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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놋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by 깜쌤 2005. 11. 7.

 

나는 조용히 숨어 살기를 원하는 사람이다. 요즘 말로 한다면 어디 짱박혀 살 그런 인간이란 말이다. 그러므로 여행을 해도 혼자 조용히 생각하고 분위기에 젖어들고 싶은 그런 사람이라는 뜻이다.

 

 

 

중국 서부 오지를 여행할때처럼 구름이 발 아래로 잔잔히 흘러가는 그런 높은 산의 정상에 앉아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아래 세상을 내려다보며 멍청하게 앉아있기를 좋아하는 인간이기도 하다. 

 

 

 

 크게 소리내어 웃는 것도 시끄럽게 구는 것도 싫어한다. 그냥 조용히 웃으면 끝이다. 그러니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거나 재치있는 개그를 들어도 요즘은 속으로 씨익 웃고 만다. 그러나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면 조금 달라질 수도 있다.

 

 

 

 돈이 생기면 할 일이 태산같은데 그 가운데 하나가 농사를 짓는 일이다. 물론 내가 짓는 농사는 전문적인 농사가 아니라 소일거리 농사를 의미한다. 그러면서 작은 카페를 가져보고 싶다.

 

 

 

 돈벌기 위한 카페가 아니라 친구들을 불러모으고 이야기를 나누고 얼굴 마주보기만 해도 좋은 그런 카페이니 차라리 사랑방이나 이야기방이라고 하는게 낫겠다.

 

 

 

꿈이 이렇다보니 애초에 돈벌기는 글렀다. 돈을 쓰라면 잘 쓸 인간이지만 벌기는 글렀다는 말이다. 얼마전에 존경하는 어떤 어른이 자기 꿈을 펼쳐나가는데 조언을 받고 싶다면서 어리버리한 나 같은 인간을 초청한 적이 있었다. 그 분을 따라 어디어디에 자리잡은 그 분만의 터를 가본적이 있었다.

 

 

 

그렇다. 나도 내꿈을 이루고 살려면 먼저 터를 좀 가져야겠다. 부모님께서 살고 계시는 곳에 작은 농토가 조금 있지만 그건 내것이 아님을 안다. 동생들이 몇이나 있으므로 그들이 원하다면 나는  기꺼이 포기하고 그냥 내주고 말 인간이다.

 

 

 

 또 거기는 왠지 정이 붙질 않는다. 내가 보기에는 경상북도 영주나 봉화 부근의 내성천변이 좋을 것 같다. 그 부근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므로 가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나 보다.

 

 여름날 햇살에 반짝거리던 금모래 밭 사이로 잔잔한 물이 흘러가는 내성천 상류 어딘가에 터를 잡고 사는 것이 좋겠지만 경주를 포기하고 떠나기엔 너무 아쉬움이 많다. 

 

 

 

 지금은 정 때문에라도 떠나기가 더욱 어렵게 되었다. 한 30년 살다보니 이젠 고향이나 다름없게 되었으므로 벗어나기가 어려울 것 같다. 그러므로 꿈으로만 간직하고 살아야할까보다.

 

 몸이 극도로 피곤해서 그런지 잠이 일찍 깨고 말았다. 결국 컴퓨터를 켜고 쓰잘데 없는 소리나 하고 말았다.

 

 

하지만 노천명 여사의 말대로 "놋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그렇게 수수하게 살고 싶다는 꿈만은 마음 한 구석에 고이 묻어둔채 간직하며 살고 싶다.  

 

Aerry

Be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