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목사고을 시장을 나와서 길하나를 건넜더니 옛 성문이 보이는 게 아니겠어?
나주읍성 동문터였던 거야.
나주는 마한시대 때부터 고을로 존재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고 했어. 마한을 이루었던 54개국 가운데 불미지국이라는 이름을 가진 부족 국가가 나주에 터를 잡고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는 거야.
나주는 충분히 그럴 만한 곳이야. 들도 넓고 물도 풍부한 곳이거든.
지금 남아있는 것은 조선시대 때 축성한 읍성의 일부분일 거야.
읍성은 한 고을을 다스리던 치소가 있던 곳이야. 그러니 어떤 곳에 읍성이 존재했다는 것은 그만큼 그 지역이 중요한 삶의 거점이 되었다는 말이기도 하지.
나는 경북의 읍성에 관해 나름대로 상세하게 자세히 설명한 책을 한 권 가지고 있기에 탐독을 했었어. 그러니 그 정도라도 아는 거지 안 그러면 내가 어떻게 이런 사실을 알 수 있겠어?
읍성 동문터 옆을 흐르는 나주천을 따라 올라갔더니 나주 버스 터미널이 나오더라고.
이어서 금호사라는 사당이 등장했어.
나주 나 씨 문중과 관련 있는 흔적이라고 들었어.
그런데 말이야, 내가 여기서 아주 등신 짓을 해버렸어.
무슨 말인가 하면 금호사를 끼고 있는 바로 뒤편 남산이 나주 정신문화의 핵심지인데 그걸 몰랐던 거야. 몰랐으니 그냥 지나쳐버리고 만 거지.
지금 생각해도 후회스러워.
나주천은 깨끗한 편이었어.
모퉁이를 돌아갔더니 규모가 큰 성문이 나오는 것이었어.
아마 이 부근에 읍성이 존재했던 모양이야. 아까 거기가 동문터였다면 지금 이 유적이 있는 이 부근이 읍성 안이었겠지.
이제 내 목적지는 나주 기차역이야.
기차역에 가서 시간표를 알아두어야 했어. 그래야만 운신의 폭이 넓어지거든.
고속철도가 저 밑으로 지나갈 거라고 생각했어.
짐작한 대로 철로를 만났어. 목포와 광주로 이어지는 선로겠지.
광주학생운동의 진원지였던 나주 역사터를 그냥 지나치고 말았네. 반대편으로 달렸어야 했는데 그걸 몰랐던 거야. 등신 짓을 벌써 몇 번째 하는 거야?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내가 바로 그런 꼴을 만났던 거야.
새로 만든 나주역에만 신경을 쓰다가 돌이킬 수 없는 참담한 결과를 만들어버리고 말았던 거지.
고속 열차를 보내고 난 뒤 다시 달렸어.
그랬더니 최석기 가옥이 나타났어. 문이 닫혀 있어서 안을 볼 수가 없었어.
마침내 숙소 하나를 발견했어.
빛가람 호텔이야. 인터넷으로 살펴본 곳이었는데 여기서 묵을까 하다가 마음을 고쳐먹고 영산포 부근에서 숙박하기로 했었지.
가성비가 좋다고 소문이 나 있더라고.
나주역에 가보았어. 2018년 목포 인근을 자전거로 돌아다니다가 부산으로 돌아갈 때 그냥 지나쳤던 곳이야.
이제 역 건물 속으로 들어가 볼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거야.
나주에서 순천, 부전으로 가는 기차는 하루에 한대만 있었어. 부전은 동해선 출발지이자 종점이라고 보면 돼. 나주역 앞 사거리에 있는 편의점에서 물을 사서 마시며 잠시 쉬었어.
그런 뒤 힘을 내어 말로만 듣던 영산포 철도공원을 찾아갔어.
기진맥진 해지기 시작했어. 머리카락 허연 영감쟁이가 하루 종일 자전거 페달을 밟아댔으니 지치는 게 정상 아니겠어?
영산포는 나주에 있던 옛 항구라고 알고 있어. 한마디로 나주는 예전부터 물산과 교통의 요충지였다는 말이라고 생각해.
그러니 철도공원이 있는 것인지도 몰라.
아마 전라선 직선화, 복선화 공사를 하며 흉물로 남을 뻔한 예전 영산포 역을 재활용했던 것 같아.
멋진 아이디어라고 생각해.
레일 바이크도 있더라고.
시민들의 휴식처인 것 같았어. 나 같은 나그네에게는 멋진 눈요깃감이기도 하고 말이지.
나주시 지방자치단체 관계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어.
이만하면 멋지지 뭐.
자전거를 타고 계속 달려 나가다가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어.
오늘 하루 나의 마지막 목적지는 영산포 버스 터미널 부근인데 너무 멀리까지 나간다 싶었던 거야.
그래서 돌아섰어. 영산포를 찾아가서 전화로 예약해둔 호텔에 빨리 들어가 쉬고 싶었어.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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