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채구 매표소 내부 - 줄도 없고 새치기는 극심하고......>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주룩주룩 왔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 쌓인 곳이니 만큼 비가 자주 오는 것은 이해가 된다. 작년에도 비가 왔었다. 잠시 고민에 빠진다. 론리 플래닛에 보면 구채구 안에서 숙박이 가능한 것으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내가 알기론 그건 불법이다. 구채구 안에서는 중국인도 외국인도 절대 묵지 못하게 되어있다.
구채구라는 말은 '9개의 마을'이라는 말이다. 골짜기 안에 티베트인 들의 마을이 9군데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들어가 보면 현지인 들의 마을을 3군데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9개의 티베트인 부족들이 살고있기 때문에 구채구라고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한가지 확실히 알아두고 넘어 갈 일이 있다. 구채구 골짜기 속에 있는 마을은 한족(漢族)의
동네가 아니다. 티베트 사람들 동네이다. 그러니까 시건방진 한족들이 남의 땅을 점령하고 나서는 마치 자기들 땅 인양 관리를 하고 그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돈을 벌어먹고 산다는 말이다.
'재주는 누가 넘고 돈은 누가 가져간다'는 말이 이 경우에 딱 맞는 말이다. 오키나와 섬을 강점한 일본인들이 오키나와를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구채구가 워낙 깨끗하고 보존가치가 높은 특급 관광구역이니 중국 당국에서도 특별히 관심을 쏟기는
쏟는 모양이다. 대표적인 증거가 바로 구채구 내에서의 숙박금지 조치이다. 워낙 아름다운 곳이므로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속에서
묵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도 그 속에서 묵고 싶었다. 그래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여관에서 체크아웃을 할 때 일단 배낭을
매고 나가보기로 했다. 구채구 안에서 숙박이 안되면 입구에서 짐을 맡기기로 작정을 한 것이다. 비를 맞으며 무거운 배낭을 지고 매표소로 가본
우리는 놀라 자빠질 뻔했다. 그 우중에서도 입장객들이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우리나라의 1970년대, 1980년대 관광 붐이 불 일 듯 일어나던 때처럼 중국도 지금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구채구만은 평생에 한번은 꼭 봐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매표소를 찾아가니 거긴 더욱 더 난장판 개판이
벌어졌고 사람들마다 먼저 표를 사기 위해 밀치고 당기고 하느라고 아우성이었다.
지난 2000년 배를 타고 처음으로 중국 갈 때 인천 부두에서 승선권을 구하던 시절이 생각났다.
남 흉볼게 못된다. 1988년에 올림픽을 끝낸 자랑스런 대한민국 우리 조국의 3년 전 인천 부두도 그랬으니까..... 줄은 있으나마나 한데
말까지 안 통하니 반쯤은 돌아버릴 지경이 된다.
거기다가 모두 비에 젖은 몰골을 하고 있으니 왕 짜증이 나는 것이다. 겨우겨우 묻고 물어 영어가
통하는 예쁜 매표원을 찾아낼 수 있었다. 아주 친절했다. 외국인들을 상대로 하기 위해 특별히 채용한 직원 같았다. 역시 교양 있고 지식 있는
사람들은 확실히 상대하기가 쉽다. 알아본 결과 구채구 내에서의 숙박은 불법이라는 거다.
## 성도에서 난주 가는 길목에 구채구가 있다. <샹그릴라를 찾아서>라는 여행기에서는 이제 곤명에서 계림 가려고 하는 중이다. 위치를 확인해 두어야 이해하기 쉽다.
구채구 입장료는 자그마치 145원이다. 그게 다가 아니다. 구채구 안에서의
승차권이 90원이니 총 235원인 셈이다. 중국 근로자들의 한달 평균 봉급액을 1000원 정도로 친다면 이게 얼마나 엄청난 거금인지는 쉽게
짐작이 될 것이다.
우리 돈으로 환산해도 자그마치 34,500원이나 된다. 우리나라 어디에 이만큼 비싼 입장료를
내는 곳이 있단 말인가? 구채구는 그런 곳이다. 그런데도 입장객이 미어 터질 정도로 많다는 것은 또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하루분 입장료가
34500원이라면 이틀 치는 69000원, 그러니까 거의 7만원이나 된다는 이야기다.
영어가 되는 예쁜 아가씨 말로는 이틀째 입장료는 중국 돈 40원만 더 내면 된다고 한다.
그것으로 끝나면 좋으련만 이튿날 차량이용권은 90원 그대로란다. 즉 첫날 입장권은 235원, 그 다음날은 130원이라는 말이다. 그것도 내일
아침에 매표소에 새로 와서 표를 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구채구 안에서의 불법 숙박은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이야기다.
내일 다시 입장할 경우 오늘 표를 샀다는 증거로 사진을 찍어두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해
오기에 그렇게 하자고 했다. 아가씨가 가져온 디지털 카메라로 우리 일행 4명이 사진을 찍었다. 솔직히 말해 그 험악한 산골짜기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증거를 남기겠다고 나올 줄은 상상을 못했다.
결국 우리는 오늘 하루만에 무리를 해서라도 구채구를 다 보기로 결정했다. 그렇다면 이제는 무거운
배낭을 맡겨두어야 한다. 코인로커(coin locker)를 찾을 수 없었기에 구채구 매표소 아래에 있는 전시관에 배낭을 맡겨두기로 했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보관료로 10( 한화 1500원 )원을 내야 한다.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이런데 까지 거금 10원을 챙기는 중국인들을 보면 자꾸만 반감이 솟는다.
나중에 귀국해서 서울역 코인로커를 이용하여 짐을 맡기게 되었을 때도 1000원 만 있으면 되었었다. 하여튼 돈에 관해서 만은 지독한
녀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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