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다시 출발해야지요.
아르메니아의 휴게소 분위기를 대강은 파악할 수 있었으니 그걸로 만족합니다. 휴게소 겸 일종의 푸드 코트라고 해야겠지요.
하늘은 흐렸고 주위의 산봉우리에는 눈이 덮여있네요.
아르메니아 건축물들을 보면 특유의 색깔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중해에 있는 그리스 섬들이 하얀색과 파란색을 떠올리게 한다면 여긴 연한 장미색 건물들이 주류를 이룹니다.
고개를 넘어가네요.
4월 이른 봄 풍경 하나만은 기가 막힐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여긴 눈 천지네요.
그리고 십자가들...
고원지대를 내려오자 푸르름이 조금씩 나타납니다. 아르메니아에 신록의 계절은 어디까지 와있을까요?
스마트폰으로 위치를 살폈더니 드디어 예레반 교외까지 온 듯합니다.
가난함과 남루한 기운이 가득하지만 교외 지역은 평화로워 보입니다. 기독교 국가인 아르메니아는 아제르바이잔과 자주 다투고 있습니다. 다툰다는 말은 전쟁을 의미하죠. 터키와도 사이가 극도로 나쁘고 말이죠. 터키와 아제르바이잔은 이슬람 국가이기도 합니다.
드디어 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사실 부끄러운 말이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제가 사전 공부를 조금 적게 해 갔습니다. 박사 친구를 믿고 말이죠. 예레반의 시외버스 터미널 위치도 파악해두지 않고 갔으니 말 다한 겁니다.
일단 터미널 위치를 살폈습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킬리기아 버스 터미널입니다. 잠시 지도를 보도록 합시다. 지도를 누르면 크게 뜰 겁니다. PC에서 말이죠. 이 여행기가 들어있는 블로그는 컴퓨터로 보는 분들에게 절대 유리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도 왼쪽 아래편에 빨간 줄로 밑줄을 그어두고 체크 표시까지 해둔 곳이 킬리키아 버스 터미널입니다. 지도 중앙부가 예레반의 중심가이고요.
돈 아낀다고 시내버스를 타고 가려고 하면 개고생 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팀은 네 명이니까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게 훨씬 경제적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일부러 네 명으로 팀을 맞추었거든요.
우리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삐끼 한 명이 접근해 왔습니다. 그의 소개로 자가용 택시를 탈 수 있었습니다.
박사 친구가 우리 위치를 잘 파악해 준 덕분에 방향감각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요즘 내가 왜 이리 준비성이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시내로 들어가는 중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우리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으니 천만다행이었습니다.
이제 눈에 익은 경치가 등장합니다.
사람 좋은 기사는 우리를 공화국 광장 언저리에 내려주었습니다. 20라리를 주고 타고 온 것이죠.
예레반 시내 중심부에 온 것이죠.
분수대 앞에 배낭을 옮겨두고난 뒤 두 사람을 남겨두고 박사 친구와 호텔을 구하러 나섰습니다.
미리 예약을 안 해두고 현지에서 직접 부딪혀보기로 한 것이죠.
덕분에 꽤나 고생을 했습니다. 미리 인터넷으로 자료를 보고 점찍어 둔 곳은 빈방이 없었습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적당한 가격의 호텔을 찾을 수 없었기에 결국은 큰 마음을 먹고 좋은 호텔에 머무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정한 곳이 아니 그랜드 호텔입니다.
다시 공화국 광장으로 돌아와서 나머지 일행을 만나 호텔로 걸어서 이동했습니다.
Ani Grand Hotel은 공화국 광장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4성급 호텔이죠.
이틀을 묵기로 하고 48,000 드람으로 깎았는데요, 한 사람당 8만 4천 원 정도이니 최고급 호텔에 여장을 푼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아르메니아 현지 돈이 없어서 로비에 배낭을 놓아두고 호텔을 나가 모퉁이를 돌아 대형 슈퍼에 갔습니다. 슈퍼 1층 매장에 아르메니아 은행이 있다는 사실을 리셉션 카운터의 아가씨를 통해 알아냈기에 환전이 가능했던 것이죠.
200유로를 환전해 와서 호텔비를 지불할 수 있었습니다. 4성급 호텔이니 시설이야 굳이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창밖을 통해 멀리 아라랏 산이 보이는 곳이죠. 우리 방은 9층 903호실입니다.
점심을 굶은 것은 물론이고 아직 감기약조차 먹지를 못했기에 잠시 쉬었다가 4시 반 경에 밖으로 나갔습니다. 점심 겸 저녁을 먹어야했거든요.
호텔 가까운 곳에 피자 가게가 있었습니다.
뭘 좀 먹고 기운을 차려야했습니다.
패스트푸드 가게에 가서 콜라, 오렌지 주스, 피자 같은 것으로 저녁을 대신했습니다.
도도 피자였네요.
주문할 때는 고객의 이름을 대어야 하더군요.
음식이 다 만들어지면 전광판에 이름이 뜨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더군요.
참, 세상 많이 변했습니다.
바로 이 가게였어요.
빨리 호텔에 돌아가서 쉬고 싶었습니다.
아침부터 장거리 이동을 하느라 힘들었네요.
몸이 너무 피곤하니 감기가 도지면 안 되길래 은근히 걱정이 되었습니다. 나는 호텔에 남기로 하고 나머지 일행들은 공화국 광장(일부 현지인들은 센터라고 부르더군요)의 야경을 보러 갔습니다.
호텔 앞에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는 투어 회사 소속이더군요.
투어회사 사장님과는 대화를 통해 아르메니아 명소를 확인해 두는 정도로 끝냈습니다.
로비를 통해 엘리베이터로 올라갑니다.
일찍 쉬어야지요.
그런데 이런 시설을 이용하는 이번 여행같은 경우, 과연 나같은 배낭여행자의 스타일에 맞던가요? 젊었던 날 같으면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이야기인데 말이죠.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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