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배낭여행기/05 유럽 남동부-지중해,흑해까지(完)

터키 헤매기-카파도키아 1

by 깜쌤 2006. 5. 18.

네부셰히르에서 잠시 머물던 버스가 괴레메를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낯선 지명이 자꾸 쏟아지므로 이해하기가 어렵지 싶다. 카파도키아 지방은 넓다.

 

여기 카파도키아 지방은 어디 한군데를 달랑 보기 위해 관광을 오는 그런 곳이 아니다. 엄청나게 크고 넓은 곳이다. 그러므로 관광의 중심지가 되는 마을이 여러 군데 있다.

 

이르테면 지금 우리가 가는 괴레메 외에도 우치사르, 차부신, 위르깁, 아바나스, 이흘라라, 데린쿠유 등 많은 마을들이 있는 것이다. 보통 가장 인기가 있는 마을이 괴레메이다. 

 

  

 

아침 여명 속에 열기구들이 하늘로 솟아 오른다. 여기 저기 골짜기에서 솟아오르는 모습이 장관이다. 사진의 오른쪽에 낙타등처럼 보이는 거대한 봉우리가 우치사르(=우치히사르) 마을에 솟은 봉우리인데 거기 꼭대기에서 보는 전망이 일품이다. 오늘 낮엔 거기를 올라갈 것이다.

 

열기구 타는 요금은 조금 비싸다. 우리 돈으로 15만원 정도는 기본으로 주어야 한다고 들었다. 나중에 우리 팀 멤버 가운데 한 분이 실제로 타보았는데 경험할만 하다고 한다.

 

네부셰히르에서 괴레메로 가는 길은 거의 내리막이다. 그러니까 괴레메는 골짜기 안의 밑바닥에 자리잡은 마을인 것이다.

 

 

 

 

이제 서서히 하얀 절벽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카파도키아의 베일이 서서히 벗겨지는 순간이다. 출발할 때부터 워낙 이야기를 해둔 탓인지 모두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밖을 내다보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골짜기를 솟아 오르는 열기구들 저 멀리 화산(火山) 모양의 산이 보이지 않는가?  저런 화산과 바람, 그리고 물이 여기 지형을 만든 주범인 것이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자세히 하기로 하자.

 

 

드디어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아침 6시 반이다. 파묵칼레가 있는 부근의 도시 데니즐리에서 저녁 8시에 출발했으니 10시간 반만에 도착한 것이다. 힘든 여정을 잘 버텨준 성지순례팀이 고맙기만 하다.

 

이제 도착했으니 며칠 머무를 여관을 구하러 가야 한다. 에베소 유적지가 있는 셀추크의 에세소 인 호텔의 주인인 미스터 알리가 소개해준 멜렉 호텔에 한번 가보기로 했다.

 

지도를 꺼내놓고 보았더니 터미널 부근인 것 같기 때문이다. 자랑같지만 여기 괴레메도 3번째다. 사실 괴레메는 앞으로도 서너번은 더 가보고 싶은 장소다. 남에게는 어떻게 비치는지 몰라도 적어도 나에게는 그 정도로 환상적인 매력을 지닌 도시로 남아 있는 것이다.

 

 

  

미스터 알리의 추천도 있고 해서 멜렉 호텔로 찾아가 보았다. 예상외로 가까운 곳이다. 괴레메 야외 박물관 가는 길로 살짝 가다가 오른쪽 골목으로 돌아서면 산 밑에 곧바로 나오는 집이었다.

 

사람을 불렀더니 매니저라는 사람이 나왔다. 어찌 손님 대하는 태도가 조금 미지근하다. 에베소 인 호텔의 미스터 알리의 추천으로 왔다고 하고 우리가 열한명이나 되는 팀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빈방을 보여주는데 별루다. 동굴을 파서 만든 방이어서 매력은 있지만 크기나 시설이 그렇게 썩 좋아보이는 것은 아니다. 가격은 일인당 50리라를 불렀다. 그것도 4인용 방 하나, 3인용 방 하나, 2인용 방 둘을 주면서 말이다. 

 

50리라라면 만원이 넘는 돈이므로 단번에 비싸다는 느낌이 들었다. 계산기를 꺼내 우리가 원하는 요금을 불렀다. 일인당 35리라! 대답은 간단하다. 곤란하다는 거다.

 

그렇다면 머무를 필요가 없다. 돌아나오기로 했더니 태도가 변하면서 45리라를 받겠다고 나온다. 하지만 이미 내 마음은 돌아선 뒤다. 우릴 여행 신참으로 보는 그 자세부터가 맘에 안든다.

 

"자네 하는 짓이 모두 하나하나 다 마음에 안들어."

 

속으로 중얼거리며 돌아서는데 부탁을 해 왔다.

 

"우리도 다음 손님을 받아야 하니까 친구분들과 의논을 해보고 생각이 있으면 20분 안으로 연락을 해달라. 지금은 아침이므로 곧 있으면 손님들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지간하면 여기서 머무르기 바란다. 요즘은 성수기이므로 다른데 가도 이만한 가격에 이렇게 좋은 방은 구하기 어려울거다."

 

그의 말을 들으며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우리 한국인들을 봉으로 아는가 본데 미안하지만 머무를 생각이 터럭만큼도 없다네. 이 친구야."

 

버스 터미널로 돌아왔더니 모두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터미널 부근에 보면 터틀(Turtle) 여행사라는 곳이 있다. 주인이 오스만이라는 분인데 이 양반은 얼굴이 익다. 오스만씨 얼굴은 어제까지 블로그 초기 화면에 올려 두었었다.

 

왼쪽 위 프로필 화면에 청바지를 입고 계시던 양반이다. 영어 잘하고 사람 좋고 깔끔해서 론리 플래닛에 이름이 올라 있을 정도이다. 나는 그가 운영하는 호텔에서 두번이나 머무른 적이 있다.

 

 

 

터틀(=거북)여행사에 가 보았더니 문은 열어 두었는데 오스만씨는 보이지 않았다. 그가 운영하는 호텔은 삭사안 호텔이다. 바로 위와 그 위 사진이 삭사안 호텔의 내부 모습이다. 그의 아들이 경영하는 것으로 싸구려 여관도 하나 있다.

 

호텔에 가보아도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다시 돌아와서 팀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이ㅛㅆ는데 오스만씨가 우리들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한국에서 오신 친구가 날 찾는다고 그러길래 왔소이다. 어느분이신지?"

"접니다. 오스만씨. 당신은 날 기억 못할지 모르지만 난 당신을 잘 기억하고 있소이다. 4년전에도 왔었고 7년전에도 왔습니다."

"아하, 그렇군요. 알아보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아니오. 미리 예약을 해두지 못해서 미안하오. 당신도 아시다시피 우린 11명이고 방이 필요합니다. 당연히 당신의 그 멋진 호텔에 빈방이 있겟지요?"

"많습니다. 요금은 일인당 40리라입니다."

"오스만씨, 나는 당신 호텔이 좋은 곳이라고 내 친구들에게 얼마나 이야기 했는지 모를거요. 당신이 할인해 줄 수 있는 마지막 가격을 부르시오. 가격만 좋다면 3일 머무르겠소."

"3일을 머무른다? 그렇다면..... 으흠...... 30리라. 당신은 내 친구니까.... 대신 다른 사람들에게 소문내지 마시오."

 

그렇게 하여 30리라에 합의를 보았다. 30리라면 공짜나 다름없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동네방네에 대고 가격을 다 불러제끼고 있으니..... 

 

 

 

그리하여 우리들이 가지고 있던 배낭은 모두 오스만씨의 독일제 승용차BMW에 싣고 사람들을 태워 보낸 뒤 오스만씨와 나는 천천히 걸어 올라갔던 것이다. 서로의 안부도 묻고 해가면서 말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