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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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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내반 아이 일류만들기

꾸중도 요령이 필요하다 1

by 깜쌤 2006. 5. 1.

년전의 일입니다. 수업을 조금 늦게 마치고 나오니 우리 복도 앞에 낯익은 아이들 몇이 꿇어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대강 상황이 짐작되었습니다. 아까 수업 시작때만 하더라도 없었으니 한 이삼분 전에 앉아서 대기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이런 경우 지나가는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빈정거린다거나 꿀밤을 주기도 하는데 그런 방법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앉아있는 것을 보니 무슨 잘못을 저지른 모양이구나. 우선 기념 사진을 찍어 줄까"

 

가지고 있던 카메라를 들이대니 단번에 표정이 달라지며 사정을 합니다

.

"선생님, 그것만은 제발......"

"그럼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한번 해보기 바란다."

"여차는 저차하고 저차는 여차해서 이러구 저러구.........  구시렁구시렁 궁시렁궁시렁 고시랑고시랑~~~"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결국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말을 무시하고 자기들끼리 되게(요즘 아이들 말로 하면 디따) 떠들었는데 그렇다면 내 말(=자기들 담임선생님)은 안 들으니 깜쌤님께 가서 훈련을 받고 오라고 해서 우리반 교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으로 결론이 난 겁니다.

 

이런 경우 아이들은 이미 자기들 잘못을 알고 있는 처지이므로 더 꾸중을 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일으켜 세우고는 우리 교실로 들어오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한마디만 하고 나는 내 볼일을 보러 갑니다.

 

"우리 교실 앞에 가서 단정한 자세로 서 있기 바란다."

 

아이들은 쭈볏거리며 영 내키지 않는다는 자세로 들어갑니다. 그럴 때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한마디만 이야기를 해둡니다.

 

"얘들아, 앞에 서 있는 애들이 잘 서 있는지만 좀 봐줄래?"

 

수업 시작이 됨과 동시에 제가 들어와서 한마디를 걸칩니다.

 

"얘들이 왜 이렇게 몇분간 서있었는지 그 이유를 아니?"

"(일제히) 아니요~~"

"그럼 이 이유를 이야기해줄까?"

"(서있던 아이들이 동시에) 아니요~~"

"얘들도 부끄러운 것은 아는가 보다. 그럼 자기 잘못을 알았으므로 용서해야지. 다음번엔 이런 일로 방문하는 일이 없기 바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념 촬영.......(찰칵)" 

 

그리고는 자기들 교실로 보내줍니다. 

 

 

 

이 사진은 위에 있던 세 아이중의 하나의 모습입니다. 체육대회 응원석에서 또 만났습니다. 당연히 좋은 일은 아닙니다. 카메라를 대면 가지고 있던 도구를 사용하여 얼굴을 가리려고 합니다. 하지만 한번도 사진을 공개한 적은 없습니다. 오히려 이 아이는 나와 친한 편에 들어갑니다. 자주 그 교실에 가서 보기도 하고 복도에서 보면 웃어주기도 하고...... 어쩌다가 한번 걸려든 것이지 나쁜 아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 정도로 해결납니다. 큰 소리를 해가며 감정풀이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보다가 더 질이 나쁜 경우는 교사를 상대로 비아냥거린다든가 친구에게 폭력을 행사한다든가, 동료를 왕따시키는 주모자가 된다든가 가출을 하는 정도입니다.

 

초등학교의 경우 최악은 폭력을 휘두르고 돈을 갈취하거나 폭력적인 선배들에게 매여 앞잡이 노릇을 하는 정도일 것입니다. 어쩌다가 신문에 등장할 정도로 절도를 하고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만 일반적으로는 자질구레한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복도에서 뛰는 아이를 보았을 경우 어떻게 처리하십니까? 요즘 우리 교육 현장의 폐단 가운데 하나는 교사 자신이 그런데 대한 감각이 없다는 것입니다. 나는 그런 것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번에 다른 글에서도 언급을 했습니다만 도시 과밀 학교의 경우 아이들을 이해한다는 명목과 현상황에 대한 합리화로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나는 그런 작은 데에서부터 교육의 근본이 무너진다고 생각합니다.

 

 

책상 위에 앉아서 떠드는 아이를 만났다고 칩시다. 일반적인 경우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도 하고 꾸중을 하기도 합니다. 책상 위에 앉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고 한다면 더 이상 할말이 없습니다. 다른 반 아이나 우리반 아이나 할 것 없이 발견하면 그냥 점잖게 들어가서 아이를 부릅니다. 나는 이때 반드시 말없이 손짓으로만 부릅니다. 그게 훨씬 더 위력적입니다. 그 아이가 나를 안보면 볼때까지 기다립니다.

 

교사가 교실에 들어서면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의 경우 일단은 잠잠해집니다. 그런 뒤 아이를 손으로 가리키며 오라고 하면 됩니다. 아이가 제 앞으로 다가오면 그때 나직한 목소리로 물어봅니다.

 

깜쌤 : (책상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다정한 목소리로) 이게 뭐지?

아이 :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책상입니다.

깜쌤 : (걸상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건 뭐지?

아이 : (거듭 당연하다는듯이) 걸상입니다.

깜쌤 : 그럼 둘 가운데 어디에 앉게 되어 있니? 

아이 : (그제서야 이해가 된다는 듯이) 걸상입니다.

깜쌤 : 그런 것을 알면서 왜 책상 위에 앉니?

 

여기까지 대화가 진행되어 오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수긍합니다. 그때 가볍게 한번 꿀밤을 주거나 머리카락 정도를 살짝 당겨만 주어도 아이는 자기 잘못을 알아차립니다. 그래도 이해를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면 비장의 마지막 한마디를 해줍니다.

 

깜쌤 : 너는 너희 집 밥상에 앉니?

아이 : 아니요.

깜쌤 : 그렇다면 너희집 밥상에는 앉으면 안되고 학교 책상에는

          앉아도 된다는 말이니?

 

그 정도면 거의 다 수긍을 합니다. 이렇게  쉽게 해결될 것을 언성을 올려 고함을 지르고 꾸중을 한다면 수긍을 하기보다는 반발심이 먼저 생길수 있습니다. 한번 당하고 나면 어지간한 아이는 앉지 않습니다. 이런 대화를 하는 모습을 주위 아이들도 보고 있으므로 다른 아이들에게도 들으라는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다시 위의 대화로 돌아갑니다.

 

깜쌤 : (손가락으로 책상을 가리키며) 이게 뭐지?

아이 : (당연하다는 듯이) 책상!

 

제가 이런 대화의 예를 드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런 대화는 학교에서 흔하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선생님들은 이런 대화를 하면서도 무엇이 문제인지를 깨닫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 대화에서 벌어지고 있는 잘못은 무엇일까요? 첫번째는 아이의 말버릇입니다. 이 아이는 지금 어른들에게 반말 하는 것을 당연히 여깁니다. 아마 자기 집에서 부모님과 그런 식으로 대화를 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글이 긴 것 같아서 다음 편에 계속합니다.

 

 

 

 

 

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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