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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글 하나를 지우고~~

by 깜쌤 2005. 11. 20.

아내와 둘이 앉아 저녁을 먹다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세상 모든 것을 비춰주는 그 물건 속엔 이 나이 되도록 아직까지도 인격이 덜 성숙한 내가 교만속에 저만큼 자리잡고 있었다.

 

크게 이루어 놓은 것도 없으면서 작은 것 하나에 우쭐거리고 더 낮출 줄 모르는 어리석음이 부끄러워 다시 컴퓨터 앞에 앉은 나는 아까 올린 글 하나를 지워버렸다.

 

물론 그냥 버리기는 아까워서 복사해서는 다른 저장공간에 던져버려둔다. 지워 버린 글 속엔 내가 뭐 그리 대단한 인간도 아니면서 자랑하는 듯한 뉘앙스가 조금 풍기는 듯해서 부끄러워졌기 때문이다. 

 

난 내가 돈없이 사는 것을 고맙게 여긴다. 주머니에 돈푼깨나 들어있었더라면 제 잘난 줄 알고 평생을 착각속에서 살아왔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두 다리로 걸어다니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것이 고마울때가 많다. 뭐 대단한 것이라도 이룬 양 교만과 거만으로 떡칠을 하고 자랑스러운 듯한 모습으로 고개를 뒤로 젖히며 허리 뻐덕뻐덕한 자세로 살아갈 내모습을 안보니 천만다행이다.

 

 

오늘은 추수감사절이었다. 따지고 보면 난 감사할 것이 너무 많은 인간이다. 죽을 고비를 확실하게 넘긴 것만 해도 세번은 되는데 지금 내가 살아가는 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여분의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잘난 것으로 착각할때가 있었으니 아직도 인격수양이 까마득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마음을 더 갈고 닦아야 한다는 사실을 생각하자 잠시 동안의 교만이 더욱 더 부끄러워지고 말았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부랴부랴 컴퓨터 앞에 다시 앉아 아까 쓴 글 하나를 지우고 말았다.

 

     

 

아직도 내 마음 속엔 교만과 자만과 거만이 오래된 양은 도시락 마냥 그렇게 차곡차곡 쌓여있었나보다.

 

 

때묻은 내 모습이 거듭 거듭 내 마음을 찌르면서 나를 더욱 더 초라하고 부끄럽게 만들고 말았다.

 

 

깜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