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5일 월요일 아침이 밝아왔습니다.
벌써 여행 14일째입니다.
발코니에 나가보았더니 비둘기가 아침 인사를 해왔습니다.
아침 식사를 하러 가야지요.
방 하나에 40유로였는데 그 가격에 아침 식사가 포함되어 있었던 겁니다.
자리부터 차지한 뒤...
뷔페 스타일로 진열된 음식을 가지러 갔습니다.
깨끗해서 더 쾌적하게 느껴지는 곳이었습니다.
이 정도만 해도 나그네에게는 진수성찬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천천히 음식을 즐기는 거죠.
오늘은 터키를 세로로 질러 아래로(남쪽으로) 내려가서 카파도키아 지방으로 가는 겁니다.
로비로 내려갔더니 대형 화면에 한국 걸 그룹들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있더군요.
K 컬처(문화)가 튀르키예를 강타한 것은 꽤 오래전의 일입니다.
리셉션 카운터에 부탁해서 택시를 불러놓았습니다.
이게 배낭여행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편하게 돌아다니는 것 같아서 해보는 소리죠.
우리 팀 멤버 4명 나이를 합하면 280살이나 되는데 고생스럽게 여행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렇다고 해서 우리들이 돈에 구애를 받지 않는 재벌 집안 출신도 아니지만 '절약하되 개고생은 하지 않는' 것을 기본 콘셉트로 잡았기에 가능한 것이죠.
택시를 타고 오토가르로 갑니다.
상쾌한 아침입니다만...
우리들이 타야만 했던 메트로 회사의 버스 내 좌석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삼순이라는 도시는 분위기만 살핀 뒤 하룻밤만 머물고 떠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일정상 그렇게 되어버렸네요.
이번 여행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흑해 방면 여행이 써억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오토가르에 도착했습니다.
군데군데 놓여있는 안마용 의자는 공짜로 사용가능한 게 아닙니다.
우리가 타야 할 버스는 오전 10시 출발이네요.
시간이 조금 남았기에 터미널 구경을 하고 다니는 거죠.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하니 화장실부터 다녀와두어야 했습니다. 물론 유료 화장실입니다.
우리가 타야할 버스의 이동 거리가 엄청나더군요. 초름, 카이세리, 네브셰히르, 아다나, 이스켄데룬을 거쳐 하타이까지 가는 겁니다. 아래에 튀르키예 지도를 올려둡니다.
제가 바로 위에서 말한 지명들은 삼순에서 밑으로 내려가면 다 보일 겁니다. 컴퓨터로 이 글을 볼 경우에는 지도를 클릭하면 크게 확대되어 다시 나타납니다. 하타이 주는 안타키아(성경 속의 안디옥) 부근이라고 여기면 됩니다. 이스켄데룬은 알렉산더를 의미합니다. 고대 마케도니아의 영웅 알렉산더(알렉산드로스) 대왕이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대왕과 전투를 벌였던 곳이 이소스인데 바로 이스켄데룬 근처인 거죠.
배낭을 짐칸에 싣고 버스로 올라갔는데...
좌석 번호가 들쭉날쭉이었습니다. 우리들 좌석은 제일 뒤쪽에 배치되어 있었는데 좌석을 보고 성질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남자가 여성과 같이 앉지 않는 것이 현지인 관습이라며 우리 팀 멤버가운데 한 분의 자리를 옮기라고 요구하는 것 정도는 이해가 되지만 그분을 의도적으로 제일 뒷자리로 보내버리더군요. 문제는 통로를 마주 바라보는 한가운데 좌석에 안전벨트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사가 브레이크를 밟을 경우 대책 없이 대책 없이 운전기사 옆 정면 유리창에 밀려가서 충돌해야 할 처지가 아니겠습니까? 제가 남자 차장에게 항의했더니 안전벨트를 찾아주는데 안전벨트 자체가 고장 나 있더라고요. 정상적인 요금을 지불하고 가는데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나요? 기분이 팍 상해버렸습니다. 부근 좌석에 앉아 있던 잘 생긴 튀르키예 젊은이가 번역기를 돌려 자기 나라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니 이해해 달라고 위로해 주네요.
오늘 우리들은 적어도 9시간 정도 버스를 타야 합니다. 튀르키예라는 큰 글자 밑에 카이세리가 보이죠? 거길 거쳐서 왼쪽에 있는 네브세히르까지 가야만 하는데 말이죠. 이게 뭡니까? 아마시아나 초름 같은 도시는 반드시 가보고 싶었습니다만 이번 여행에서도 제외되네요.
버스는 작은 도시를 경유해서 가는데 그때마다 버스 터미널에 들르더군요.
덕분에 멋진 경치를 보며 갈 수 있었습니다.
내륙으로 들어갈수록 황량해지다가 나중에는 너른 평지를 지나더군요.
고원 평야인가 봅니다. 마침내 녹색이 등장합니다.
녹색으로 물든 광활한 밀밭이 도로 양쪽으로 펼쳐지더군요.
호수를 만나는 건 드문 일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앞으로 메트로 회사 버스는 가능한 한 이용하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해 봅니다.
요즈가트 부근으로 접근해 가네요.
휴게소에 들어가려는가 봅니다.
버스에서 내려 휴게소로 갔습니다.
점심시간이 된 거죠.
찻집 주인은 영화배우 율 브린너(=브리너)를 닮은 듯합니다. 그는 <왕과 나>와 <십계> 같은 영화에 출연했었습니다. 율 브린너(=브리너)는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덕분에 우리도 쉴 수 있었습니다.
점심은 어제저녁에 먹다 남긴 치킨소스 케밥을 조금씩 뜯어먹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젠 다시 가야지요.
이 부근은 토기로 유명한가 봅니다.
앞에서 '초름'이라는 도시 지명을 이야기했습니다만 거기는 히타이트 제국의 수도가 있는 '하투샤'가 인근에 있기에 꼭 가보고 싶었던 곳입니다.
토기 몇 점을 보아도 히타이트 제국과 관련된 생각이 떠오르네요.
다시 버스에 올랐습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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