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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5 유럽 남동부-지중해,흑해까지(完)

로마 헤매기 5 - 스페인 광장

by 깜쌤 2005. 9. 23.


 지도를 놓고 정말하게 살펴보니 이 부근에서 위로 더 올라가면 스페인광장이 나오게 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스페인 광장엔 당연히 가보아야한다. 혹시 영화 <로마의 휴일 Roman Holiday>을 기억하시는가? 이제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만 한때는 20세기의 요정이라 불렸던 오드리 헵번과 20세기의 신사 그레고리 펙이 주연했던 영화 말이다.

 

 그렇지않아도 깜찍한 오드리 헵번이 영화속에서 머리를 짧게 자른 뒤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등장하는  멋진 장면이 나오는데 거기가 바로 스페인 광장이다. 예전에 이 부근에 로마교황청 주재 스페인 대사관이 자리잡고 있었다고 해서 스페인 광장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그것뿐이라면 그냥 넘어갈 것이지만 이번에는 영국의 서정시인 셸리와 키이츠가 이 부근의 건물에서 묵었다고 해서 더욱 더 유명해졌다. 특히 시인 키이츠는 1821년 자신의 생애 마지막 석달을 계단 오른쪽에 자리잡은 건물에서 보냈다고 해서 그를 추모하는 인파들이 끊이지 않는 곳이 되어 버렸다.

 

 



스페인 광장을 찾아가다가 다시 자그마한 자동차들을 만났다. 가난한 환경론자인 나는 이런 차들을 보면 한대 정도는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다른 차들은 몰라도 예전에 나온 이탈리아제 미니란 녀석은 꼭 갖고 싶다.

 

 


 길을 따라 가다가 이런 오벨리스크를 만났다. 그렇다면 다 온 것이다. 이 기념물의 오른쪽 밑이 바로 스페인 광장이다. 137개로 이루어진 스페인 광장의 계단에 앉아 잠시 쉬어보는 것이 무슨 대단한 추억이라도 되는 양 여겨져서 전세계에서 몰려든 선남선녀들이 죽치는것이 유행이 되었다.

  

 
18세기만 하더라도 이 부근에는 유명한 화가들의 모델이 되기를 원하는 미녀들이 이 광장과 계단 부근에 엄청 몰려들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잘 생긴 늑대같은 녀석들과 늘씬한 여우같은 아가씨들이 많은 것 같기도 하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데 왼쪽으로 능소화 비슷한 꽃이 붉게피어 한껏 교태를 내쁨는 듯 하다. 이젠 다 늙어버린 인생이니 광장에 가득한 청춘남녀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봐야만 하는 이런 슬픔을 젊은 청춘들이 알아차릴까 두려워졌다.

  

 
 날이 뜨거워서 사람들은 그늘 쪽에 더 많이 몰려있는 것 같았다. 우리도 빨리 내려가서 일단 그늘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 광장 중앙에는 조각가 베르니니의 아버지인 삐에뜨르 베르니니가 설계했다는 "난파선의 분수"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이 분수대의 물이 어디에서 공급되는지는 저번 글에서 언급했다. 궁금하다면 로마 헤매기 4번 글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볼 일이다. 계단 맞은 편으로 보이는 저 거리에는 명품 상점들이 즐비하다. 저 골목 끝에서 가로로 만나는 거리도 역시 명품 거리이므로 돈 많으신 분들은 꼭 한번 들러보시기 바란다.

 

 물론 나처럼 돈없는 피플들이 가도 된다. 어떤 분들은 그런 거리에 가면 복장이 터진다고도 하시는데 나야 항상 없이 사는 것이 체질이 되었으므로 그냥 덤덤하게 지나치고 만다.

  

 
스페인 광장은 그런 곳이다. 그러므로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지도 모른다.

  

 


어떤가? 참 사람들이 많이도 몰려들지 않는가?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보니 한국말은 쉽게, 자주, 억수로, 허벌나게 많이 듣게 된다. 일본말이 적게 들리는 것이 이상하다고 여겨지는가?  잠깐.....

 

 아내가 일층에서 벽을 두드린다. 저녁먹으러 오라는 신호이다. 빨리 내려가야 한다. 시간 지나면 못먹는 비극이 벌어지므로 내려가야 한다. 잠시 기다리시라........ 30분 뒤에 다시 올라와서 뒷부분을 소개해 드릴테니....

 

 


 구경꾼들이 참 많기도 하다. 이들이 떨어뜨리고 가는 돈이 도대체 얼마나 될까? 내가 사는 어디어디 도시의 사람들은 입만 열면 "세계적인 관광도시 어디어디"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싶다. 어리석은 내 생각으로는 "죄송하지만 아직은 좀 아닙니다"라는 것이다.

 

 참 미안한 이야기지만 우린 우물안 개구리 같은 그런 사고방식에서 가능한 한 빨리 벗어나야 할 것이다. 관광업은 무공해산업이라고 한다. 21세기 중요 산업이라고도 한다. 하루속히 우리 나라도 이탈리아 같은 관광대국이 되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아울러 내가 사는  도시도 정말 하루 속히 어서 빨리 진정한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되기를 기원한다.

  

 


 계단을 올려다 보았을 때를 기준으로 하여 오른쪽 건물을 보자. 벽면에 빨간 천이 걸려있다. 자세히 보면 무슨 글씨가 보일 것이다. 궁금하신 분들은 이 사진을 클릭하여 크게 한 뒤 확인해 보시기 바란다. 꼭 커다란 건물과 덩치 큰 그 무엇이나 오랜 예전부터 내려오는 역사적인 유물이 있어야만 유명관광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시인 키이츠도 셸리도 모른다고 맞받아치면 할말이 없다. 시나 소설이, 음악이, 영화가 밥먹여주는가 하고 반문하시는 그런 분들을 만나면 나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만다. 더 이야기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어리버리한 나는 이제 스페인 광장을 뒤로하고 명품거리로 들어섰다. 구경만 하고 지나치는 것이다.  

 

 

깜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