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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5 유럽 남동부-지중해,흑해까지(完)

헝가리! 헝그리~~ 6

by 깜쌤 2006. 2. 18.

 

"짜안~~~ 짜안~~~ 짜잔~~~~~~~~~~~~~"

 

멜로디를 말로 나타내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일은 없지 싶다. 위에 내가 부른 노래가 무엇인지를 한방에 맞추신다면 그 분은 현대판 모차르트이다. 나는 입으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라는 멜로디를 중얼거리고 있는 중이다.

 

예전 어떤 방송국 뉴스 시간에 이 음악을 조금 쓰더니만 곧 그만두길래 무슨 사연이 있는가보다하고 생각했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작곡한 이 곡 "Also sprach Zarathustra(1896)" 첫부분이 연상될 정도로 웅장하게 해가 떠 올랐다.

 

 

햇볕이 들자 겔레르트 언덕의 겔레르트 기념상이 우리에게 "기상~~!"이라고 외쳐 대는 것 같아서 일어나야 했다. 제일 먼저 물어본 것이 ㅎ부장의 건강상태였다.

 

좋단다. 좋다니까 살판났다. 몇년 묵었던 체한 기운이 한방에 뚫리는 기분이다. 이제는 자기나 나나 같은 세월을 보낸 탓에 같이 늙어가는 처지가 된 탤런트 김인문씨가 "뚫어~~~"를 외치고 난 이후에 가장 속 시원한 사건이지 싶다. 

 

온갖 걱정이 쑤욱 내려가고 싸악 사라지니 아침이 더 없이 상쾌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젊은분들은 "뚫어~~~"광고를 모를테니 이해가 안되지 싶다.

 

 

창문으로 밖을 내다 본다. 부다페스트의 아침은 상쾌, 웅장, 장대, 위엄, 존엄, 영광, 웅대..... 뭐 그런 용어들과 좀 닮은 것 같다. 넓은 평원을 배경으로 두나(=도나우, 다뉴브) 강변을 사이에 두고 좌우로 양 날개를 벌리듯이 들어찬 건물들의 위용이 대단하다.

 

 

 

연기가 피어오른 곳은 무엇일까? 공장일까? 시내 한가운데서 굴뚝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신기하다. 우리 같으면 대형 보일러를 가동한다고 짐작이나 하겠지만 이나라에선 종잡을 수가 없다.

 

뾰족탑들이 하늘을 찌르고 낮은 구름이 하늘을 두른 사이로 햇살이 쏟아져 내리니 천지창조때의 한장면을 연상케 한다.

 

 

해가 좀 더 올라오자 도시 위로 밝은 기운이 뻗쳤다. 그래, 오늘은 우리들 하는 모든 일들이 다 잘되지 싶다. 오늘은 일단 켈레티 역까지 갔다가 영웅광장을 본 뒤 돌아올 예정이다. 역에 가서는 루마니아 행 기차표를 구해야 한다. 그래야 헝가리 일정을 확정지을 수 있다.

 

  

저기 보이는 겔레르트 언덕은 저녁 무렵에나 올라가봐야겠다. "기다리시오, 겔레르트 선교사님! 이따 저녁에 뵙겠습니다."

 

 

이 호텔은 아침 식사가 포함되지 않은 숙박료를 책정해 두었다. 보통 유럽에서 방값을 깎으면 아침 식사료를 제해 버린다. 그러므로 정찰제가 확립된 유럽에서는 에누리 너무 좋아하면 손해보는 수도 생긴다. 무조건 깎는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굶는 것이 생활화된 우리들은 가벼운 배낭차림으로 길을 나섰다. 오늘도 줄기차게 걸어야 할 것이지만 뒤꿈치가 슬슬 조여오고 당겨오는 느낌때문에 어쩐지 조금 불안해졌다.

 

발뒤꿈치에 기름을 쳐야 하는데 약품이 없으니 노인용 파스 한장으로 증상을 다스려보는데 그게 쉽게 가라앉을 기색이 없는 것이다.

 

 

우리가 묵은 호텔 마당이다. 어떤가? 시시한 게스트 하우스는 아닌게 확실하지 않은가? 리셉션 카운터에다가 열쇠를 맡겨두고 길을 떠난다.

 

 

호텔을 내려오는 골목길에서는 구닥다리 차들이 먼저 우리들에게 아침 인사를 해왔다.

 

"그래 너희들 겉모습이나 우리들 겉모습이 비슷해서 동질감을 느낀다 이거지? 좋다. 우린 잘 잤다. 너희들도 밤새 안녕하시다 이거지? 어제 밤 폐차 안된게 오늘도 다행이다 이거지?"

 

 

디자인이라는 개념은 처음부터 사라지고 없는 상자모양 차라도 꼬마자동차 붕붕이처럼 엄마 찾아 오늘도 부다페스트 거리를 헤매고 다니겠지? 저 언덕길 위에 우리가 묵은 호텔이 서 있다.

 

 

이건 또 뭐냐? 옆구리에 붙은 리어미러가 왜 앞 뒤로 찌그러져 있지? 너도 폐차 위기에 몰려 있구나.

 

 

국산 조랑말이 여기서 놀고 있구나 싶어 가슴에 더운 기운이 화악 치밀어 올랐다. "대~~~한민국!!"이다.

 

 

1960년대 1970년대 다큐멘터리나 대한뉴스 영화 목소리로 하자면 이렇게 될거다.

 

"보라. 여기 한국이 낳은 자랑스런 포니가 있다아~  이역만리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고국의 명예와 긍지를 진 자랑스런 우리 수출의 역군 포니가 있다아~~:

 

 

"또 있다아~~ 티코도 있다아~~ 조국에 계신 국민 3천만 애국 동포 여러분! 기뻐해 주십시오. 우리의 티코는 티코가 아닙니다. 티코는 벤츠입니다아~~"

 

 

"시시한 싸구려 이미지를 벗고 외제차와 당당히 경쟁하는 고급 승용차의 반열에 우뚝선 자랑스런 우리 차입니다아~~"

 

 

"빨간색 메뚜기 모양의 차들도 있지만 우리의 차가 한결 돋보이는 것은 무엇 때문이겠습니까아~~?"

 

 

"벤츠라고 다입니까? 벤츠도 고물이 되면 팬츠(왜놈식으로는 빤쓰)보다 못해지지 않습니까아~~?"

 

이쯤해서 중계방송을 마쳐야겠다. 더하면 나도 나폴레옹의 열혈지지자인 쇼뱅 꼴 나는 수가 있겠다. 남의 눈에 무조건 무작정 열혈 애국주의자가 되지 싶어서 참는다. 고물 자동차들은 시내가서 한번 더 찾아보고 중계방송을 해 드리겠다.

 

 

 

두나 강변의 풍광은 일품이었다. 여기서는 다뉴브 강을 두나 강이라고 부른단다. 수량이 많고 수심이 좋아서 대형 여객선들과 화물선들이 상당히 빈번하게 통행하는 것 같다.

 

 

이 정도면 강의 활용가치가 상당히 높지 않은가? 이 강의 서쪽이 부다 지역이고 동쪽이 페스트 지역이다. 지금 우리가 묵은 곳이 서쪽이다. 강가에는 아름다운 건물들이 즐비해서 유럽의 어떤 도시들보다 아름답다는 인상을 준다.

 

 

이제 다리를 건너간다. 다리 한가운데서 사진을 찍어보았다. 서쪽 강변엔 언덕이 있어서 예전부터 요새로 왕궁터로 활용되었다.

 

 

저 작은 산이 겔레르트 언덕이다. 위에 겔레르트 전도사 조각상이 보이지 않는가? 이젠 안보신 분들도 대강의 지형을 짐작하실 수 있지 싶다.

 

내가 사진 위주의 여행기를 써보는 이유도 단순히 글만 보아서는 그 느낌과 분위기가 잘 전달되지 않음으로 가능한 한 많은 사진을 보여 드림으로써 같은 기분을 공유해보자는 뜻이다.

 

 

강 건너 절벽 밑으로 묻어있는 유적지들의 모습이다.

 

 

이젠 두나 강을 거의 다 건너 왔다. 우린 지금 국회의사당과 켈레티 역으로 가는 길이다. 어휴! 이제 여기까지 밖에 못 왔으니 오늘 하루도 엄청 길지 싶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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