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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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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고맙소! 아내에게!!

by 깜쌤 2005. 12. 24.

허리가 좀 어떤지 모르겠소. 한방 병원까지 같이 가 주어야 하지만 아무 소리 않고 아픔을 씹으며 허리도 잘 못편 채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나가는 걸 보고 너무 미안했소. 무엇이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인지는 모르나 당신은 올해 나에게 가장 큰 선물을 하나 만들어 주었소.

 

  

당신은 올해, 내가 그렇게 가지고 싶어하던 작은 서재를 선물로 주었소. 많이 배우고 좋은 자리에 계시는 분들이 보기엔, 그럴 듯한 책 한권 없이 쓰잘데 없는 잡서들로만 가득찬 별 볼일없는 곳이겠지만 나에겐 정말 소중한 장소요....

 

 

당신이 차를 안끓여주어도 되오. 혼자서 얼마든지 끓여마실 수 있으니까......  혼자 조용히 한잔 하는 차 맛을 어찌 남들이 다 알겠소?  오늘이 크리스마스 이브 아니오? 지금 외출하면 새벽에나 집에 들어오지 싶소. 함께 해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오.

 

 

따지고 보면 나도 참 못난 인간이오. 뭐하나 잘 하는게 없잖소?  대신 못하는 것은 너무 많아서 정말 미안하오. 특히 돈 버는 재주는 너무 꽝이오. 왜 그런 쪽으론 머리가 안돌아가는지 모르겠소.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을 같이 볼 수있었으면 좋겠소만 당신은 그쪽에 너무 취미가 없지 않소?  사랑은 서로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보는 것이라고 그럽디다.

 

 

나혼자 쉴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받았으니 너무 고맙소. 평생 살며 받은 어떤 선물보다 귀한 것을 받았으니 요즘은 너무 행복하오. 그런데 내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일이 하나 있소. 이제는 완전히 날아가버린 헛꿈이지만 당신은 짐작하지 싶소.

 

조용히 책을 보고 논문을 쓰고 강의를 하며 살아가는 그런 꿈을 이루지 못했으니 그건 정말 가슴 아프오. 내 천성엔 그게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았는데 말이오. 하긴 따지고 보면 내 자신의 능력과 재주가 너무 모자랐소. 그리고 젊은 시절 인생을 너무 낭비했었소.......

 

 

방금 이발소를 다녀와서는 혼자 조용히 앉아서 음악을 들었소. 내가 클래식을 좋아한다는 것은 당신도 알지 않소?

 

 

남이 내다버린 오디오 시스템이지만 소리가 너무 부드러워 언제 당신과 딸아이와 함께 듣고 싶소. 하지만 걔는 멀리 있으니..........

 

 

정말 고맙소. 허리가 빨리 완쾌되었으면 좋겠소. 기도하는 것을 잊지 말기 바라오. 이제 나가야 할 것 같소.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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