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사는 도시에 환멸을 느꼈어.
사람들이 싫어진 거야.
물론 그게 하루 아침에 갑자기 그렇게 된 건 아니야.
오랜 세월 누적된 거지.
자전거를 접어서 기차에 실었어.
내가 정붙이고 살아야할 곳이 경주가
아닌 건 확실해.
그리 많이 남은 것 같지도 아닌 내 삶인데 말이지.
기차에 손님은 많지 않았어.
원래 내 자리를 놓아두고 사람이
없는 곳에 옮겨 앉았어.
영천을 지나면 양파밭과 마늘밭이 펼쳐지지.
밭둑에 조팝나무 꽃이 조롱조롱 달렸더라고.
여기도 좋아해서 집을 보러 몇번 왔었어.
하지만 정말 마음에 쏙 드는 그런 집은 없었어.
딱 한군데 있긴 있었지.
하지만 그 집은 절대 구할 수가 없었어.
팔 집이 아니었던 거야.
낯익은 풍경이 펼쳐졌어.
목적지로 삼았던 기차역에서 내렸어.
자전거를 다시 펼쳤지.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1시간 20분 정도....
이 부근을 천천히 보고 다음 기차역까지 가면 시간이 남아돌 정도로 넉넉하겠지만
이젠 체력이 옛날 같지 않았기에 포기했어.
이런 곳이라면 여생을 보낼만 하지.
봄가을엔 멋진 곳이란 걸 잘 알아.
오늘 내가 봐야할 곳은 이 부근 어디였어.
난 이렇게 활짝 펼쳐져 앞이 탁 트인 양지바른 곳을 원했어.
영감님 한분이 내 앞에 가고 있었어.
이런 곳이라면 아내를 설득할 수 있지 싶어. 결과가 궁금해?
그럼 다음에....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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