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내가 지나온 곳이지.
호미반도에 그런 멋진 길이 있는 줄 몰랐어.
작은 여 위에 갈매기들이 소복하게 모여있었어.
녀석들은 먹이활동도 멈추고 있었지.
몽돌들 색깔이 예쁘더라고.
한때는 수석에도 정신이 팔렸었지.
나는 다시 바닷가 골목길로 올라왔어.
이런 길만 이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을 앞바다에 테트라포트를 엄청 깔아 두었네.
포구를 보호하기 위해서일 거야.
포구 안은 호수나 마찬가지였어.
물고기들은 거의 보이지 않더라고.
흥환리 부근이지.
나는 다시 자전거를 끌고 걸었어.
이런 식으로 가다가 목적지에는 언제 도착할지 모르겠네.
그래도 아직은 시간이 많다 싶어서 꾸준히 걸어 나갔어.
이런 길이라면 종일이라도 걸을 수 있을 것 같아.
데크가 끊어지면 자갈밭을 걷기도 했어.
누가 버리고 간 원숭이일까?
혹시 아이들이 잊어버리고 갔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가만히 놓아두었어.
멋진 데크길이 또 나타나네.
경치 좋은 곳에서는 일부러 천천히 걸었어.
바닷물 속에 일렁이는 것은 모자반일까?
이런 길에서 서둘 필요가 있을까?
봄에 왔더라면 더 좋을 뻔했어.
데크가 끝나는 곳에는 낚시꾼들이 떼거리로 몰려있었어.
이 분은 뭘 줍고 있는 것일까?
드디어 도로가 보이기 시작했어.
흥환이라는 곳이야.
건너편은 포항 신항만 같아.
참으로 한가한 풍경이 이어지고 있었어.
옛날 도로로 올라가서는 천천히 달려 나갔어.
바닷가로도 길이 있었는데 없다고 착각을 해서 도로로 올라서버린 거야. 머리가 희미하면 손발이 고생하는 법이지.
호미곶까지는 11킬로 미터라니까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지.
나는 다시 바닷가로 나아갔어. 발산 장로교회야. 그러니까 여기가 발산이라는 말이겠지.
도로는 다시 언덕으로 이어지더라고.
쉼터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어.
쉼터 돌기둥을 살펴보다가 익숙한 이름을 발견했어. 한참동안 잊어버리고 살았던 이름이었지.
동화 <아버지의 바다> 중 일부분이 소개되어 있더라고.
김일광 선생님과는 포항에서 아이들이 제출한 글짓기 원고 심사도 같이 했던 기억이 있어.
아직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계시는 것 같아. 나중에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호미 어디에 사신다는 거였어.
언덕길을 다 오르자 길은 다시 바닷가로 이어지더라고.
이런 길만 이어진다면 나 같은 약골도 종일이라도 라이딩할만하지. 그러나....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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