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를 꼭 보고 싶었어. 여기서 말하는 호미는 시골에서 농사짓는데 꼭 필요한 농기구 호미 말고, 포항 부근의 호미 반도를 말하는 거지.
저번에는 자전거를 타고 호미 반도에 있는 어항 구룡포를 보았잖아? 이번에는 자전거를 타고 호미 반도를 한 바퀴 돌아보려는 거야.
경주에서 구룡포로 가는 ㅅ부장님의 차를 타고 가다가 도구해수욕장과 가까운 금광리에서 내렸던 거지.
이제부터 출발하는 거야. 오늘의 목표는 구룡포 항구야.
금광리 부근의 금광지부터 들러서 저수지 모습을 살펴보고 가기로 했어.
제방으로 올라가 보았지.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어. 모처럼 날이 확 풀려서 그런지 봄날 같은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지.
금광지 물은 거울처럼 매끈했어. 산책하는 분들이 제법 보이더라고.
모든 게 평화스러워 보이던 봄날이었어.
나는 이 골짜기를 따라 내려가서 바닷가로 나가려는 거야.
요즘은 시골 어지간한 동네마다 운동시설이 만들어져 있어.
저 앞이 바다겠지?
구룡포로 이어지는 새 도로 밑을 지나갔어.
워낙 도로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길을 잃을 염려는 없었지.
구룡포까지는 32킬로 미터라니까 오후 4시까지는 갈 수 있을 거야.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여섯 시간이었어.
매화꽃이 벌써 피어 있었어. 그날이 2월 22일이었으니까 빠르게 핀 것도 아니었지만....
포항 철강단지가 멀리 보이더라고.
나는 이런 바닷가를 따라갈 거야. 문제는 도로가 평탄하지 않다는 건데 말이지.
단순하게 구룡포까지 달리려고 하면 굳이 바닷가로 나갈 필요가 없지만 오늘 내가 생각하는 길은 최대한 바닷가로 붙어서 달려가는 것이었어.
그런 식이니 온갖 어촌 마을을 다 보면서 가게 될 거야.
바닷물도 잔잔하기만 했어.
갈매기까지도 작은 돌 위에 올라앉아 쉬고 있었어.
호수나 바다나 고요하긴 마찬가지였어.
이제 내가 가려는 길을 이해할 수 있겠지? 중간에 자전거 길이 없는 곳이 많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가 보는 것은 처음이야.
산 위에 멋진 건물이 보이더라고. 저 건물의 정체는 곧 밝혀지겠지.
확실히 우리나라가 부자나라 된 게 맞아. 예전에는 이런 작은 포구에 멋지게 만들어진 방파제를 보는 게 정말 어려웠거든.
언덕으로 길이 이어지더라고.
올라가 보았더니 군 휴양시설인 것 같았어.
청룡회관이라고 했으니 해병대 관련 휴양시설이겠지?
옛날 도로로 나갔어.
오늘 갈 길이 아무리 멀고 급하더라도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은 반드시 들어가 보아야겠지?
자전거를 세울 수 있는 시설이 있길래 찾아서 세워두었어. 보는 것처럼 나는 요즘 미니 벨로를 타고 다녀.
미니벨로라는 게 종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어지간하면 접어서 승용차에 실을 수도 있고, 기차에도 버스에도 짐칸에 싣는 게 가능하기 때문에 정말 편리해. 하지만 바퀴가 작아서 속력은 많이 나질 않아.
연오랑세오녀 이야기는 어디서 많이 들어보았겠지?
신라 초기 시대 때 일본을 다녀온 사람들 이야기와 비슷하지.
기록으로 전해지는 이야기가 조금 허황하다 싶지만 그분들은 나름대로 심각한 모험을 했을 거야. 내가 설명하는 것보다 나무 위키에 기록된 내용을 원문 그대로 소개할 테니 참고하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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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八阿逹羅王即位四年丁酉東海濵有延烏郎細烏女夫婦而居. 一日延烏歸海採藻忽有一巖負歸日本. 國人見之曰 “此非常人也”, 乃立爲王.
(신라의) 8대 아달라왕 4년 정유(157)[2]에 연오랑, 세오녀 부부가 동해안에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연오가 해초를 따다가 바위가 움직이더니 그를 실은 채 바다를 건너 일본으로 갔고, 일본인들은 비범한 사람이라며 왕으로 삼았다.
細烏恠夫不來歸尋之見夫脫鞋亦上其巖, 巖亦負歸如前. 其國人驚訝奏献於王, 夫婦相㑹立爲貴妃.
세오는 남편이 돌아오지 않는 것을 이상히 여기다 남편이 벗어놓은 신발을 보고 바위 위에 올랐다. 그러자 그 바위는 또다시 움직여 세오를 일본으로 데려갔고 세오는 연오와 다시 만나 왕비가 되었다.
是時新羅日月無光. 日者奏云 “日月之精降在我國, 今去日本故致斯怪.” 王遣使來二人, 延烏曰 “我到此國天使然也. 仐何歸乎. 雖然朕之妃有所織細綃, 以此祭天可矣.” 仍賜其綃. 使人來奏, 依其言而祭之然後日月如舊. 藏其綃於御庫爲國寳, 名其庫爲貴妃庫. 祭天所名迎日縣又都祈野.
한편, 그때 신라에서는 해와 달이 빛을 잃었다. 신라 아달라왕이 점술가를 불러 까닭을 점치게 하자 점술가는 우리나라의 해와 달의 정기를 품은 이들이 일본으로 갔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이에 신라 왕이 사람을 보내어 연오와 세오에게 돌아오도록 촉구했으나 두 사람은 돌아올 수 없다 하고 대신 세오가 직접 짠 비단을 보내었다. 왕이 그 비단으로 하늘에 제사를 지내자 비로소 해와 달이 빛을 되찾았다. 그 비단을 국보로 보관한 창고를 귀비고(貴妃庫), 비단으로 제사를 지내던 곳은 훗날 도기야(都祈野) 혹은 영일현(迎日縣)이라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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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글의 출처는 아래의 주소와 같아.
그 이야기를 살려서 테마 공원을 만들어두었지.
터무니없는 이야기로 매도하기 전에 스토리텔링 기법을 잘 활용한 사례로 받아주었으면 해.
싱가포르를 가보면 싱가포르의 상징인 멀라이언 이야기가 수도 없이 나오잖아?
테마공원의 위치가 절묘하다 싶었어.
무슨 짐승처럼 보여? 누가 봐도 호랑이겠지? 호미반도라고 하면 범 호자에다가 꼬리 미를 써서 호미라고 해.
지도상에 나타난 한반도의 모습을 보고 우리나라가 토끼를 닮았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토끼가 아니고 호랑이라는 것이 정설이야. 중국이라는 나라는 닭을 닮았지. 그래서 그런지 행동하는 수준이 거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들어. '무슨 대가리'라는 말이 생각나네.
상징탑 앞을 지나갔어.
이런 전시물은 어느 분의 아이디어인지 모르지만 창의성 하나는 기가 막히다 싶었어.
마주 보이는 도시가 포항시야.
둥글게 보이는 건물은 귀비고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어.
바닷가에 이런 멋진 공원이 있다는 것은 상상도 못 했어.
다른 분들이 올린 글과 사진을 보고 언젠가 한 번은 반드시 가봐야겠다 싶었는데 드디어 여기까지 오게 된 거지.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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