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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5 유럽 남동부-지중해,흑해까지(完)

터키 헤매기-카파도키아 12

by 깜쌤 2006. 6. 3.

코스모스!

그리스 신화에서 신이 제일 마지막에 만든 꽃이라던가?  가냘픔속에 우주의 신비를 담고 있는 묘한 꽃이란다. 호텔 마당엔 코스모스와 금잔화가 만발했다. 벌써 가을 냄새가 풍긴다. 집 생각이 났다. 내가 어렸을때부터 가꾸었던 꽃이기 때문이다.

 

 

 

나는 올해 백일홍을 화분에 조금 심어두었다. 어렸을때 내가 만든 화단에 채송화와 봉숭아, 금잔화, 백일홍을 심었던 기억때문이리라. 백일홍 꽃에 깊은 감명을 받은 것은 이란에 갔을 때였다. 이란의 경주라고 할 수 있는 이스파한의 고급 호텔에서 나는 거대한 백일홍 꽃밭을 보았다.

 

 

 

 

필름 사진을 스캔한 것이어서 조금 흐리지만 백일홍 천지였던 그 호텔 앞마당은 뇌리에 박혀 깊은 인상을 남겼다.

 

 

 

9시경이 되어 우리 팀 멤버들은 일일 투어를 떠났다. 이흐랄라 계곡과 데린쿠유 지하도시까지 포함된 일정이다. 방금 말한 두곳은 괴레메에서 거의 100리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 그렇지만 꼭 가볼만한 곳이다.

 

 

 

나는 혼자 길을 나섰다. 오늘은 어제 봐둔 산 정상에 혼자 올라가보기로 한 것이다. 미스터 오스만이 태워주겠다고 제의를 해와서 같이 차를 타고 갔다. 오스만씨의 삭사안 호텔이다. G자 위에 꺾쇠가 있는 그런 문자 발음은 묵음에 가깝다고 한다.  

 

 

 

"미스터 깜쌤, 어제 우리들이 갔던 뷰포인트 말이오. 입장료를 내어야 들어가는 곳이오. 당신이 돈을 내고 들어갈 필요가 뭐있겠소? 그러니 내가 스리살짝 다른 곳에 내려줄테니 가로질러서 밭으로 그냥 걸어가시오. 그러면 돈 절약하지 않소? 이건 친구에게만 가르쳐 주는 비밀이오."

 

오스만씨의 제안에 따라 뷰포인트로 들어가는 도로를 살짝 벗어나 티켓판매소가 보이지 않는 곳에다가 차를 세웠다. 그리고는 길 안내를 해준다.

 

 

  

그리고는 돌아서서 걸어갔다.

 

 

 

손을 흔들고는 건투를 빈단다.

 

"멋진 트래킹을 하시오, 친구여!"

 

그리하여 나는 돈 몇푼에 일단 내 양심을 버리고 밭을 가로질러 걸어가게 된 것이다. 이게 잘한 짓인지 못한 짓인지 구별이 잘 안된다.

 

 

 

대지는 극도로 말라 있었다. 아침인데도 햇살은 벌써부터 뜨겁기 그지 없었지만 나는 입다물고 꾸준히 걷기 시작했다.

 

 

 

멀리 우치사르가 보인다. 카파도키아에서 높은 축에 들어가므로 어디서나 다 보인다. 거길 기준으로 삼으면 이 골짜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젠 산을 향하여 걸어간다. 앞에 보이는 과일 밭 오른쪽 끝 뒤를 보면 도로가 보일 것이다. 그 도로를 따라 걸어가야만 어제 저녁에 갔던 뷰포인트에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뒤 뒤에 보이는 평평한 산 꼭대기를 올라서 왼쪽 끝으로 내려 오는 것이 오늘 일정이다.

 

내려오는 길 찾는 것이 문제이지만 저기도 산인이상 오르는 길이 있다면 내려 오는 길도 반드시 있을 것이다.

 

 

 

이제 과수원을 가로 질러 가자. 에헤라디야~~ 간이 작은 나를 발견하고는 누가 '여보쇼'하고 부를 것만 같다. 이러니 큰일 하기는 글렀다.

 

 

 

 

태양이 대지를 달구면서 열기가 느껴진다. 푹신푹신한 흙이 신발에 들어와 한번씩은 신발을 벗고 흙을 털어내어야 했다.

 

 

 

골짜기나 봉우리나 평평하다 싶은 곳에는 밭을 만들어 농사를 짓는다. 주로 과일 농사거나 채소 농사다.

 

 

 

이 부근 골짜기도 흙이 하얀 편이었다.

 

 

 

우치사르를 한번 더 찍어보았다.

 

 

 

작은 봉우리도 가까이에서 보니 더욱 더 기묘하게 보인다. 저긴 또 무슨 유적이 자리잡고 있을까 싶다.

 

 

 

포도 나무 그루마다 북을 두둑히 올렸다. 북돋아준다는 방법은 어디서나 다 아는 방법이구나 싶었다.

 

 

 

바싹 말라 물기하나 없는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야생화의 강인함 앞에서 나는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느낀다.

 

 

 

메꽃도 우리 나라 메꽃과 색깔이나 모습이 비슷했다. 자세히 보니 흙들이 작게 덩어리지어 있었다. 이 흙으로 난을 재배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싶어 궁금해진다.

 

 

 

 

 

 

 

호박, 토마토, 해바라기...... 시골에 있는 우리네 밭과 흡사한 풍경이다.

 

 

 

이제 거의 다 온 것 같다.

 

 

 

이런데서도 토마토가 자란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

 

 

 

작은 골짜기에 자리잡은 토마토 밭이다.

 

 

 

저 밑 골짜기밭엔 농부가 경운기를 몰고와서 일을 하고 있었다.

 

 

 

계곡 하나하나가 예술품으로만 이루어진 것 같다.

 

 

 

 

 

 

 

이런데서 미끌어지면 속수무책으로 당할것 같다. 아마 저 농부 발치에가서나 멈추리라.....

 

 

 

 

 

 

이 골짜기에는 유난히 하얀 부분이 있다. 어째서일까?

 

 

 

이젠 거의 다 왔다. 자동차가 서 있는 곳이 석양 관람을 위한 뷰포인트 주차장이다. 사진 가운데 보면 우뚝 솟아오른 작은 흙기둥 뒤로 옆으로 비스듬하게 난 길이 보일 것이다. 나는 그 길을 따라 산 정상에 올라갈 생각이다.

 

보기엔 이래도 꽤나 가파른 길이다. 미끄러지면 수십길 아래 낭떠러지 밑에 쳐박혀버릴 것이다. 조심해야 한다. 혹시 올라가볼 생각이라면 신발부터 좋은 것을 신고 가기 바란다.

 

작은 숲뒤엔 주차장이 있고 작은 가게들이 조금 모여있다. 가게라고 해봐야 난전이나 마찬가진데 그래도 먹음직스런 카파도키아 산 건과를 팔고 있으므로 한번쯤은 조금 사서 먹어볼 만하다.

 

 

 

난전 부근에서 터키 농부 식구를 만났다. 아주머니께 양해를 얻고 사진을 찍었다.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의 아줌마 같다.

 

 

 

이번에는 신랑까지 와서 함께 찍었다. 제법 단란해 보였다.

 

 

 

그들 가족은 마차를 타고 왔나 보다. 나무 부근에 마차가 매여져 있었다.

 

 

 

터키 전통 종이로 만든 공책 비슷한 것이었는데 한권이라도 사두지 않은 것이 후회스럽다.

 

 

 

내가 잠시 물건을 보는 사이에 농부 가족은 마차를 타고 사라져 갔다.

 

 

 

안녕~~~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