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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초등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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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2 My Way

오백년만의 낚시

by 깜쌤 2020. 5. 20.


5월 18일 광주항쟁이 벌어졌던 역사적인 날에, 거금 4만원을 투자하여 받침대와 바늘, 찌, 미끼등을 샀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슬금슬금 50여 분을 달려 도착했습니다. 


 

거의 40여년도 더 전에 쓰던 도구들을 꺼내어 집에서 손보아 왔습니다. 없어진 것들도 있고 시대의 흐름에 뒤쳐진 것들도 있었습니다만 크게 개의치 않았습니다.



바늘과 찌를 달고 미끼를 끼워서 앞에 던져 넣어보았습니다. 욕심부릴 일이 없습니다.



젊었을땐 대물 붕어 욕심에 새벽잠을 설쳐가며 낚시를 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물귀신이 될뻔한 적도 있었는데요, 아래 글상자 속에 지극히 어리석었던 저의 경험담이 들어있습니다.  





물면 물어주는대로 안물면 안물어주는대로 편하게 기다렸습니다. 세월의 흐름 속에 깨달은 게 조금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입질이 오긴 오더군요. 총각때 용돈을 아껴 구한 낚시대도 아직 가지고 있고, 연애하던 시절 아내가 사준 낚시대를 보물처럼 아껴가면서 사용해 오기도 했는데 그게 바로 오른쪽에 펼쳐둔 국방색 낚싯대입니다.



수초가 앞에 깔려서 귀찮게 했습니다만 낚시대를 물에 담궈보는 것이 중요한지라 신경쓸 일이 아니었습니다.



드디어 한마리 잡았습니다. 붕어는 그림자도 비치지 않았고 낚시꾼들의 밉상인 속칭 블루길이 올라왔습니다. 우리말로는 '파랑볼우럭'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녀석이지만 낚시터에는 민폐 노릇을 톡톡히 하는 녀석입니다. 


 

물가에 앉아 생각해보니 의자도 없었고 살림그물(살림망)도 없었네요.



조금 지나자 바람이 불면서 찌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점심시간도 다 되어 가길래 미련없이 일어섰습니다. 그래도 한시간 이상 앉아있었네요. 총각 시절, 이 저수지에서 얼음낚시를 즐기다가  죽음 일보 직전까지 간적도 있었습니다. 그런가하면 붕어도 참 많이 건져냈었던 곳입니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이 저수지에서는 오백년만에 처음 해보는 낚시였습니다. 사실 최근 삼십여년동안 낚시대를 물에 담궈본 것이 횟수로 꼽을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회포를 풀었네요. 붕어가 선사해주는 손맛은 다음 기회에 느껴봐야할 것 같습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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