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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니 나이가 얼매고?

by 깜쌤 2005. 11. 1.

11월이 되었다. 이제 두달만 보내면 인생이력표에 또 한살을 보탠다. 나이가 들면 세월이 가는 속도에 가속도가 붙는다더니 그 말이 정말 딱 들어맞는 소리다. 지난 10월은 정신없이 살았다. 직장 일에다가 교회일까지 겹쳐서 쉬는 날 하루없이 살았다.

 

내가 섬기는 교회는 어른들만 1200명 정도가 되니 경주에서는 제법 널리 알려진 교회에 속한다. 그런 교회에서 교인들 한마음 체육대회를 열게 되었는데 총진행담당자로 평소에 존경하는 ㅊ집사와 내가 선발되었다.

 

지금까지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을 맡아하시던 ㄱ교수님께서 졸지에 기러기 아빠가 되신 관계로 어리버리한 내가 기획과 진행 일에 끼어들어 책임을 지고 추진하게 되었으니 여사일이 아니게 된 것이다. 머리가 희미하면 손발이 고생한다더니 내가 딱 그 꼴이 나고 말았다.

 

우선 전체계힉을 수립해야 했다. 얼핏 생각해보아도 할 일이 산더미 같다. 제일 먼저 장소부터 섭외해야 했다. 그런 뒤에는 행사를 담당할 각 부서의 부장을 선임하고 부서를 조직해야 하며 준비물을 챙기는 것은 물론 프로그램을 짜야했다.

 

 응원을 담당할 사람, 전기시설을 할 사람, 음향시설을 담당할 사람,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부상자와 노약자를 돌보기 위한 의무진을 구성해야 하고 선수를 선발할 사람이 필요했다.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고 상품을 포장하며 각종 필요한 장비를 운반할 사람도 뽑아야했다.

 

 그것 뿐이랴, 경품 준비도 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산을 확보해야 하고 기부도 조금 받아야했다. 만약을 대비하여 안전관리 대책도 세워야했고 참가를 독려하기 위한 홍보부서도 조직해야 한다. 주일 오후에 행사를 하므로 교인들에게 드릴 간식도 준비해야 하고 노약자를 경기장으로 모실 방법도 강구해야 했다.

 

 이 정도만 해도 머리가 터질 지경인데 점심식사까지 대접해야하니 참 막막하기만 하다. 교회조직과 행사라는게 무보수 자원 봉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므로 사람을 확보하는 것이 제일 시급했다. 그러니 준비를 철저히 하기위해서는 정신없이 뛰어다녀야 했다.

 

매일 보는 사람들이라면 준비하는 것이 별문제거리가 안되지만 일주일에 한두번만 얼굴을 보는 사람들이니  마음만 다급했던 것이다. 대충 꼽아봐도 그런 일거리가 쌓였는데 마음이 편할리가 없는 것이다.

 

사실 나는 타고난 천성으로는 속마음이 여린 사람이다. 기질도 곱고 내성적인 편이었으며 소극적이었는데 이상하게도 하나님을 알고 나서 모든 면에서 조금씩 달라지고 만 것이다. 아직까지도 크게 적극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일거리를 앞에 두면 괜히 즐거워지고 도전의식이 생긴다.

 

참 신기한 일이다. 무엇보다도 부정적인 생각이 사라진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어차피 죽을 인생이라면 살아있는 동안에 일이라도 실컷 해보고 죽는 것이 보람있지 않겠는가 하는 식으로 변화된 것이 사고방식 전환의 대표적인 예인데 내가 스스로 생각해보아도 기특한 일임에는 틀림없다.

 

 지난 2주일 동안은 저녁마다 외출을 하느라고 아내와 저녁을 같이 먹어보지 못했다.아내와 달랑 둘이 들어앉아 살면서 마주보고 앉아 식사를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얼굴보기가 힘들었으니 어찌보면 참 웃기는 일이기도 했다.       

 

 친구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살다가 드디어 질책성 전화를 한건 받고 말았다. 모처럼 걸려온 친구와의 대화 속에서 툭 던지는 말 한마디가 가슴을 찔렀다.

 

"니는 혼자 사는 인가이가(=인간이냐)? 무신 인가이 전화도 한 통화 안 날리고 사노? 니 나이가 얼매고(얼마냐)?"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