쇤부른 궁전을 나온 우리들은 트램을 타고 벨베데레 궁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론리 플래닛 같은 배낭여행 안내서를 보면 여기만은 반드시 놓치지 말고 꼭 봐두라고 강조를 하고 있다. 그만큼 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말일 것이다.
Bel은 이탈리아 말로 좋은이라는 그럼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Vedere는 전망 정도의 의미를 가지는 모양이다. 이탈리아어를 모르니 이럴 땐 속이 저리다. 이탈리아어 하나 모른다고 속까지 저릴 것이 뭐 있겠는냐고 반문하실 분도 계실터이지만 나는 그렇다.
쇤부른 궁전에서 여기까지는 한 20분쯤 걸린다. 여기도 링크 외곽지역으로 치는 모양이지만 이 궁전의 뒷문으로 나가면 곧 구시가지의 중심가 쪽으로 연결되므로 그만큼 편하기도 하다.
표지판을 보고 다시 한번 확인한 뒤 입장하기로 했다. 문으로 그냥 들어가면 된다. 입장료가 없으니 이럴 땐 "에헤라디야"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중국인들 같으면 덤태기 쒸울 요량으로 작심하고 엄청난 요금표를 붙여 놓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는 정원까지는 무료이다.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일단 들어가 보고 마음에 들면 미술관으로 쓰이는 상궁으로 들어가보라는 의미인지도 모른다. 고마워요! 오스트리아 피플 여러분!
상궁, 상궁하니까 대궐에서 일하는 김상궁, 이상궁을 떠 올리는 분도 계시지 싶다. 여기서는 아이들이 잘보는 연속극 "궁" 처럼 "宮"이라는 의미이다. 위에 있으니 상궁이고 저 밑에 있으면 자연히 하궁이 된다.
그러면 눈치 빠른 양반들은 단번에 알아차린다. 아하, 여긴 궁전이 두개 있는가보다 하는 식으로 알아차리지만 눈치가 느린 양반들은 갑자기 궁 이야기가 왜 나오는가 싶어 궁금해하기 십상일 것이다.
상궁의 모습이다. 궁 앞에는 작은 못이 자리잡고 있다. 1683년 중동 지방의 최대강국 투르크의 군대가 비엔나로 쳐들어 온다. 아시다시피 터키로 알려진 투르크는 회교 국가였고 오스트리아는 기독교 국가였다.
이 비엔나 공방전에서 기독교 국가인 오스트리아를 구한 것이 바로 오이겐이라는 양반이다. 이 분은 원래 프랑스 출신인데 루이 14세에게 작은 원한을 품고는 그만 프랑스의 강력한 라이벌인 오스트리아로 오게 된 것이다.
오이겐이 터키 군대에게 승리를 거두므로써 그는 영웅으로 떠오르게 되고 그 이후 연속적으로 정치적 군사적 성공을 이루어내게 되어 마침내 오이겐 왕자라는 칭호를 받게 되는 것이다. 물론 군사적으로는 원수라는 계급까지 승진하여 명예를 한껏 뽐내게 된 것이다.
오이겐 왕자의 여름 별장으로 지어진 건물이 바로 이 벨베데레 궁전이다. 그래서 그런지 정원의 모습에서도 프랑스 양식의 아름다움을 풍기고 있는 것이다.
작은 호수와 정원, 그리고 낮으막한 건물이 기막히게 어우러져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뽐내는 걸작이 된 것이다. 하늘을 이고 있는 옥색의 지붕도 매력적이다. 오스트리아엔 이상하게도 옥색 지붕이 많았다. 왜 그럴까?
꽃으로 장식된 작은 인공호수도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정말 예쁘다. 여길 안들어오고 그냥 지나쳤더라면 엄청난 손해를 볼 뻔했다. 그런데 우리들은 여기서도 등신같은 짓을 하고 만다. 미술관으로 쓰이는 상궁에 안들어가고 그냥 지나쳐 버린 것이다.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걸작 "키스"가 여기에 전시되어 있다는데 그냥 지나치고 말았으니 "어허! 통재로다!'하고 곡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하지만 우린 상궁과 정원, 하궁을 보았으니 그리 손해본 것은 아니다. 상궁에서 하궁쪽을 보면 상궁쪽이 약간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아래로 굽어 보는 정원의 모습도 멋있다.
바로 이런 식이다. 어떤가? 멋지지 않은가? 가만히 보면 베르사이유 냄새가 슬금슬금 나는 것 같다.
이젠 밑으로 내려간다. 편하다. 사실 이 글을 쓰느라고 두시간이나 날려버렸다. 아침에 두시간이나 걸려서 써놓은 글을 잘못해서 홀라당 날려버린 슬픔이 이면에 깔려 있지만 이 멋진 경치를 다시 보는 것으로 위안 삼아야겠다.
얘는 누구일 것 같은가? 켄타우루스? 아니면 스핑크스? 인간의 얼굴에다가 사자의 몸뚱아리를 가졌다면 스핑크스이지만 이 녀석은 얼굴이 여자로 묘사되어 있으니 특이한 녀석이다.
켄타우르스는 사람의 얼굴에다가 말의 몸을 가진 녀석들 아니던가? 날개 달린 몸에다가 꼬리의 모습이 사자를 닮은 것으로 보아 스핑크스라고 쳐주자. 아주 특이하게도 여성이다.
모두들 스핑크스를 보며 즐거워하는 표정이다. 얼굴색의 차이를 넘어 모두 다 좋은 모양이다. 뭐가 그리 좋을까?
극도의 인공미를 가진 정원이다. 나는 이런 정원보다 한국식의 자연스러운 정원이 더 좋다.
상궁 2층을 자세히 보면 오스트리아 지도가 그려져 있다. 아마 밤에는 빛을 내도록 되어 있는 모양이다.
하궁을 향하여 발걸음도 가볍게 스리살짝 부드럽게 내려가 본다.
1955년 5월,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의 4개국 대표는 벨베데레 궁에서 역사적인 조약을 맺는다. 비록 오스트리아가 히틀러의 제3제국에 강제로 병합되었다고는 하지만 오스트리아도 2차 대전의 패전국이므로 4개로 분할되어 점령을 당한다.
독일도 그렇게 하여 동독과 서독으로 갈라지는 비극을 겪지 않았던가? 오스트리아는 현명하게도 전승 4개국을 설득하여 중립국으로 남는다는 조건을 걸어 통일의 기쁨을 맛보게 되는데 그런 조약을 맺은 장소가 바로 여기인 것이다.
그런데 민족도 다르고 말도 다른 우리는 일본과 같이 취급받아서 나라가 갈라지는 비극을 겪었으니 무슨 조화가 그리하더란 말인가?
아니? 일본이 38도선을 기준으로 하여 북일본 남일본으로 갈라지고 5년 뒤엔 저그들끼리 치고 박고를 3년간 계속해서 그 와중에 우리가 돈 좀 벌어서는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을 건설했더라면 오죽 좋으련만 등신 같이 우리가 그 반대의 꼬락서니를 보여 일본을 일어나게 만들었더냐 그 말이다.
벨베데레 궁전을 보니 울화통이 터진다. 억장이 무너진다. 나는 이제 작은 킹콩이 되어 내 가슴을 터어텅~~ 터어텅 치고 마는 것이다. 등신이 따로 있는게 아니다. 현명하지 못한 자가 등신이 되고 쪼다가 되는 법이다.
그건 그렇고........ 화제를 바꾸어 보자.
"오미나! 어머나!! 뭐 이렇게 예쁜 정원이 다 있다냐?"
이 나이에 방정맞게 오미나가 뭐냐고 시비 걸지 마시라. 나이가 들면 점점 아이처럼 변한다고 그러지 않던가? 체통없다고? 맞다. 체통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감정 표현에는 조금 솔직해 보는 것이 큰 잘못은 아니지 싶다.
그런데 말이다. 이런 집에 살면 기분이 어떨까? 방이 너무 많아서 신경 쓰이는 것은 아닐까? 청소는 어떻게 할까?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혹시 그런 것이 궁금하다면 저택 관리에 대해서 궁금증을 해소시켜 주는 영화가 있는데 한번 보시려우?
앤소니 홉킨스와 에마 톰슨이 나오는 걸작 영화 <남아있는 나날>을 보시기 바란다. 조금이나마 이해가 될 것이다.
여긴 <해리 포터와 불의 잔> 마지막 뒷부분에 나오는 환상의 미로 정원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 영화를 보신 분들은 쉽게 이해가 되겠지만 안보신 분들이나 못보신 분들, 그리고 덜보신 분들은 이해하시기가 조금 거시기 할 것이다.
하지만 바로 아래 사진을 보면 단번에 이해가 될 것이다.
나무들이 수직으로 된 벽처럼 보인다. 이런 식으로 꾸밀수도 있는가 보다. 그런데 여기 나무들은 모두 기하학 도사들이지 싶다. 적어도 유클리드 기하학 정도는 가볍게 이수해낸 수재들이 아닌가 싶다.
어떤가? 신통방통하지 않은가? 기하학도사 나무들 같지 않은가? 이제 우리들은 하궁까지 내려왔다. 얘들은 피타고라스의 정리 정도는 완벽하게 기억하고 있지 싶다. 기억하는 정도를 넘어 증명까지 해낼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하궁 옆으로 나가는 길을 따라 나가면 드디어 시가지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자랑스런 우리나라 회사 광고판이 마중을 해주었다.
애니 콜~
애니 카~~
애니 라이프~~
애니 티비~~
애니 무비~~
이야!! 애니 뒤에 낱말만 막 가져다 붙이면 새로운 상품 이름이 막 쏟아지는구나. 그러나 이건 싫다.
"애니 갱(gang)~~
"애니 멀"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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