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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분재원 몸빵~~

by 깜쌤 2005. 12. 28.

27일 화요일, 오늘은 노동을 하기로 했다. 노동 말이다. 사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이젠 정신노동보다 육체 노동 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말하는 노동이란 가벼운 노동이므로 막노동으로 생계를 꾸려가시는 분들께는 죄송한 이야기가 되는 셈이다. 그런 분들은 오해 없으시기 바란다.

 

 

분재원에 가보았더니 일손을 놓은지가 조금 되어서 그런지 오셨던 손님도 떨어지게 생겼다. 여기 주인인 사장님 내외는 마음씨가 그지 없이 착한 분이다.

 

너무 양심이 고와서 장사하실 분이 아니란 것을 잘 안다. 그래서 하루 품을 팔아주기로 한 것이다. 물론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무료이다. 청소 활동은 연중행사 비슷하므로 올해도 해드리기로 자청한 것이다.

 

 

진열대가 네개이다, 통로가 3개인데 그중 하나는 필라칸사가 너무 웃자라서 비닐하우스 지붕이 뚫리게 생겼다. 나무는 내가 다룰 줄 모르므로 사장님이 직접 손을 봐 달라고 부탁을 했다.

 

톱과 전지가위를 들고 나오시더니 익숙한 솜씨로 가지치기 작업에 들어갔다. 그동안 나는 진열대 위에 쌓인 낙엽을 털어내며 분재화분 정리에 들어갔다. 진열대 위를 쓸면서 같은 종류의 나무를 모으고 옮기고 나르고.....

 

 

웃자란 가지는 반드시 전지를 해주어야 하지만 내가 함부로 다룰 것이 아니므로 사장이 다니면서 손을 보도록 했다. 이렇게 방치(?)된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도 해결이 안된 토지계약상의 문제 때문이다. 자기 토지가 없으므로 빌려서 하는 장사인데 땅주인의 지나친 요구에 마음이 상해 일을 할 분위기가 안되는 것이다.

 

 

소사나무 모아 심기한 것들은 조금 무겁다. 이런 것들을 모두 한곳에 다 모았다. 이런 나무들은 모두 사장이 비닐 하우스 옆 밭에서 실제로 씨를 뿌려 가꾼 것들이다. 분재라면 산에 들어가서 이상하게 생긴 나무들을 캐와서 요리조리 비틀고 철사를 걸어 강제로 모양을 잡은 것으로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여기 이 사장은 직접 키운 것들이다. 그러니 자연 훼손하고는 거리가 멀다. 이런 사정을 알므로 내가 양심가라고 부르는 것이다. 잎이 무성할때 보면 이런 작품들은 작은 숲처럼 보인다.    

 

 

애기사과와 잡목 분재들을 한곳에 모으고 정리를 했다. 이제 조금 분재원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필라칸사 종류들도 한곳으로 모았다. 이녀석들은 가시가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빨간색 열매는 새모이로 제공한다. 겨울엔 이 분재원 속으로 온갖 새들이 날아들어온다. 심지어는 꿩도 출몰하는 모양이다.

 

 

 

내가 바닥에 가득한 잡초를 제거하고 분재들을 정리하는 동안 사장님은 부지런히 가지치기를 하셨다. 언제봐도 선량한 냄새가 나는 양반이다.

 

 

이렇게 정리를 해놓으니 십년묵은 체증이 사라지는 것 같은 기분이다. 심하게 체했다가 바늘로 따서 가슴이 시원하게 뻥 뚫리는 기분은 느껴본 사람들은 다 안다.

 

 

입구 쪽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제법 형태가 갖추어졌다. 흐뭇하다.

 

 

비닐 하우스 속에서 작업을 하면 얼굴이 쉽게 탄다고 한다. 안그래도 까만 내 피부여서 사장이 걱정을 하며 수건과 모자를 가지고 오셨다. 양심가라고 칭찬해온 사장이다. 너무 선해도 세상살이가 힘들다. 요즘 세상에선 영악해야 버텨나갈 수 있다.   

 

 

몇년 전에 직접 재배한 매화나무를 분재용 분에 올린 적이 있었다. 나는 이 사장님을 통해서 매화 향기가 어떤 것인지를 배웠다. 그 많고 굵고 좋았던 매화나무를 인심좋게 헐값에 주는 것을 보고 얼마나 마음이 아팠었는지 모른다. 지금도 농장 한구석엔 새로 심은 매화 나무들이 곱게 잘 자라고 있다. 

 

 

 

나도 전문가는 아니어서 잘은 모르지만 이런 작품들은 제법 운치가 있다. 이런 모아심기 작품들이 제법 있다.

 

 

반대쪽에서 입구쪽을 본 모습이다. 이제 정리가 거의 다 되었다. 시원한기분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이런 작품들도 많았는데 이젠 두 그루밖에 남지 않았다. 오늘도 분재원에는 새들이 이 열매를 탐내어 들어올 것이다. 

 

 

 

자그마한 소품 분재들은 볼수록 앙증맞은 느낌이 든다. 나는 이런 소품 분재들이 좋다.  아무쪼록 사장님! 새봄엔 더욱 더 좋은 작품들을 많이 만들어 두시기를 바라오.

 

(글을 쓰다가 잠시 내려가서 바깥일을 보러 다녀오느라고 글 내용가운데  받침이 틀린채로 그냥 올라가 있었을 것입니다. 흉보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제 수정했습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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