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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5 유럽 남동부-지중해,흑해까지(完)

헝가리! 헝그리~~ 2

by 깜쌤 2006. 2. 10.

 

기차는 끝없는 평원속을 달린다. 철길가에 풍력발전 시설이 가득해서 현대판 라만차의 풍차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ㅎ부장님 얼굴은 갈수록 노래지고......  앞으로 일정이 25일 정도 더 남았는데 이렇게 아프면 대책이 없다.

 

정말 상태가 안좋으면 부다페스트에서 비행기표를 구해 혼자만이라도 돌려보내야 한다. 하지만 아픈 환자를 혼자 돌려 보내는 것도 문제다. 그러니 대책이 없는 것이다. 무조건 안아파야 한다. 이런식으로 속수무책일때 난 기도를 한다.

 

우리가 가진 할인표는 다른 비행기를 타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게 배낭여행객들의 슬픔이다. 할인표라는 것의 약점 가운데 하나가 왕복 비행기 편을 정해두었으므로 일정 조절이 아주 어렵다는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왼쪽 카테고리 "배낭여행의 기초"편을 보시기 바란다)

 

돌아가는 비행기표는 새로 사야 하므로 경제적인 부담도 만만치 않는 것이다. 우린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출발하여 싱가포르를 경유한 뒤 서울로 돌아가는 비행기 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편도표만 구해야하므로 비행기 요금도 엄청 비싸진다. 이래저래 손해다. 그러므로 결사적으로 안 아파야 하는 것이다. 

 

비기독교인이 보기엔 우스운 말이겠지만 나는 기도에 대한 응답이 빠른 편이다. 아무일 없이 여행을 잘 할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느낌이 너무 강했다. 그렇다면 기도에 대한 응답으로 그 증거를 보여 달라고 (시건방진, 그러면서도) 간절한 요구를 드렸는데 조금 있으면 비가 올 것이라는 확신이 섰다.

 

 

21세기 과학 시대에 무슨 해괴한 소리냐고 비웃을 사람이 있을 줄로 안다. 하지만 세상에는 과학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일도 많은 법이다. 국경통과를 하려는지 오스트리아 출입국 관리 직원이 여권 검사를 시작한다. 기차가 서는 법도 없이 달리기만 하는데 기차 속에서 검사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남자 직원 한사람 여자직원 한사람이 올라왔는데 하는 말은 간단하다.

 

"패스포트 플리즈~~"

 

여권을 보여주면 오스트리아 출국 스탬프를 찍어준다. 간단하다. 짐검사 하는 것도 없고 그냥 웃으면서 스탬프를 찍으면 끝이다.  하기사 우리같이 가난한 배낭 여행자들 짐속에 뭐가 들어 있으랴. 너무 빤하지 않은가 말이다. 우리 옆에 앉은 스페인 커플들에겐 여권에 스탬프를 찍는 것도 없다. 그냥 보는 것으로 끝이다. 같은 유럽연합(EU)소속 국가들끼리는 그렇게 처리해주는 모양이다.

 

한 5분 뒤에 이번에는 헝가리 출입국 관리직 공무원이 같은 절차를 밟으러 온다. 역시 기차는 달리고 있는 중이다. 다만 사나운 개를 데리고 검사하러 다니는 모습이 좀 이채롭다는 것이다.

 

   

국경을 넘은 기차는 속도를 줄임없이 마냥 달리기만 한다. 그런데 말이다, 헝가리 국경을 통과해서 달리기 시작하자마자 비가 오기 시작했다. 비가 오는 것이다. 비가.......

 

철길가엔 아카시아 숲이 울창했는데 아카시아 잎이 노란 색깔이어서 아주 특이했다. 숲이 환하게 보이는 것이다. 그런 숲이 나타날때마다 내 마음조차 환해 지는 것 같았다. 인도네시아에서 그런 체험을 한 적이 있다. 길가에 심은 화초들 때문에 거리가 환해지는 느낌....... 세상은 신비함과 아름다움 그 자체이다.

 

 

붉은 지붕을 인 마을들이 지나가고 초지가 지나가고 해바라기 밭이 지나가고를 반복하다가 드디어 서서히 도시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다.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 켈레티 역엔 오후 1시 40분경에 도착했다. 거의 한시간 가량 연착을 했지만 무사히 왔다는 사실에 안심을 한다. 기차역을 빠져 나오자 실망감이 앞선다.

 

뭐가 이리 후줄근하고 후진 동네 냄새가 나는가 싶다. 건물은 낡고 사람들은 후줄근한 차림이어서 초라한 우리 배낭여행자와 다를 게 하나도 없다. ㅎ부장과 김부장을 역에 남겨두고 한샘군과 내가 시내 탐색에 나섰다. 일단 배낭을 역 광장 부근에 자리잡은 우체국에 벗어두고 환전을 하고 호텔을 찾아보기로 했다.

 

유로가 안통하니 헝가리 화폐인 포린트부터 확보해야 했다. 그래야 버스를 타든지 전철을 타든지 할 것 아닌가? 아픈 사람이 있으니 식사도 하게 해야하지만 지금은 쉬도록 하는게 급선무였다. 마음이 너무 급해서 역안에 있는 환전소에서 환전을 했는데 1 유로에 193포린트였다. 일단 4명분으로 250 유로를 환전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시내에선 1유로에 240포린트 정도로 환전이 가능했다. 그러니 우린 자그마치 4명이 모두 합해서 12,500포린트 정도를 손해본 것이다. 으이그, 아까워라.

 

그러므로 무슨 일이든지 서두르면 안된다. 마음이 급한 상태에서 일을 해치우면 실수를 하는 법이고 손해를 보는 법이다. 헝가리 역에서 환전하는 것은 결사반대다. 하지 마시라. 이 글 보시고 난 뒤 무조건 그대로 하지 마시고 반드시 시내 환율과 비교해서 현명하게 판단하기 바란다.

 

역앞은 지저분하고 길가의 거의 모든 건물은 낡았으며 더럽다. 손을 못댄 흔적이 역력하다. 이러니 공산주의 했다가 망했다는 소리를 듣는거지. 모든 면에서 오스트리아와는 너무 차이가 났다. 망해도 단단히 망한 것이다.  

 

역 부근에 자리잡은 호텔에서는 방 3개짜리 아파트먼트 식이어서 그런지 146유로를 불렀다. 헝가리에서 그정도 일인당 27유로 정도라면 엄청 비싼 편에 들어간다. 비싸다. 주저함 없이 돌아서고 만다.

 

다시 기차역으로 돌아와서 한적한 대합실을 찾아서 아픈 사람을 앉혀두고 인포메이션 센터를 찾아갔다. 수수료를 내고서라도 도움을 받아 호텔을 구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부다페스트 역 구내의 모습이다. 천장이 높고 휑해서 그런지 역은 춥기부터 했다. 정말 추웠다. 사람들도 거의 모두가 긴팔 옷 차림이고 심지어는 코트 입은 사람도 보이지 않는가? 사진의 오른쪽 구석에 안내소가 있었다.

 

"예쁜 아가씨, 우리들은 방금 오스트리아의 비엔나에서 여기로 왔습니다. 일행은 4명인데 아픈 환자가 한사람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우린 배낭여행자들이서 돈이 많지 않습니다. 따라서 비싸지 않은 적당한 가격의 호텔을 원합니다.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저 아가씨들에게는 예쁘다는 말부터 앞세우는 것이 좋다. 안내소의 아가씨는 아주 친절하게 나왔다. 여기저기 전화를 걸고 알아보더니 메모까지 해가며 설명을 해준다.

 

"시내 다뉴브 강변 부근에 호텔이 있습니다. 일인당 17유로 정도이고 샤워 가능하고 침대 깨끗합니다. 가시겠습니까?"

 

당연히 가야한다. 안간다고 무슨 수가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예약비가 무료인데다가 호텔까지 픽업 서비스를 해준다는데 왜 안가는가 말이다. 우린 하는 일이 다 잘되는 사람들이므로 당연히 가야지. 그리고 놀랍게도 안내소에 수수료를 안내도 된단다.

 

  

  <부다페스트 역 대합실에서 - 보라색 커버가 있는 배낭이 내 것이다>

 

 

"그러면 저기 저 총각을 따라가서 기다리십시오. 호텔에서 버스가 올겁니다."

 

그래서 우린 배낭을 매고 다른 쪽 대합실에 가서 기다린 것이다. 바로 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이렇게 조용하고 깨끗한 곳에 가서 자리깔고 앉았는데 환자를 위해 의자까지 구해다 주는 것이다. 역시 헝가리 피플들은 친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미니 봉고 같은 차를 얻어타고 찾아간 곳은 다뉴브 강 건너 유적지가 가득한 시내 중심가 부근의 멋진 호텔이었다. 우린 그날 정말 횡재했다. 기대해 보시라. 호텔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하자.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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