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리 마을은 깔끔해 보였습니다.
이런 곳이라면 밤에 별을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울진을 향해 천천히 달려가 봅니다.
이제 18킬로밖에 남지 않았네요.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통량이 적으니 자전거 전용도로나 마찬가지입니다.
도로가에는 펜션도 보이네요. 감을 가득 매단 나무가 아름답기만 합니다.
이런 길이라면 종일토록 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전거 상태와 체력만 허락한다면 말이죠.
절벽을 끼고 모퉁이를 돌아나갑니다.
한 번씩은 자전거를 세워두고 뒤를 돌아다보았습니다.
오늘 일정의 좋은 점은 내리막 길이 줄기차게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불영계곡을 이루는 산들은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물과 산과 계곡이 아름다운 데다가 하늘까지 푸르기만 하니 나무랄 것이 없는 길입니다.
또 2킬로미터나 내려왔네요.
뒤에 남겨두고 가는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서 천천히 달리려고 노력해야 할 처지입니다.
그래도 계곡에 내려갈 엄두는 나지 않았습니다.
시내버스 정류장을 보며 현재 내가 있는 위치를 확인해둡니다.
선유정이라는 이름을 가진 곳을 만났습니다. 현대식 정자가 있길래 무조건 쉬어 가기로 했습니다.
일단 위층으로 올라가 보았습니다.
마침 푸드 트럭도 만났으니 뭘 좀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짠돌이 정신 구현에 충만한 이 몸인지라 선택지는 아주 단순했습니다.
컵라면 큰 것을 골랐더니 김치는 덤으로 주시네요.
말을 섞어보니 주인아줌마는 원래부터 친절하신 듯했습니다.
자전거를 타다가 산중 휴식처에서 사먹는 컵라면은 꿀맛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아까 불영사 주차장에서 점심으로 생각하고 먹은 것들은 순식간에 간식이 되고 말았네요.
속도 든든히 채웠으니 다시 출발입니다. 아참! 라면값은 삼천 원이었습니다. 편의점 가격보다는 비싸지만 아줌마도 먹고살아야 하니 그 정도는 오히려 고마울 지경입니다.
이제 13킬로미터 밖에 남지 않았네요.
모퉁이를 돌았더니 두 번째 정자가 나타납니다.
방금 전에 쉬었지만 이쁜 정자를 만났으니 안 쉬어갈 수 있니요? 불영정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여기에도 푸드트럭이 세워져 있었지만 사람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의자 밑에는 야옹이 한 마리가 내 눈치를 살피고 있었습니다.
내 얼굴 자체가 흉기 수준이며 무기인지라 짐승들도 나를 피해서 잽싸게 내뺍니다. 내 싫다고 도망가는 녀석을 굳이 따라갈 일이 있던가요?
정자에 올라 계곡을 살펴보았습니다.
계곡으로 내려가는 통로가 있었지만 참았습니다.
나중에 틀림없이 더 멋진 곳을 만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정자에서 내려가야지요.
나를 피해 피난 갔던 야옹이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네요. 조금 섭섭해집디다.
다시 출발합니다.
달리면서 사진 찍는 신공을 발휘해가며 말입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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