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더 내려가서 당근이 얼어버리기 전에 녀석들을 캐기로 했어.
그게 12월 3일의 일이야. 12월인데도 추위가 늦게 찾아와서 그런지 이 녀석들은
얼지도 않고 꽃을 피우고 있었어.
틀밭 16개 가운데 하나를 골라 심었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3분의 2 정도 면적만 당근 씨를 뿌렸었어.
가로 2미터 60센티미터, 세로 1미터짜리 틀밭이지.
수확 전의 당근 틀밭 모습인데 토질이 너무 좋질 않아서 과연 자랄까 싶었어. 다행히 싹이 트고
자란 것은 물론이고 수확까지 가능했으니 감사하기만 했어.
쌍둥이 손자 중에서 맏이가 당근을 좋아하길래 그 아이를 생각하며 길러본 거야.
품종은 아카모리였어.
손자들에게 줄 것이기에 농약은 한 번도 안 치고 순전히 거름으로만 키운 거지.
삽으로 뿌리 부분을 살짝 들어 올린 뒤 손으로 살살 뽑았어.
굵은 녀석은 제법 굵게 자랐더라고.
전지가위를 가지고 이파리 부분을 제거했어. 떨어진 나뭇잎들은
감나무 이파리들이야.
워낙 가벼운 일이어서 한 시간 정도도 안 걸렸어.
한 시간 정도 햇살에 말려서 흙을 털고 이틀 정도 별서에 보관했다가 집에 가져와서
택배로 손자들에게 보내주었어.
며칠 뒤 아내에게 전화가 왔는데 이런 식으로 말하더라는 거야.
"할머니! 당근이 귀여워요!"
당근 수확을 한 뒤에는 침대를 따뜻하게 데워 놓고 기대어 앉아서 책을 읽었어.
내가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도 들어가며 말이지.
방 안에 있는 화분들은 양란이야. 월동을 위해 실내로 옮겨둔 거지.
난 이렇게 살고 있어.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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