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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6 동남아시아-여행자의 낙원(完)

알로르세타르는 깔끔했다 1

by 깜쌤 2006. 8. 29.

말레이지아의 알로르세타르 역에 도착한 우리는 일단 기차시간표를 알아보기로 했다. 여기서는 랑카위 섬을 가도 된다. 하지만 기차 안에서 우리는 랑카위 섬을 가지 않기로 약속을 해두었으므로 쿠알라룸푸르로 내려가는 것이 급선무다.

 

랑카위 섬은 말레이지아의 박정희(박정희 대통령을 싫어하시는 분이 계시더라도 양해하시기 바란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나는 정치적인 이야기로 논쟁하는 것은 딱 질색인 사람이다.)라고 할만한 마하티르 총리가 자기 고향을 살리기 위해 작심하고 개발하고 홍보한 곳이다.

 

20세기 하반기를 빛낸 위대한 3대 테너라고 알려진 이탈리아 출신의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랑카위 섬에 가서 감탄을 했다고 해서 굉장한 유명세를 얻었던 모양이다.

 

랑카위 섬에서는 배를 타고 태국으로 건너갈 수 있다.저번에 친구와 단둘이 왔을때는 그렇게 해보았는데 배를 타면 태국 남부의 사툰 항구로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말레이지아 서부 바다는 지금이 우기(雨期)다.

 

우기라면 별 볼일 없게 된다. 그러므로 안가기로 한 것이다. 우기에는 독성을 지닌 해파리도 등장한다고 론리 플래닛에 소개가 되어 있으므로 더욱 더 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고 만 것이다.

 

 

 

서부해안이 우기라면 다음 대안(代案)은 동부 지역의 티오만 섬이나 프리헨시안섬 밖에 없다. 물론 자잘구레한 섬들은 좀 있다. 널리 알려진 섬들 가운데 그런 섬들이 있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빨리 쿠알라룸푸르로 가서 말레이지아의 경주나 부여 정도에 해당하는 말래카를 본 뒤 동부 바다로 이동해야 했으므로 수도인 쿠알라룸푸르로 가는 기차시간을 알아봐두어야 했던 것이다.

 

역건물은 자그만해보여도 여기는 말레이지아를 이루는 한 주의 주도(州都)이다. 알아본 결과 저녁 6시 53분에 출발하는 야간기차가 있었다. 기차표 구하는 것은 이젠 쉽다.

 

요령은 저번 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하면 된다. 침대칸도 있고 2등석 좌석칸도 있다고 한다. 오늘 밤을 기차로 이동하면 연속 4일간을 호텔 구경도 못하고 움직이는 것이 되므로 일행들은 그만 끔찍해하기 시작했다.

 

그렇더라도 나는 이등칸 좌석표를 구하기로 했다. 청년 하나가 나와 같이 이등칸을 쓰기로 하고 나머지 분들은 모두 침대칸을 쓰기로 했다. 이등칸은 좌석도 조금 너를 것이고 의자도 조금은 뒤로 제낄수 있을 것이니 견달만 할 것이다.

 

배낭여행에서 이 정도 고생은 고생도 아니다. 문제는 내 나이이고 체력안배지만 여긴 열대지방이니 몸서리처지게 강력한 에어컨만 아니라면 이 정도는 버텨내 수 있지 싶다.

 

     

기차표를 구했으니 이젠 기차역에다가 짐을 맡겨두면 된다. 이 정도 역이라면 짐을 맡겨 두는 곳은 당연히 있는 법이다. 짐 하나를 맡기는데 1 말레이지아 링깃을 받는다. 말레이지아 화폐단위는 링깃이다. 참고로 2등칸 좌석 요금은 35링깃이었으니 우리돈으로 치면 10,500원 정도가 되었고 침대칸은 43링깃 정도가 되었다.

 

침대칸은 좌석칸보다 단 8링깃 정도가 비싸지만 그래도 우리돈으로 치면 한 2,400원 정도 절약할 수 있는 돈이 아니던가? 애개개~~  그 정도를 아끼려고 침대칸을 안쓰고 좌석칸을 쓴다니 깜쌤도 어지간한 사람이라고 하겠지만 8링깃이라면 한끼 식사비 정도가 되니까 나에게는 큰돈이라면 큰 돈이다.

 

 

나를 보고 노랭이요 소금쟁이요 자린고비라고 놀려도 좋다. 절약하고 아껴쓰는 것! 그게 내 생활신조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아끼기만 하는 인간은 아니다. 

 

우리돈 2만원이면 월남 산간지대나 네팔 같은 곳의 아이들 팔자를 고칠 수 있는 돈이기도 하다. 2만원 정도를 기부하면 돈이 없어 학교를 못가는 아이들에게 기초교육을 받게 할 수 있는 돈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껴야 한다. 까짓것 내가 2만원 정도 덜 쓰면 된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으므로 여기서 자세히 밝히지는 않겠지만 적은 돈으로 큰일(?)을 할 수 있는 방법과 기회는 부지기수로 많은 것이다.

 

 

   

큰 배낭을 맡겨 놓은 뒤 우리들은 시내 구경에 나섰다. 자료는 론리 플래닛에 소개된 몇줄 밖에 없는 것이지만 이런 작은 도시는 쉽게 구경하는 요령이 다 있는 것이다.

 

 

일단 커다란 고층건물을 목표로 삼고 그 부근부터 뒤지는 것이다. 작은 도시이므로 중요한 볼거리는 그 부근에 다 있을 것이다. 기차역을 나오자 단번에 한적해지기 시작한다. 기차역의 시계탑을 기억해두고는 길을 걷기 시작했다. 

 

 

 

조금 걸어나가니 시가지가 나오기 시작했다. 간판을 보니 말레이지아에도 일본 회사들의 위력이 대단함을 알겠다. 말레이지아는 자기 나라 문자가 없으므로 영어의 알파벳을 빌려와서 자기들 발음대로 적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므로 조금만 신경써서 읽으면 무슨 뜻인지 대강 알수 있게 되어 있다. 그걸 보면 우리 세종 임금님께서는 정말로 위대햇던 분이라는 사실을 절감하고 만다.

 

 

 

 

점심시간이 다 되었으니 어디가서 밥이라도 먹어야 한다. 오늘 아침밥은 벌써 건너 뛰었지 않은가? 지금 먹지 않으면 부실한 어제 저녁에 이어 이미 굶은 오늘 아침, 그리고 점심까지 놓치게 되는 것이다.

 

거리를 둘러보다가 뷔페 식으로 되어 있는 가게를 찾아들어갔다. 요리 몇가지를 유리로 둘러 싼 상자 속에다가 보관해 놓은 것을 보면 시스템은 간단한 것이다. 일단 밥 한 접시에다가 원하는 요리를 얹어서 계산 한 뒤에 먹는 방식이므로 원하는 것을 골라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음식점이다.

 

 

  

보시다시피 나는 밥 한접시에다가 계란 한개, 토마토 요리 조금, 해물 요리 조금을 얹은 덮밥 형태를 취했다. 계산을 해보니 2.5링깃이다. 우리 돈으로 치면 약 750원 정도다. 와아, 살판났다. 이 정도 금액으로 한끼 먹을 수 있다면 말레이지아는 내 손 안에 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배를 채운 우리들은 유유히 거리로 나섰다. 히잡을 쓴 여인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회교도들이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태국 남부 일부 지방도 이미 말레이지아 북부의 영향을 받아 급속도로 이슬람화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길래 태국 남부의 중심도시인 핫야이에서 이슬람교도에 의한 폭탄테러가 발생하고 있지 않는가?

 

 

 

알로르 세타르는 상당히 깔끔한 도시였다. 급속한 경제발전에 힘입어 이 나라 사람들의 삶은 활력을 얻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아까 이야기한대로 알파벳 간판이 거리를 덮고 있다. 거리엔 야자수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어서 남국의 정취를 한껏 느끼게 했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여자들을 보고는 재빨리 한장면 찍었다. 이슬람 율법에 의하면 여자들의 피부는 함부로 노출시키는 것이 허용되지 않으므로 여자들의 사진을 찍는 것은 아주 조심해야 한다. 그러므로 상대가 눈치를 채지 못하도록 슬며시 찍는 기술이 필요하다. 

 

 

 

 

 

길을 걷던 우리들은 한적한 정자를 발견했다. 강가에 있어서 분위기 자체가 조용하고 기막힌 곳이었다. 일종의 파빌리온이라고 하는게 더 알맞은 표현이지 싶다. 정자에 진을 친 우리들은 그동안 밀린 돈 계산에 들어갔다.

 

여행을 하다보면 어느 한사람이 돈을 지출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에는 메모를 해두었다가 나중에 계산을 하는 것이다. 나는 철저하게 서양인들 식으로 생각하라고 이야기해둔다.

 

우리 한국인 식으로 한사람이 기분을 내서 지출을 해도 되지만(쏴도 되지만) 여행에서는 그게 곤란해진다. 정 한턱 쓰고 싶으면 나중에 밥이라도 한끼 사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차비라든지 음식값 같은 것은 철저히 자기가 계산하도록 하는 것이다.  

  

 

 

일단 돈계산을 한 뒤에 사방을 둘러보니 나름대로 아름다운 경치를 가진 곳이다. 물흐름으로 봐서 바다가 가까운 것 같은데 소금 냄새가 안나는 것으로 보아 아직 바다가 바로 옆에 있는 곳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강에 악어 닮은 녀석이 조용히 헤엄치는 것 아닌가? 우리들은 아연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강에 악어라니......

 

 

 

 

 

 

이 아름다운 강에 악어라니..... 나중에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것은 악어가 아니라 일종의 큰 도마뱀 같았다. 경치는 좋은데 강물이 흐려서 영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 풍광이면 엽서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역시 우리가 알로르 세타르에 오긴 잘 왔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