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급했길래 무작정 마구 내달렸어.
중간에 봐야 할 것들은 저번에 보았다는 핑계를 대고 무시하고 나아갔지.
얼마나 갔을까? 한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어.
워낙 선하신 분이기에 만나는 장소에 대해 신경이 쓰이셨던가 봐.
나는 범서로 들어가는 입구 부근을 만남의 장소로 찍어두고 있었어.
내가 그분을 만나려고 했던 이유는 속이 답답했기 때문이야.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탈이 있었지.
이렇게 계속 올라가면 KTX 울산역에 도착할 수 있을 거야.
범서 대교 밑을 지나서 계속 상류 쪽으로 올라갔어.
범서로 들어가는 다리 부근에서 한의사 선생님께 전화를 드려보았더니 범서 대교 밑에서 기다리신다는 거야. 그래서 다시 방향을 바꾸어 시내로 내려가야헸어.
다리 밑에서 만날 수 있었어. 몇 년 만인지 모르겠네.
오후 진료시간 때문에 이십여분 정도 짧은 대화를 나누고 곧바로 헤어졌어.
준비해간 커피를 매개체로 삼아 대화를 나누기엔 시간이 너무 짧았어.
그냥 얼굴만 보고 내려오고 싶었는데 귀한 선물을 안겨주시는 거야. 너무 미안하고 부끄러웠어.
세상살이 인연은 정말 묘한 것이었어.
어설프기 짝이 없는 내가 그분의 부인과 처남을 가르쳤던 영광을 가진 것이지.
그분은 자식 농사를 잘 지으셨어. 너무 흐뭇했어.
자식들을 반듯하게 길러내신 데다가 큰 아들을 의과대학에 넣으셨으니까 말이지.
3시경에 돌아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태화강 역으로 가는 길이지.
울산은 참으로 세련된 도시가 되었어.
인생을 살아보니까 교만과 무지가 참으로 큰 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
식견과 견문이 없는 자가 알량한 지식으로 쌓은 자만심으로 무장하여 자칭 지도자로 나서는 게 참 무섭다는 사실을 함께 깨달은 거지.
그런 자들이 위정자나 교육자로 있는 세상은 생각만 해도 끔찍해. 나도 그런 부류의 인간이었던 거지.
선하고 능력있고 정직하되 식견 있는 그런 분들이 많아야 하는데 말이지.
나이가 들어서 느낀 건데 아무것도 아닌 나 같은 자가 남을 가르치며 살았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워졌어.
태화강 역 부근까지 왔어.
강변 자전거길을 벗어나서 기차역으로 가야지
기차역 옆에 짓는 건물은 무엇인지 모르겠네.
차표를 사서 플랫폼으로 나갔어.
한의사 선생님께 큰 부담을 지워드린 것 같아서 부끄럽기만 했어.
"잘 복용해서 건강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거듭 고맙고 너무 죄송합니다."
그게 10월 21일 수요일의 일이었어. 벌써 3주일 전의 일이 되어 버렸어.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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