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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로빈슨 크루소가 아무나 되나?

by 깜쌤 2005. 11. 10.

 

 창문으로 작은 섬이 3개 나란히 서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비행기가 고도를 점점 낮추어 가는 것을 보면 이제 목적지에 다 온 모양입니다. 저 섬들이 맞다면 그 중에서 두번째 섬에 갈겁니다. 거기서 한 일주일 쯤 시계를 벗어버리고 만사 다 잊어버리고 있다가 와야죠.

 

 

만약 이런 마을을 만난다면 눌러 앉을 생각도 해봐야겠습니다. 겨울을 싫어하는 나이므로 이런 남국이 내몸에 딱 맞습니다. 거기다가 얼굴이 까무잡잡하므로 쉽게 원주민들과 어울릴 수 있을 겁니다. 

 

 

벼농사의 고달픔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젠 정신노동은 그만하고 몸으로 때우고 살렵니다. 살기 위한 수단으로서 농사가 고달프다는 것은 나도 압니다. 하지만 큰 욕심없이 살고 싶으므로 참고 견뎌내야 하지 싶습니다.

 

 

예상대로 섬은 작았습니다. 가로 질러 걷는데는 10분이면 되었고 해변을 따라 한바퀴 도는데는 한시간이 걸렸습니다. 눈부시게 빛나는 하얀 산호 모래가 해변을 둘러싸고 있어서 흰색의 큰 테 위를 도는 것 같았습니다.

 

  

저 앞쪽으로 첫번째 섬이 보입니다. 그 섬에는 우체국도 있고 사람들도 조금 더 산다지만 이 섬에는 주민들이 모두 합쳐봐야 2백명이 안되는 것 같습니다. 여관에 짐을 푼 나는 그냥 섬을 돌고 돕니다. 뺑뺑 도는것이죠. 갑자기 심심해집니다.

 

 

사람들이 그리워집니다. 나혼자 조용히 사는 것도 좋긴 하지만 주위에는 그래도 사람들이 있어야 합니다. 정말 내가 로빈슨 크루소 신세가 되면 그땐 사람들이 그리워질 것 같습니다. (이 사진은 엽서를 스캐닝한 것입니다)

 

 

결국 사람들이 그리워진 나는 결국 세번째 섬으로 나들이를 갔습니다. 거긴 과일 천국이었습니다. 지금 연재하고 있는 "영화로 공부하기" 글 뒷 부분에는 열대 과일이 등장하게 됩니다. 과일이라고 하면 예전에는 사과, 배, 대추, 감 등을 떠올리곤 했는데 이 섬에는 내가 듣도 보도 못한 신기한 과일들이 판을 쳤습니다.

 

나는 남국의 삶이 너무 좋기만 해서 섬에서 살았으면 하는 작은 꿈을 가지고 오늘도 일터로 나갑니다. 사진 속의 섬이 어디냐고요? 발리 섬 옆에 롬복이라는 섬이 있습니다. 다시 그 옆에 길리 메노, 길리 뜨랑왕안, 길리 아이르라는.... 자그마한, 정말 자그마한 섬들이죠. 길리는 인도네시아 말로 섬이라고 한다더군요. 태국에서는 코(=꼬)라고 부르고요...... 

 

깜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