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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안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나라안 여기저기 in Korea

남도 자전거 여행 - 강진 : 선한 사람들

by 깜쌤 2021. 6. 24.

 

살짝 비탈진 작은 언덕에 있는 카페였는데 꽃이 가득해서 너무 예뻤던 거야. 

 

 

 

건물 외관의 색도 세련되었어. 미국 양반들이 많이 산다는 보스턴 같은 동부지방 하이클래스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짙은 흑녹색보다는 밝은 색이었지만 말이지. 

 

 

 

가게 문을 열려있는데 주인이 보이지 않는 거야. 몇번을 불러도 감감무소식이길래 약간 난감해지려던 차에....

 

 

 

카운터 위에 꽂혀있는 명함을 발견하고 전화를 걸었어. 안에 계셨던 모양인데 곧 나오시더라고. 아마 내 목소리가 너무 작았던 모양이었나 봐. 

 

 

 

하기야 난 목소리를 크게 내는 사람이 아니야. 평소에도 목소리를 낮추어 조곤조곤하게 이갸기하는 게 내 스타일이지. 

 

 

 

에스프레소 한잔과 뜨거운 물을 주문했어. 크레마가 곱게 떠있는 데다가 향기까지 좋아서 너무 흡족했어. 어느 커피숍이든지 에스프레소 맛을 보면 바리스타의 솜씨를 대강은 짐작해볼 수 있다는 게 내 지론이야. 자랑하는 것 같지만 나는 많은 나라를 떠돌며 에스프레소를 마셔보았어. 

 

 

 

커피 한잔을 주문했는데 바리스타 주인 아줌마가 직접 만들었다는 쑥떡과 바깥양반이 직접 떴다는 꿀까지 내어오신 거야. 나는 감격할 수밖에 없었어. 

 

 

 

남도의 후한 인심이 돋보이는 순간이었어. 여행을 하다가 만나는 정말 못잊을 순간이지. 터키 동부 산간지방을 떠돌다가 시골 영감님으로부터 대접받은 차 한잔 생각이 났어. 

 

https://blog.daum.net/yessir/15599134?category=1710101 

 

개들과 함께 춤을 4 - 차얻어 마시기

   영감님 한분이 허겁지겁 뛰어나오시더니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터키말을 모르는지라 우리말로 인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안녕하십니까?" 그는 우리보고 들어오라는 손짓을 해왔다. "차이"

blog.daum.net

난 죽기 전에 이 영감님만은 다시 한번 더 만나고 싶어. 만날 수 있다면 이번에는 내가 커피 한잔을 대접하고 싶어. 

 

 

 

내가 <초당가는 길> 카페에서 받은 감동이 바로 그런 것이었어. 이 귀여운 개 이름이 복덩이였던가? 왜 이리도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거야?

 

 

 

잠시 쉬면서 카메라 전지 충전을 했어. 그리고는 노트북을 꺼내서 내가 좋아하는 안드레 리우의 음악을 들었어. 이런 음악이야. 꼭 눌러보기를 원해.

 

https://www.youtube.com/watch?v=qMuKw1NYpjs 

들어보았는지 모르겠어.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

 

 

 

보슬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이어서 그런지 약간 추웠어. 이심전심이었을까? 주인 어른이 잠시 불을 피워주었어. 

 

 

 

이 집에서는 꿀도 판매하는가봐. 다른 손님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택배를 보내는 것 같았는데 주인 아줌마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내가 슬며시 찍어둔 사진이야. 

 

 

 

한 시간 이상을 쉬며 기력을 회복했으니 이제 다시 길을 나서야지.

 

"박효정 바리스타님! 감사합니다. 그날 베풀어주신 후의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강진에서의 추억이 워낙 좋았기에 틀림없이 한번 더 갈 것 같아. 해남 가는 길에 말이지. 

 

 

 

아참, <카페 초당 가는 길>에는 야옹이도 한 마리 키우고 있었어. 아주 도도한 녀석이었지. 

 

 

 

"똘똘하기 그지없는 댕댕이! 다음에 또 봐." 

 

 

 

카메라 충전이 조금 이루어졌기에 스마트 폰을 넣어두고 디지털카메라로 카페 외관을 찍어보았어. 

 

 

 

피자도 하는 가봐. 

 

 

 

나는 강진 읍내를 향해 페달을 밟았어. 아까 들어갈 때 보았던 간판을 다시 만났어. 

 

 

 

반사경에 비친 비맞은 내모습이 제법 초라했어. 

 

 

 

카메라 렌즈에 안개같은 물방울이 묻어오기 시작했어. 

 

 

 

다시 바다를 만났지. 

 

 

 

왔던 길을 따라 돌아가는 거야. 

 

 

 

가우도 방문은 포기했지만 아쉽지는 않았어. 

 

 

 

영랑선생 생가와 다산초당을 본 게 어디야?

 

 

 

강진 여행의 목표를 충분히 달성한 거지. 

 

 

 

전화로 예약해둔 모텔을 찾아갔어. 

 

 

 

샤워를 하고 잠시 쉬었다가 강진 읍내로 저녁을 먹으러 갔어. 

 

 

 

사람들이 많았어. 강진 읍내에는 다른 그 어느 곳보다 치킨집이 많더라고. 

 

 

 

나는 전기 구이 통닭 한 마리를 사 왔어. 체구 자그마한 녀석이었기에 귀한 생명을 너무 일찍 빼앗아버린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더라고. 그러면서도 남기지 않고 다 먹어치웠으니 '악어의 눈물'을 가진 자가 바로 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런 뒤에는 음악을 더 듣다가 쓰러져 잤어. 내일은 순천으로 가야지. 순천을 거쳐 집으로 가려는 거야.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