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도 해결했고 기차 시간표도 확인해두었으니 이젠 묵호항을 향하여 출발해야지.
지도를 가지고 확인해보니 묵호와 동해 사이는 그리 먼 거리가 아니었어.
큰 도로를 따라 직선으로 달려나가기만 하면 될 것 같았어.
처음에는 길을 바르게 잘 잡아서 달려 나갔지.
그러다가 해변으로 가고 싶어서 방향을 튼 것이 실책이었던 거야.
해변 산길로 들어섰더니 처음에는 좋았어.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길이 이상해지는 거야.
멋진 풍경 때문에 기분조차 좋아졌어. 수상함을 누를 정도로 말이야.
그런데 인적이 점점 사라지더니 분위기가 이상해지는 거야.
산책하거나 걷기에는 그저 그만인 멋진 길이었지만 자전거 타는 라이더들에게는 그렇지 못했어. 알고 보니 한섬 해안길로 들어섰던 거야.
뭔가 수상하다 싶어서 자전거를 세우고 지도 검색을 해보았더니 이런 길을 따라 묵호까지 가면 시간과 체력이 부족할 것 같았어.
묵호에서 동해까지 반드시 돌아와야 했거든. 그래서 아쉽지만 어쩌겠어? 돌아서야지.
길을 잘못 든 곳 부근까지 돌아와서는 바닷가로 나갔어. 편의점 테이블에는 금발머리 외국인 모자가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더라고.
한섬 해수욕장이야.
한적하고 조용한 곳이었어. 해변으로 기찻길이 지나가고 있더라고.
혼자 앉아서 쉬었어. 조금 멍 때리고 있다가 사진기를 꺼내서 주위를 찍으려고 했더니 메모리 카드의 저장 용량이 다 되었다는 메시지가 뜨는 거야.
무슨 일인가 싶어 확인해보았더니 카메라에다가 4기가짜리 메모리 카드를 넣어왔던 거야. 보통은 16기가짜리를 써왔는데 이게 무슨 실수인가 싶었어. 결국 시내에 들어가서 문구점을 찾아갔어. 32기가짜리 메모리카드를 하나 사서 끼웠어.
그런 뒤에는 다시 동해역을 향해 돌아간 거야. 감추사라는 절이 해변 어디엔가 있는 것 같았어.
예배당도 보았어.
체육시설장 부근에 자라는 자작나무를 보고 자전거를 세웠어.
철길 너머로 골프장이 있더라고.
자작나무 잎새마다 단풍이 들어있었어.
동해역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을 발견했어.
기차역에 도착했더니 한 시간 반 정도의 여유가 생긴 거야.
편의점 앞 벤치에 앉아 저녁을 겸한 간식을 꺼내서 먹기로 했어.
기차역 대합실에 갔더니 잡지가 보이는 거야 한 권 가지고 와서 뒤적거렸지.
영동선 시간표를 확인해두었어. 고속열차가 강릉을 거쳐 동해시까지 이어지더구먼.
오후 4시에 출발하는 부전행 열차를 타기 위해 플랫폼으로 나갔어.
나는 무궁화호 열차를 탈 거야.
바로 이 녀석이지.
자전거를 접어서 제일 뒷좌석 사이 빈 공간에 넣어두었어.
어두워지기 전까지만 바깥 구경을 할 요량으로 있었어.
기차가 출발하고 나자 이내 어스름이 묻어오기 시작했어. 산간지역으로 들어서자 물길이 맑아지면서 산이 높아짐과 동시에 골이 깊어가기 시작했어.
이 열차는 철암을 지나고 승부, 분천 같은 오지를 지난 뒤에는 봉화, 영주를 거쳐 안동, 의성을 지나 부산광역시를 향해 달려갈 거야.
철암을 지나자 곧 어둑해지기 시작했어.
승부 경치만은 조금 싶었지만....
거기까지였어. 내 첫 기억이 시작되는 승부 철도관사 앞을 지날 땐 창밖이 완전히 캄캄해져 버렸어. 그렇게 2박 3일간의 강원 남부 자전거 여행을 끝낸 거야. 지난달인 11월 중순의 일이었어.
지난봄, 승부 여행의 추억은 아래 주소에 들어있어. 사진 속의 철교 위를 달리는 기차에서 찍은 사진이, 바로 위에 올려둔 사진이지.
http://blog.daum.net/yessir/15869627?category=1710120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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