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 아침 6시 35분에 한양 청량리 역에 도착했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어제 밤 11시 35분경에 집을 나서서 무궁화호 야간열차를 타고 서울에 입성한 것이다. 내가 하는 여행은 호사나 편안함, 안락함이나 쾌적함과는 조금 거리가 먼 여행이므로 첫날부터 야간열차로 이동하며 잠을 청한 것이다.
서울을 중화인민공화국 사람들은 한성(漢城)이라고 쓰고 중화민국(=자유중국,타이완) 사람들은 수이(首爾)라고 쓰는 것으로 안다. 나야 원래 단군 할아버지의 자랑스런 후손 배달민족의 후예이니 문자깨나 써야할 일이 있을때는 한양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그냥 막말로는 서울이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사마란친가 누군가 하는 양반은 1981년 독일 남부의 국제적인 휴양지 바덴바덴에서 1988년 올림픽 개최지를 부르면서 "쎄오울~~"하기도 하더라마는......
어쨌거나 시골출신이어서 어리버리하기 짝이 없는 국제 촌놈 시골 훈장 서당 깜쌤인 내가 나랏님이 계시는 한양까지 진출했으니 이는 분명 가문의 영광임이 틀림없다.
나와 같은 시골 출신이면서 명민한 두뇌를 가지고 이 위대한 한양까지 진출하여 중형 기업체의 이사로 봉직하는 친구를 만나, 자전거만 타고 다니던 내가 삐까번쩍한 중형 세단을 얻어타고 이순신 할배가 눈부릅뜨고 버티는 이 거리를 달리는 것이다. 왜냐?
당연히 민생고를 해결하기 위해서이다. 펑요우(朋友)는 좀더 멋진 것으로 잘 대접하려고 하지만 내가 나서서 막는다. 나는 큰돈 쓰는 것을 보면 간까지 떨리는 좀쌩이이므로 간떨려 죽는 일을 당하기 보다는 내가 살기 위해서라도 막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청진동 해장국집으로 걸음을 옮긴 것이다. 친구의 누이의 아들, 그러니까 친구의 생질이 나같은 돌머리로는 감히 꿈도 못꾸는 국립 ㅅㅇ대학교를 다니는데 이번 여행에 동참하게 되었으니 밥 한그릇 안사고 못배길 처지가 된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내가 한양 올라와서는 번번히 신세나 지고 내겨가는 처지이니 '때가왔노라, 이때다' 하고 허리끈 풀어가며 거하게 먹을 처지는 못되는 것이다.
선지해장국으로 아침을 잘 대접받은 우리 일행은 다시 서울역으로 향하였다. 이젠 뱅기를 타러가야한다. 갱상도 촌놈인 나는 비행기라는 발음보다는 압축축약형 용어인 뱅기가 자연스럽게 입에 붙어 나오는 것이니 근본은 어딜가도 못속이는 법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각설하고, 나랏님 계시는 푸른기와집을 뒤로 하고 나는 이제 가는 것이다.
"나두야 간다.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 보낼쏘냐?" 고 읊어대던 왜정(倭政)치하 박용철 시인의 울먹거림을 뒤로 하고 나는 또 다시 길을 떠난다.
이럴땐 박재홍씨의 유정천리 정도는 한곡 뽑고 가야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시절가, 대중가요를 거의 불러보지 못한 나인지라 그냥 속으로만 흥얼거리고 마는 것이다.
"가아아려언다. 떠어나아려언다아~ 어린 아들 손을 자압고~~~
누이 동생 혜수우기이야 행복하아게에 사아라아다오~~"
"모옷 사알아아도오 나아는 조오아아~ 외로오와아도 나아는 조오아아~~
유유저어엉 처어언리이~~
이런, 젠장..... 여기까지 잘 나오더니 갑자기 서든리(이 말은 영어다), 가사가 생각이 안나는 것이다. 어릴때는 청승맞게 잘 불렀는데 결정정일때 생각이 안나니 돌머리는 어딜가도 표시가 난다. 그런데 이 가사가 맞기는 맞는감?
우린 공항버스를 탔다. 어느 나라 공항이든지 보통 국제 공항은 자기나라 수도에서 30분 이상 떨어져 있는 법이므로 우리도 공항버스를 안타고 배길 재주가 없다. 돈아끼는데 선수인 나는 배낭만 싣고 버스뒤를 따라서 �아가고 싶지만 10초 이상 뛸 자신이 없으므로 꾸욱 참고 거금 13,000원을 투자하여 버스를 탄 것이다.
내가 30년만 젊었어도 뛰어보는건데..... 늙어간다는 것이 너무 아깝다. 사실 이 나이에는 점잖게 가방이나 끌고 호텔이나 고급 리조트로 다니면서 폼잡고 즐기는 여행을 해야하지만 휴대전화비가 모자라 전화도 없고 기름값이 없어 고물 구닥다리 싸구려 ㄸ ㅗ ㅇ 차도 한대 없는 나는 줄기차게 버스를 타고 다니는 것이다.
내없어도 세상은 잘돌아가고 빌딩도 팍팍 올라가는 세상이므로 나는 잘나가시는 분들이 만들어 놓은 업적을 즐감하며 나가기만 하면되는 것이다.나는 이번 여행비를 모으느라고 뼈빠지는 고생을 했다.
아내몰래 돈을 저금하고 아끼고 또 아끼느라고 허리가 휠 지경이었지만 어찌어찌하여 거금 800달러(이 돈 정도는 잘 나가시는 분들의 하루 껌값정도란다)를 만들어 복대속 깊숙이 찔러놓고는 그 돈을 밑천삼아 한 3주일간 버텨볼 요량을 한 것이다.
"에이효~ 싸구려 하빠리 비리비리 인생이여~~"
"그란데 말이요오잉? 저란 쪼까한 아빠또가 몇억 몇억 한다는게 참말이라요?"
나는 그저 억억 소리만 속으로 질러대며 아파트 구경을 한다. 돈은 모두 서울에만 도는 모양이다. 돌고 돈다고 해서 돈이라지만 돈이 다 어디가고 내 주머니에는 800달러만 들어있는지 모르겠다.
우와~~ 역시 나랏님 사시는 곳 한양은 확실히 다르다. 뭐가 이리 좋은지 모르겠다.
내 혼자 구시렁구시렁거리는 가운데 버스는 드디어 바다 위를 달린다. 잘도 달린다. 이젠 다른 노래를 불러 본다.
"신작로길 오막살이 아기아기 잘도 잔다.
빠앙 빠앙, 빵뻥뽕뿡~~~
경적소리 요란해도 아기아기 잘도 잔다."
돈 아끼려고 방콕으로 똑바로 가는 국적기인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항공기는 처음부터 타볼 엄두도 못내고 중국항공, 이름하여 차이나 항공을 쓴다. 돌아가는 비행기 표는 값이 조금이나마 싸므로 이런 표를 구한 것만 해도 감사하다고 오감타고 해야 할 처지다.
확실히 우리 국적기와는 차이나는 비행기다. 작다. 저게 과연 잘 뜰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저건 중국 동방항공 비행기로구나.....
바로 이 녀석이다. 제법 크다. 내가 타고 가야할 비행기이므로 잘 살펴두어야 한다. 같이 가는 일행가운데 처음 여행하는 분들이 많으니 일일이 안내를 해줘야 할 처지다.
비행장 내 전광판 보는 법부터 시작해서 체크인 하는 법, 출국절차를 밟는 법까지 하나하나 안내해가며 드디어 탑승구(=게이트)까지 와서 탑승을 대기하는 것이다.
잘 빠진 녀석이다. 미국 보잉회사 아니면 유럽연합에서 만든 에어버스 회사 작품일 것이리라.
확실히 우리 인천 공항의 규모나 운영체제, 시설은 세계적이라고 본다. 지금까지 다녀 본 결과 그렇게 느끼는 것이니 비록 주관적인 판단이긴 하지만 세계 어딜 내어놓아도 손색이 없는 공항이지 싶다.
비행기라고 하는 것이 그렇다. 그날 같이 타야 하는 사람들은 모두 공동 운명체가 된다. 떨어지면 같이 죽어야 할 팔자이므로 결국 같이 죽어야 할 사람들이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셈이 된다. 그러므로 더욱 더 사고가 나면 안되는 것이다. 나는 탑승을 앞두고 자주 그런 생각을 해본다. 방정맞은 소리인가?
이 녀석이 우리가 타고갈 비행기다.
'어이 비행기 동무! 잘 부탁하오. 우리 밉다고 심술부리지 말고 안전하게 잘 데려다 주시오. 그러면 다음에 다시 한번 더 타볼 생각이라도 해 보겠소.'
이러구러 헛소리를 속으로만 해가며 비행기에 올라탄 것이다. 그럼 이제 간다. 가는 것이다. 14번째로 또 가는 것이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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