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 시가지 안에는 3개의 역이 있다고 한다. 시내 지도에도 역이 3개로 나와있다. 켈레티 푸(=동역), 뉴가티 푸(=서역), 델리 푸(=남역) 이렇게 3개의 역이 있다. 이중에서 델리 푸는 두마(=다뉴브, 도나우)강 서쪽에 있고 나머지 두개는 동쪽 페스트 지구에 자리잡았다.
지금 우리가 도착한 곳은 뉴가티 푸 즉 서역이다. 루마니아, 체코, 슬로바키아, 유고슬라비아 등으로 여행하려면 뉴가티 역에서 표를 구하는게 낫다고 한다. 우린 그 정보에 의지해서 뉴가티 역에 온 것이다.
역엔 사람들이 많았다. 국제열차 표를 어디에서 파는지를 몰라 몇명에게 물어보았는데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 경찰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물었더니 따라오라며 가르쳐주는데 커미션을 요구한다. 사절했다.
그런 뒤에는 우리가 요령껏 묻고 알아서 찾아갔다. 국제 열차 매표소는 일반매표소와는 다른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아줌마 매표원이 친절했다. 내일 밤 11시 10분 발 기차표를 끊었다. 루마니아의 브라쇼프까지 가려니까 일인당 73유로 정도가 나왔다. 헝가리 돈 포린트가 부족했기에 유로 사용이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문제없단다.
1유로에 240포린트로 계산해서 유로로 구입을 했다. 여행자수표는 안된다고 해서 비밀주머니에서 현찰을 꺼내어 계산을 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들은 헝가리에서 하루 반 밖에는 여유가 없다. 하지만 안심은 된다. 8월 17일 오전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터키 이스탄불까지 가야하는데 앞으로 9일간의 여유밖에는 없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루마니아를 거치고 불가리아를 지나가야 하는 것이다. 조급해진다. 그러므로 내일 표라도 구해야했던 것이다. 일단 표를 구했으니 반은 해결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매표원 아줌마는 기차표에다가 겔레티 푸 출발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연필로 동그라미를 해 준다. 친절도 하셔라.
차표를 해결하고 나니까 갑자기 배가 고파왔다. 영웅광장으로 걸어가는 길에 길가 카페에 들어가 식사를 하기로 했다. 내가 주문한 것은 쌀밥에다가 콩삶은 것과 고기를 얹은 덮밥 비슷한 것이었는데 800포린트였다. 우리돈으로 4000원 정도의 식사일 것이다. 그런데 쌀이 설익은 것 같아서 별로였다.
이건 한샘군이 찍은 요리이다. 맛이 괜찮았다.
ㅎ부장은 쇠고기 덮밥 비슷한 것을 시켰는데 쇠고기가 야크 고기처럼 단단하고 질긴데다가 짜다는 느낌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이 집 요리는 별로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헝가리 사람들은 많은 편이었으니 우리 입맛에 맞지 않았다는 게 맞지 싶다.
노천 카페에 앉아 먹었으니 멋은 낸 셈이다. 에너지와 원기보충을 한 뒤 다시 일어서서 영웅 광장을 향하여 출발했다.
드디어 도착했다. 손에 지도를 들고 있으므로 목표를 찾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쉽다. 그러므로 여행할때는 제일 먼저 지도부터 구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여기도 두번째다. 이제 다시 한번 더 와서 보니 비로소 감이 잡힌다.
광장 오른쪽 건물엔 우리나라 회사 마크가 선명한 광고용 천이 붙어 있었다. 이 회사가 스폰서로 나선 것일까? 궁금해서 찾아가 보았다.
나는 기업을 우습게 여기는 사람들을 보면 도리어 그런 사람들이 우습게 보인다. 기업 경영은 투명해야 하며 기업이 사회와 국가에 기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부자와 기업을 무조건 적으로 취급하고 백안시하며 적대시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국가를 먹여살리는 것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기업이지 싶다. 나는 경제학도가 아니어서 잘은 모르지만 기업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라고 본다.
깨끗한 부자는 존경받아야 하고 모두가 정당한 방법으로 열심히 돈을 벌어 부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무조건 기업인을 비판하고 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라는 말이다.
광장 왼쪽 편은 미술관이다. 그러니까 광장을 마주하고 양쪽에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셈이다. 그리고 전면 중앙에는 기념탑과 조각상이 서 있고 그 뒤로 시민공원이 펼쳐져 있는 형상인 것이다.
이 기념탑은 헝가리 건국 1000년을 기념해서 1896년에 만든 것이다. 36미터 높이를 자랑하는 탑 꼭대기에는 이 나라의 수호천사로 추앙받는 가브리엘 천사장이 자리 잡았고 그 밑에는 건국과 관련이 있는 6명의 부족장 기마상이 둘러싸고 있다.
여기에서 롯데관광 버스르 보니 감회가 새롭다. 한국인보다는 외국인들이 더 많이 버스에서 내렸다. 요상하기도 하고 신기한 일이기도 하다.
아까 보아둔 엘지 회사 마크가 붙은 건물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전시회 같은데 입장료를 받는다. 별수없이 조용히 물러서고 말았다. 현대 회화전 같았다. 안내서를 보니 이 쪽은 현대 회화관이고 반대쪽은 고전 미술관이다.
영웅광장엔 많은 사람들이 몰려서 여가를 즐기고 있었다.
기념탑 아래의 6명의 기마상 모습이다. 건국 영웅들을 이런 식으로 기린다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그런데 이 부족장들은 혹시 흉노 지도자 "선우"가 아닐까? 한나라 때만 해도 흉노의 왕들을 선우라고 불렀다고 기록되어 있기에 해본 헛소리이다.
영화 벤허기 생각나는 것은 전차를 탄 전사의 모습때문이리라.
영웅광장 뒤쪽으로는 시민공원이 자리잡고 있다. 여기까지 왔으니 발걸음이라도 한번 옮겨보고 오는 것이 헝가리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서 조금 뒤에 공원으로 가 보기로 하고 다시 한번 더 광장의 이모저모를 확인해 보았다.
고전 미술관 쪽이다. 지붕없는 버스가 도착하자 한무리의 관광객들이 우루루 쏟아져 나왔다. 이런 버스 관광은 우리나라 도시들에서도 한번 시도해 볼 만하지 싶다.
관광버스가 줄기차게 도착하는 것으로 보아 여기 영웅광장은 패키지 여행의 필수 관람 코스 가운데 하나로 찍혀 있는 것 같다.
고전 미술관쪽에서 본 기념탑의 모습이다.
그런데 말이다, 광장 한가운데서 마주 보고 포옹하는 저 한쌍의 피플들은 우리 한달 홀애비들의 부아를 솟구치게 만들어 준 뒤 염장을 지르는 결정타를 안길 작정인가 보다. 하지만 아서라, 그들을 축복해주자.
여긴 그들의 공간이고 그들 역사의 현장인 것이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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