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1일 수요일, 오전 자전거를 가지고 기차를 탔어.
기차는 순식간에 불국사역을 지나치더니 입실 역을 향해 달려 나갔어. 경주 반월성 앞으로 흐르는 남천 지류에는 모래가 가득했어.
경주시 입실, 모화부터는 공장들이 즐비해. 그런 걸 보면 여긴 벌써 울산권이라 볼 수 있지.
일반 열차에 자전거를 싣기 위해서는 접이식이어야해.
호계역에서 내렸어.
자전거를 펴서 조립했지. 접이식이어서 간단하게 조립할 수 있어.
플랫폼 양쪽에 정차했던 차들이 출발해 버리고 나자 혼자만 남았어.
호계역에서 내려본 건 처음이야. 여긴 한 번도 온 적이 없어.
사실 경주 남쪽으로는 내려올 일이 거의 없었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어.
안전요원 청년이 플랫폼을 확인하고 있었어.
자전거를 끌고 대합실을 나서자 시장거리가 펼쳐졌어. 사람 사는 맛이 나더라고.
동해선 전철화가 이루어지면 이 기차역도 사라질 것 같아. 부근에 송정역이라는 이름으로 기차역이 건설되고 있거든.
나는 기차역 앞에 있는 분식집에 가서 김밥 한 줄을 샀어. 기차여행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는 집이었는데 김밥을 마는 아줌마 솜씨가 달인급인 것 같았어.
기차역 바로 옆에 붙어있는 주차장을 지나 남쪽으로 내려갔더니 철도관사 건물이 보이는 거야.
더욱 놀라운 건 철도관사 주민을 위한 우물이 보이는 거였어.
맞아! 확실해! 이건 예전에 만든 우물 맞아. 지붕과 기둥이 딱 일제강점기에 만들었던 그 스타일인 거지.
동해남부선이라는 이름으로 부산에서 울산, 경주를 거쳐 포항까지 철도가 개통된 것이 1935년 경의 일이니 당시 시설물이 틀림없는 거야.
이 철도관사 건물은 아직도 쓰이고 있는 것 같아. 반쪽은 현대식으로 개조되어 버렸는데 남아있는 반쪽만이라도 살려서 보존했으면 싶어. 창고 건물과 우물까지 남아있는 철도관사 건물은 그리 흔하지 않을 텐데....
근대화 문물로 지정해서 살려두어도 될 것 같은데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제 이런 근대 문물도 다 사라져 가는 중이지.
나는 다시 도로로 나갔어.
철길을 만나서는 벌판으로 나갔던 거야.
외곽도로(7번 국도)가 기찻길과 농로와 나란히 달리고 있었어.
컴퓨터로 조사를 해보았더니 7번 국도와 동천이라는 이름을 가진 하천이 나란히 달리고 있었고 동천에는 자전거 길이 만들어져 있는 것 같았어.
그래서 동천으로 나가는 길을 찾느라고 시간을 조금 지체하고 말았던 거야.
저번 여름에 울산 왔을 때 못 만나 뵈었던 한의사 선생님을 만나는 게 오늘의 목적이었어. 그런데 차질이 생겨버린 거지.
현지 주민에게 길을 물어 동천으로 나가는 길을 찾았어.
이젠 다 된 거나 마찬가지야. 멀리 비행장이 보이더라고.
비행장 사진까지 찍어 공개할 일은 없지 않겠어?
마침내 동천 둑길로 올라갈 수 있었어. 이제부턴 태화강까지 달리기만 하면 될 거야.
동천 개울에는 모래가 남아있었어.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모래를 퍼 내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귀한 모래강인 내성천을 망가뜨린 자들을 생각하면 분통이 터져.
경주 반월성 앞을 흐르는 남천(=문천)도 모래강인데 그 가치를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안목과 식견이 부족하면 관광자원을 던져주어도 모른다니까.
자전거도로와 산책로의 구별이 확실했어. 울산만 해도 앞서간다는 생각이 들더라니까.
내가 사는 어느 어느 시는 확실히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어. 세밀성이 떨어진다는 거지.
시민들이 나와서 게이트 볼을 즐기고 있었어.
게이트 볼을 즐기던 엄마 생각이 나더라고. 나도 한번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마음뿐이야.
어디 적당한 자리를 찾아서 김밥을 까먹고 가야 하는데 말이지.....
시계를 보니 열두 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어.
오후 1시 조금 넘어서 범서 부근에서 한의사 선생님을 만나야 하므로 마음이 급해졌어.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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