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분위기가 있는 집을 갖고 싶었어요. 마당 너른 한옥에서 살아보고 싶었던 거예요.
마당 한켠에는 대추가 영글어가면 좋겠어요.
자그마한 예배당이 가까이 있으면 더 좋겠지요.
차소리가 들리지 않는 작은 골목 안에 있으면 좋겠어요.
이런 데 살며 평생 책 보고 글 쓰면서 강의하러 다닐 수 있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고 생각하며 살았어요.
그런 꿈을 가지고 살았는데 이루질 못했네요.
상사화! 잎은 꽃을 영원히 보지 못하고 꽃은 잎을 영원히 보지 못한다는 그 꽃!
마당 한 구석에 상사화를 길러보고 싶었어요.
그러길래 상사화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지요.
정갈하게 쓸어둔 한옥 마당에 이 꽃을 가득 심어 두고 아침저녁으로
바라보고 싶었어요.
나는 평생 이루지 못할 헛꿈만 꾸다가 다 보낸 것 같아요.
그건 내가 능력이 너무 부족했다는 말이기도 하겠지요.
상사화와 꽃무릇(=석산)은 다른 꽃이라고 알고 있어요.
세월이 너무 많이 흘렀어요. 꿈은 꿈대로만 간직하고
이제는 단념해야 할 것 같아요.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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