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의 첫 번째 목표는 블랙 포트리스, 일명 '검은 요새'라고 알려진 곳을 가보는 것입니다.
두 번째 목표는 시외버스 터미널에 가서 조지아의 아할치에로 가는 장거리 국제 버스가 있는가를 알아보는 겁니다. 아할치에로 가는 버스 편을 알아두어야 터키로의 이동 경로를 짤 수 있기 때문이죠.
꽃으로 가득한 레스토랑의 분위기와 그 옆에 있는 예배당 건물이 주는 정감이 좋아서 셔터를 눌러보았던 겁니다.
우린 규므리에서 하루만 머물고 조지아로 넘어가려고 합니다.
그러니 4월 초의 짧은 오후에 규므리의 대략적인 분위기를 봐두려는 것이죠.
규므리 시내를 관통하는 M1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걷는 중입니다. 예배당 건물의 색깔과 규모가 남다르다는 느낌이 드네요.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칼바시 공원입니다.
규므리 시내 중심가인데도 분위기는 한적했습니다.
거리가 상당히 깨끗했길래 느낌이 좋았습니다.
하트 모양의 공원도 있네요.
거리 이름이 고르키 스트리트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고르키라면 맥심(막심) 고리키를 나타내는 것일까요? 현지인들의 옷차림을 보면서 학창 시절 읽어본 니콜라이 고골(고골리)의 작품 외투를 떠올렸습니다.
러시아적인 분위기가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는 듯합니다.
특히 이런 녹지대에서는 더욱더 그런 기분을 느낍니다.
러시아를 포함한 동부 유럽의 분위기는 나쁜 말로 하자면 음울, 침울, 우울이 아닌가 같습니다.
좋게 말하자면 침착, 조용함 같은 분위기라고 할 수 있겠지요.
우리나라의 1970년대 후반 분위기와 닮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포플러 나무에 잎이 달리면 분위기가 달라질지도 모릅니다.
M1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녹지대 같은 공원 한가운데를 걸어갑니다.
공원이 끝나는 데서 인도로 올라갔습니다.
부근에 시장이 있는가 봅니다.
눈에 익은 풍경이 나타났습니다. 이 나라에서 이런 모습을 보다니...
돼지 머리였습니다.
영어로 표기를 해주니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르메니아는 동글동글한 모습을 지닌 자기들만의 고유 문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에 키릴 문자를 만나볼 수도 있습니다.
빈한한 가운데에서 깨끗함을 유지하기란 어려운 것일 텐데요...
1 드람이 3.5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식료품 값은 놀라울 정도로 싸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정도 가격이라면 우리 입장에서는 공짜나 다름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감자 한 상자를 사려면 2만 원은 주어야 할 건데요.... 괜히 내가 안쓰러워지고 미안해집니다.
우리는 이제 터미널로 가기 위해 방향을 꺾었습니다.
이박사가 터미널 위치를 파악하고 있길래 따라만 가면 되었습니다.
거리 끝머리에 터미널이 있습니다.
이런 모습 속에서 우리나라 시골 동네의 철물점 같은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터미널로 이어지는 도로는 넓었습니다만...
마음이 짠해지네요.
터미널에 도착했지만 마르슈루트카 같은 것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리저리 헤매다가 간신히 대합실 위치를 찾아서 안에 들어가 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우리가 조지아로 간다고 하자 여러 기사들이 접근해 왔습니다만 그들 영어가 짧으니 말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검은 뿔테 안경을 낀 신사가 자기 딸과 통화를 해보라며 전화기를 들이밀더군요. 딸은 영어가 유창했습니다. 조지아의 보로조미까지 태워주는데 4만 드람이라고 하네요.
내일 아침 10시에 쿠마 호텔로 차를 보내겠다고 하네요. 차량 번호는 MR 777 DO이고 요금은 4만 드람, 흰색 SUV라고 했으니 차량 실물도 확인을 했습니다. 이제 조지아로 가는 교통편은 확보를 했으니 한숨 덜었습니다. 아래 지도를 보기 바랍니다.
아르메니아의 규므리, 조지아의 보로조미 같은 지방 도시들의 위치를 확인해 보셨나요? 우리는 지금 규므리에 와있습니다. 내일 국경을 넘어 조지아로 가려는 것이죠.
이젠 검은 요새를 볼 차례입니다. 다음 글에 계속할게요.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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