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반경이 되자마자 새소리들로 덮이기 시작했어.
침대에 누워 있을 수가 없어서 밖으로 나갔어.
마당을 한 바퀴 둘러보면서 새들의 지저귐을 감상하기 위해서지.
무슨 새들이 그렇게 많은지 몰라. 종류도 다양했어. 가스통 뚜껑 부근에 새 새끼 한 마리가 자라고 있기도 하고 말이지.
어미 새가 시도 때도 없이 먹이를 물어 나르는 걸 보고 확인했어.
새들의 지저귐 중에 가장 압도적인 소리로 질러대는 건 아무래도 뻐꾸기였어.
소리도 독특한 데다가 성량조차 크기만 하니 발군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만큼 목가적이기도 해.
남천 꽃이야. 가을이 되면 빨간 열매가 가득 달릴 거야.
한때는 "접시꽃 당신"이라는 시도 좋아했었는데 이젠 그 시인이 싫어졌어.
그렇게 아내만을 사랑하는 것 같더니만 얼마 안 가서 다른 처신을 하였고, 이젠 그가 대놓고
드러내는 정치적인 색채조차 지극히 유치해졌기 때문이야.
이상한 쪽으로 글이 흘러버렸어. 이 좋은 아침에 괜히 남 이야기를 꺼냈네.
그 사람은 그 사람 인생을 살고 나는 내 인생을 사는 건데 말이야.
천천히 한 바퀴를 돌고 나서 텃밭으로 다시 갔어.
오이와 가지 몇 개, 그리고 상추 잎들을 수확해서 통에 담았어. 부목사님 한분께 가져다 드리려고 마음먹었거든.
그리고는 간단히 아침 식사를 했어. 빵 조금과 주스 한 잔, 그리고 토마토 한 개와 요구르트 한 병으로
한 끼를 때운 거야.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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