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과일을 조금 구해왔습니다. 이런 열매가 맺히는 과수나무가 있는 집에 방문 가게 된 김에 주인 허락을 받고 조금 따왔다고 하네요. 그냥 척 보면 자두 같지만 제가 보기에는 '오얏'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얏이라고 하니까 젊은 분들은 낯설어할 수 있는데 이(李)씨 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상식으로 알고 있어야 합니다.
경상도 일부 지방에서는 추리라고도 했습니다. 주로 안동이나 영주 부근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곳에서는 애추, 고약, 혹은 고약보다 좀더 강한 소리로 꼬약이라고도 발음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오얏이니 애추, 추리, 고약이니 하는 말은
이제 자두라는 낱말에 밀려 거의 죽은 말이 되고 말았습니다.
자두라고 불러도 된다 안된다하고 제가 함부로 결론 내릴 수 있는 말은 아니기에 말하기가 뭣합니다. 하여튼 이제 이런 과일들은 우리 주위에서 사라지고 있는 중입니다. 우리가 흔히 먹는 참외 같은 과일은 세계적으로 귀한 과일이기도 합니다. 특히 개구리참외는 복원시켜 일반화하지 않으면 곧 사라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봅니다. 마치 얼룩소처럼 말이죠. 박목월 님의 시에 등장하는 '얼룩송아지'는 외국에서 들어온 그런 송아지라기보다는 우리나라 전통 소인 칡소를 두고 부르는 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이 집 뒤편에 오얏나무 밭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도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이라 학교 수업을 마친 뒤 고개를 넘어 집에 가다가 배고픔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밭에 슬며시 들어가 서너 개를 따먹은 기억이 나는데 나중에 누가 보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이실직고하고 잘못을 빌었었네요.
아내가 얻어온 것이기에 한입 베어물었다가 너무 시어서 몸을 떨었습니다. 새그랍고 쓰고 살짝 떫은맛까지 스며들어 있었지만 어렸을 때 맛본 그 기억 때문에 끝까지 다 먹었습니다. 알이 잔 것이 흠이긴 해도 쟁반에 담아 서재에 가져와서는 컴퓨터 책상 옆에 두고 식사 후에는 꼭 한두 개씩 먹고 있는 중입니다. 덕분에 이를 닦을 때도 신맛을 느낍니다.
우리 세대가 사라지고나면 이런 과일도 식탁에서 없어질게 뻔합니다. 오얏이라는 말이 사라진다는 것은 비극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성씨와 관계있는 과일이기에 잘 개량하고 보존해서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어리
버리
'사람살이 > 세상사는 이야기 2 My W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야옹이 욕심을 내겠습니까? (0) | 2020.07.14 |
---|---|
물고기 욕심을 내겠습니까? (0) | 2020.07.13 |
잘 먹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0) | 2020.07.06 |
내가 즐기는 유일한 사치 (0) | 2020.07.04 |
그런 날이 있었던가요? (0) | 2020.07.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