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곳은 물속에 잠겨있어서 물 밖으로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는 곳이 되었어요.
남이 보면 모든 것을 철거해 버린 단순한 폐허이겠지만 여기를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분들은
척 보면 어디라고 단번에 알아채겠지요.
지난달 11월 18일 제천에서 초등학교 동기들 모임을 가졌다고 하더라고요. 졸업생 117명 가운데
33명 정도 참석했다니 대략 30퍼센트 정도가 참석했던가 봅니다.
그동안 서른몇 번 모임을 가졌었다는데 나는 딱 한번 가보았네요. 그것도 한 이십몇 년 전에
가보았으니 이젠 동기들 얼굴과 가슴 한구석에 쌓여있던 아득한 기억조차 가물가물 하네요.
사실 초등학교 졸업식 한 달을 남겨두고 우리 가족이 여기를 떠나 먼 곳으로 이사를 가버렸으니
친구들 얼굴을 기억해 낼 리가 없다는 게 맞는 말인 것 같아요.
남자 친구들도 누가 누구인지 모르겠는데 여학생들은 말해서 무엇하겠어요?
죽기 전에 꼭 한번 정도는 보고 싶은 사람이 몇 사람 있긴 있지만 이제 봐서 뭘 어떻게 하겠어요?
어쩌다가 카페나 기차간 같은 데서 설혹 마주 앉아있다고 해도 서로 이름과 고향을
말하기 전에는 모르는 게 당연하지 싶어요.
이런 공간에서 밝히기 어려운 일로 인해, 깊은 고통(?)을 겪고 있기에
괜스레 서글퍼지는 그런 하루가 되었네요.
도로가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곳 부근에 돌 축대가 보이지요? 거기에 내가 졸업했던
초등학교(예전에는 국민학교)가 있었어요.
평은 초등학교 !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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