트윈 타워를 올려다 본다. 이게 몇층인데 높이가 세계 제일이네 아니네 어쩌네 하고 말이 많지만 우리에게는 그게 무슨 큰 의미를 가지는가?
아프리카의 어떤 나라 정글 속에는 베드로 대성당에 버금하는 멋진 성당이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 나는 처음에 그런 이야기를 듣고 거짓말이라고 여기고 믿지를 않았다.
그런데 텔레비전에서 그 장면을 보여주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이없는 일이다. 남의 건물을 모방해서 정글 속에다 그렇게 큰 건물을 지어놓는 이유가 무엇인지 도저히 이해가 안갔다.
더욱 더 황당한 것은 다른 종교적인 건물도 같이 건축해 두었다는 것이다. 무조건 크면 최고라고 여기는 어설픈 지도자가 아직 지구에 존재하는 모양이다. '경애하는 장군님'이 다스린다는 지구 동쪽에 있는 어떤 나라 수도에는 세계 최고층 호텔이 있다나 어쨌다나? 피라밋 모양으로 생겼다는데 100층이 넘는다고 자랑을 뭐처럼 해대니 같은 민족으로서 축하를 해야 할 노릇인지 비웃어야 할 노릇인지 구별이 안된다.
손님도 안드는데 지어서 무얼 어쩌겠다는 이야긴지 모르겠다. 요즘은 그동네에도 어쩌다 한번씩 비밀리에 슬며시 들어갔다가 나오는 간 큰 여행자가 있어서 황당하고도 재미있는 소식을 가끔 전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여기 이 건물은 지금 훌륭하게 잘 활용되고 있는 모양이다. 거기다가 말레이지아 경제 성장의 상징물로 여겨지고 있으니 활용가치는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더구나 이 건물은 한국 건설회사가 지었다고 그러지 않던가? 그 회사 이름이야 굳이 안밝혀도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 회사도 요즘 못잡아먹어서 안달인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았다.
나야 누구 편들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없는 사람이지만 남을 비난하고 비판하기 쉬워도 남이 해놓은 업적을 내가 이룩하기는 어려운 법이란 것을 알므로 될 수 있으면 남을 칭찬하고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싶다.
배가 고파진 우리들은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와 맞붙은 쇼핑몰에 가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여긴 말레이지아 경제 발전의 상징적인 건물이므로 쇼핑몰만 해도 명품 가게들만 즐비한 곳이다.
여기까지 온김에 한번 먹어보자는 것으로 의견의 일치를 보았지만 각자 식미가 다르니 결국은 먹고 싶은 것을 골라 먹기로 했다. 나는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다가 중국 음식점을 찍어서 들어갔다.
그런데 초만원이다. 결국은 밖에서 줄을 서서 대기해야 했고 결국 빈자리를 찾아서 들어갔는데 호화찬란에다가 삐까뻔쩍한 곳이어서 메뉴판만 보고도 그 비싼 가격에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던 것이다.
새가슴 쫌생이 선생이지만 그래도 명색이 이번 고생여행의 보스이자 리더에다가 기획자가 아닌가? 눈크게 뜨고 간덩어리 부풀려가며 메뉴판을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가난한 우리가 시켜야 할 것은 볶음밥밖에 없었다.
지금은 점심때이니 그렇게 간단히 시켜도 실례가 안된다. 결국 나를 포함한 청년들은 볶음밥 한그릇씩에다가 중국차 한주전자를 시켰다. 주전자라고 하니까 어감이 이상하므로 꼬부라진 영어 문자로 한 포트를 시켰던 것이다. 영어 쓴다고 너무 흉보지 마시기 바란다. 종업원 자기들이 한포트라고 하기에 우리도 그냥 그렇게 부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별로 아는 것도 없는 시골 선생 주제에 아는 척, 잘난 척하고 말끝마다 영어 나부랭이를 섞어쓰니 바로 이는 우리말을 파괴하는 몰염치하고 몰상식적인 짓이며 배달민족의 긍지에 먹칠을 하는 행동으로써 바로 저런 선생 때문에 대한민국 교육이 안되는 것"이라고 욕해도 할 수 없다.
포트라는 말 한마디 가지고 이야기가 너무 거창하게 나왔다. 각설하고.....
볶음밥은 양도 많고 맛도 있었다. 차 맛이야 물어서 무얼 하리? 근래에 마셔본 차 중에서는 제법 괜찮은 차중에 들어갔으니 돈 쓸 맛은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점심 한끼에 봉사료에다가 세금 포함하여 거금 7,500원을 내고 나왔는데 어찌 뒷골이 조금 땡기기 시작했다.
그런 뒤에는 쇼핑몰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명품 가게들이 수두룩하다. 이 나라 사람들도 명품을 좋아하는가 보다.
상당히 세련되고 깔끔했다.
어느 정도 둘러본 우리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에 올라가보기 위해 지하 1층 엘리베이터 타는 곳에 가보았는데 이게 무슨 소린가?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나타난 예쁜 아가씨 가로대, 오늘 할당된 표는 오늘 아침에 이미 벌써 동이 났으니 타고 싶으면 내일 아침 8시 반전에 오셔서 줄을 서달라는 식의 야그를 하는게 아닌가?
엘리베이터 탑승료는 공짜이지만 표는 한정되어 있으므로 내일 아침 일찍 오라는 이야기인 것이다. 알았소이다. 다음에 와서 보리다. 우리는 두말없이 돌아서고 말았다.
그런데 왜 이나라 국기가 엉클 샘 나라의 국기와 조금 닮아있는 것일까?
그래! 그래도 온 김에 밑에서 조금 더 쳐다보고 가자. 우리는 밖에 나가 위를 쳐다 보았다.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입을 아 벌려가면서.....
나에게는 우리나라 회사가 이 건물을 지었다는 그 사실만 기억이 된다. 높이가 어쩌고 저쩌고 엘리베이터 속도가 어쩌고 저쩌고...... 거기다가 정확히 몇층인지 층수가 걱정되어 꼭 알고 싶으신 분들은 요기 밑에 가면 이 건물을 설명해 놓은 멋진 영어판 글이 있으니 잘 읽어보시고 궁금증을 푸시기 바란다.
원래 이 건물은 콘크리트 건물이라고 한다. 외관을 이렇게 만들어놓아서 금속 건물인 것으로 착각하시는 분들이 더러 있다고 한다.
제일 아래층 입구 부근의 모습이다. 한참을 올려다 본 우리들은 입을 다물고 돌아서서 걷기 시작했다. 다음 행선지는 메르데카 광장이다.
다 읽어 보셨는가? 이젠 궁금증이 다 해소되셨지 싶다. 아 유 오케이?
오케이?
한참 걷다가 뒤를 돌아다보니 KL 타워가 빌딩들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도로가엔 꽃들이 즐비했었다. 그런데 쿠알라룸푸르 번화가 도로변에 왠 채송화?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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