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겠어?
세월이 이만큼이나 녹아없어졌는데.
어느 분이 내 고등학교 시절 공책을 보고 싶다고 하셨어.
그 시절 공책을 가지고 있다고 내가 자랑질(?)을 했었거든.
서재에 꽂혀있는 공책 몇권을 꺼내보았어.
주로 고등학교 2학년 때의 공책이더라고.
그때쯤엔 내가 공부하기를 거의 포기했던 시절이었어.
강의와 학문연구를 해가며 살고 싶었는데...... 집안 형편상 어쩔 수 없으니
나보고 교육대학을 가라는 거였어.
사범대학도 아닌 교육대학을 가라는 거였어.
빨리 취직을 해서 내가 돈 벌어 동생들 공부를 시켜야 한다고
자주 버릇처럼 말씀하셨어.
어느어느 교육대학이라면 지금 성적으로도 얼마든지
갈 수 있다고 여겼어.
결국 나는 서서히 공부에 흥미를 잃어버렸어.
공부에 매달릴 이유가 사라져버린 거야.
일이 그렇게 되어버렸어.
이제와서 생각하면 아쉽기 그지 없는 일이지.
공책에는 수학선생님 도장이 남아있더라고.
그 분은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되셨어.
나중에는 교육장을 하셨더라고.
덧없어.
가만히 생각해보니 반백년이 다 된 공책이야.
나는 이제 옛일은 거의 기억나지 않아.
돌이켜보면 볼수록 허무하고 덧없어.
아무렴, 다 덧없는 일이지.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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