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고 가보기로 했어.
그 골짜기에 가보기로 한 거야. 거기가 어딘지
하나도 안 궁금하지?
온 사방에 가을 기운이 가득했던 날이었지.
남천 열매가 빨갛게 물들어가고 있었어.
소들에게 먹일 사료가 길가에 쌓여 있었어.
작은 저수지를 발견했기에 가보았어.
저수지 부근에 시골집이 몇 채 보이더라고.
조용한 동네야.
저수지 물 색깔이 왜 이럴까 싶었어.
더 내려가니까 동해선 철길이 나타났어.
고속철도 밑을 통과해 나아갔어.
탈곡한 볏짚들이 논바닥에 누워있었어.
길은 골짝기 안으로 이어져 있었어.
화곡이라는 골짜기야.
보기보다 골이 넓더라고.
요즘은 시골에도 좋은 집들이 많이 들어섰어.
여기에도 시내버스가 들어오고 있지.
여길 몇 년 만에 와보는 거지?
한 이십여 년은 되는 것 같아.
젊었던 날 가르친 아이들 가운데 몇 명은 이 동네 출신이었어.
이름이 기억나는 아이도 두 세명은 돼.
그 아이들도 이젠 오십 대 중반이 되었을 거야.
국화를 예쁘게 길러놓은 집 앞은 일부러 천천히 걸어갔어.
지난 힌남노 태풍 때 저 집은 피해를 볼 뻔했을 거야.
골짜기를 마구 흘러나간 물이 매섭게 할퀸 흔적이 가득했어.
이 집 앞마당도 제법 할퀴어진 것 같아.
복구 작업을 한 흔적이 보이네.
안으로 더 들어가 보려다가 그 정도로만 살펴보기로 하고 돌아섰어.
개울을 자세히 살펴보니 1급수에만 산다는 물고기들이 보였어.
이런 골짜기에 숨어서 조용히 사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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