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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5 유럽 남동부-지중해,흑해까지(完)

루마니아, 로메이니어 13

by 깜쌤 2006. 3. 13.

이 세상에는 합리주의적인 사고가 지배하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참으로 얄궂은 논리로 철저히 이상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나라가 있다. 루마니아가 약간 그런 냄새를 풍기는 나라이다. 열차시간표를 확인해본 결과 저녁 7시 35분에 불가리아로 가는 국제 열차가 있었다. 

 

열차표를 파는 곳을 알아내기 위해 경찰이라고 짐작되는 사람에게 물어보았더니 10유로를 내면 가르쳐 주겠단다. 내가 그거 하나 알아내려고 거금 10유로를 투자할 사람 같은가? "노 댕큐"를 외치고는 직접 찾아 나섰다.

 

이럴 때는 같은 처지에 있는 배낭여행자에게 물어보는 것이 제일 빠르다. 폴란드에서 왔다는 여행자를 붙들고 물어보았더니 1번 창구로 가란다. 부쿠레슈티 북역 기차역 1번 창구에서 표를 사기 위해 메모지에다가 " 불가리아 소피아 7시 35분 좌석표 4장"이라고 쓰고 창구에 들이밀었더니 7시 이후에 오란다.

 

아니? 무슨 이런 황당한 경우가 다 있는가 싶다. 만약 그 시간에 차표가 없으면 우린 호텔을 구하기 위해 야간에 시내를 헤매는 비극을 맞이한다. 나 참, 어이가 없다. 그렇다고 물러설 내가 아니다.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배낭여행 안내서를 다시 읽어 보고 인터넷 출력물을 조사했더니 루마니아 국영열차 사무소(CFR)에서는 예매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번에는 역에서 구한 지도를 놓고 위치를 확인해 보았다. 지도 위를 한참 찾은 끝에 역에서 10분 거리에 국영열차 사무소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도보로 북역에서 10분 거리라고 하므로 배낭을 맡겨 둔 뒤 절룩거리며 찾아나섰는데 이게 왠일인가? 역 구내 속에 사무실이 떠억하니 자리잡고 있는게 아닌가?

 

찾아 들어가니까 한산했다. 화장을 곱게 한 아줌마가 자리를 지키고 앉았는데 다행히 영어가 통했다. 무조건 여자들에겐 이쁘다고 하고는 말을 거는게 최고의 수다.

 

"예쁜 숙녀분, 좀 도와 주실 수 있겠습니까? 우린 배낭여행자인데 오늘 밤 불가리아 행 기차를 타고 싶습니다. 한국에서 온 사람들인데요, 제가 보기로는 루마니아가 아주 아름다운 나라더군요."

 

칭찬에는 누구나 약한 법이다. 오늘 밤 11시 35분에 불가리아 소피아행 기차가 있다고 한다. 요금은 2등칸 시트일 경우 27유로라고 하는데 유로로도 매표가 가능하다고 한다. 가지고 있는 유로가 부족했으므로 기다리고 있는 우리 일행에게 와서 상황을 설명했다.

 

그랬더니 모두 오늘 밤에 불가리아로 넘어가자고 한다. 다시 국영열차 사무실로 들어가서 기차표 넉장을 구했다. 앉아가는 좌석이  없다고 해서 침대칸을 구했는데 1인당 37유로 정도란다. 두말없이 지불했다. 이젠 해결났다. 기치표를 구했으니 오늘 낮은 부쿠레슈티 시내를 돌아다니면 된다.

 

하루만에 떠나는 것이 너무 아쉽기는 하지만 어쩔수 없는 상황이다. 배낭은 수화물 맡기는 곳에 맡겨두었다. 이젠 작은 배낭만 매고 시내 유람에 나서면 된다. 다시 지도를 꺼내들고 구경할 명소를 찍은 뒤에 거리 계산을 해보았다. 걸어가면 충분할 것 같다.

 

    

기차역 밖에 가서는 무조건 사람들을 붙들고 물어보았다. 오늘의 목표는 인민궁전과 시내 중심가이다. 방향을 확인하고 걸어간다. 사람들이 모두 친절하게 잘 가르쳐 주므로 목적지를 찾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시내는 조금 어수선한 분위기 같다. 공산주의의 잔재 때문일까? 뭔가 조금 짜임새가 없고 후지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트램이 다닐 정도인 것을 보면 영 터무니없는 나라는 아닌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아침을 못 먹은 것 같다. 걸어가다가 중국집이 보이길래 들어가서 음식을 시켰다. 중국인들은 지구 위 어디에나 다 사는 것 같다. 대화를 해보니 광동성 출신인데 약 100여년 전에 루마니에 왔단다.

 

그러니 중국인이라고 해도 한자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다. 음식도 서구화된 중국음식을 내 놓는데 손님들도 루마니아인들이 많았다.

 

 

배를 채운뒤에는 다시 시가지를 걷는다. 확실히 엉성한 동네같다. 교통 법규도 대강 지키는 것 같고 무질서한 편이다.

 

 

 

산뜻한 건물이 보이길래 찾아가 보았더니 햄버거 가게이다. 맥도널드 분점인 모양이다. 참 무섭다. 콜라로 대표되는 아메리카 싸구려 문화가 여기까지 침투해 있다.

 

 

길거리 햄버거 가게이지만 그런데로 앞서가는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 같았다.

 

 

이 나라엔 대우차가 많이 보인다. 자세히 보니 길거리를 누비는 차중에 상당수가 대우 자동차 회사 제품이었다.

 

 

교회 앞에도 대우차, 성당앞에도 대우차, 골목길에도 대우차, 큰길에도 대우차...... 대우자동차는 이 나라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는 모양이다.

 

 

어랍쇼? 이겐 뭔가? 이 놀이는 전세계에 다 유행하는 모양이다. 우리도 어렸을때 많이 해본 놀이가 아니던가? 분필로 아스팔트 위에 그어 놓은 것이지만 나도 한번 해보고 지나갔다. 어허허허허!! 수십년만에 해본 어설픈 놀이이다. 덕분에 발 뒤꿈치만 더 아프게 생겼다.

 

  

여기에도 대우~~

 

 

저기에도 대우~~

 

 

사방에 대우~~

 

 

온 동네에 대우~~ 대우 천지일세 그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