댑싸리는 가을이 되면 붉은색으로 변해.
봄부터 여름 내내 연두색으로 자라다가 가을이 되면...
발갛게 변하는 거야.
9월 초순에 씨 뿌린 백일홍도 자라 올라서 다시 꽃을 피웠어.
남천 열매가 붉어지면 가을이 익어가는 거지.
늦게 씨를 뿌린 노랑 금잔화도 마침내 꽃을 피웠어. 그게 10월 중순이었어.
10월의 마지막 날에는 모두들 이런 식으로 변했어.
내년에는 비탈에 더 많은 금잔화를 키워볼 생각이야.
벌과 나비도 아직 찾아오는 거야.
날이 차가워지면서 벌들이 맥을 못 추더라고.
나는 벌과 개미들에게서 부지런함을 배웠어.
틀밭에 늦게 씨 뿌린 백일홍은 앞으로도 열흘 정도는 버텨주지 싶어.
요즘 나는 꽃밭으로 출근하는 기분이 들어.
이제는 남천 열매도 완전히 빨개져버렸어.
바닷가 마을에서 자라 지금은 목사님이 된 여학생 뺨은 항상 발그레하기만 했었는데 말이지.
이제 댑싸리는 칙칙한 색으로 옷을 갈아입었어.
걔네들은 가을날 하루 볕이 아쉬울 거야.
나도 그래.
밭 둑에 자라는 금잔화들이 아직은 붉은 꽃을 피워주고 있어.
텃밭 수돗가 댑싸리도 이제 수명을 다한 것 같아.
"얘들아 고마워! 올해도 큰 고생 했구나. 안녕!"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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