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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경주, 야생화, 맛/경주 돌아보기 Gyeong Ju 2

진달래를 만나러 갔습니다 2

by 깜쌤 2020. 3. 27.


조금 쉬어가고 싶었습니다.



빽빽하게 자란 조릿대 숲을 지나 위로 올라갔습니다.



소나무 숲 밑에서 작은 돌을 발견하고 배낭을 벗었습니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작은 돌을 발견했으니 앉아서 조금 쉬었다가 가야지요.




배낭에서 커피병과 수필집 한권을 꺼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니까 잔잔한 수필이 좋아집니다. 제가 어떤 종류의 수필을 좋아하는지는 아래 글상자 주소를 참조하면 됩니다.





한 삼십여분 정도 책에 몰두해 있었을까요? 여인 세명이 내 옆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녀들이 어떤 생각을 하며 지나쳤을지 궁금합니다.  



커피 한잔과 수필 서너편이면 휴식시간으로는 너무 족하지 않습니까? 배낭을 메고 일어섰습니다.



진달래 나무 곁에 다가가서 추억을 더듬었습니다. 솔숲 사이에 자라는 진달래 나무들은 키가 제법 크게 자라오릅니다.



꽃을 따서 입에 넣었습니다. 어렸을 적에 따먹었던 그 시절 그 맛이 입안 가득 퍼집니다. 


 

그땐 매일 배가 고팠습니다. 봄이면 소나무 가지 껍질을 벗겨 속 껍질을 훑어먹었고 봄이 조금 더 무르익으면 찔레꽃 새순을 꺾어먹었습니다.



진달래꽃은 이른 봄의 멋진 간식이었습니다. 학교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산에 올라 따먹고 따먹어도, 한없이 먹어도 배가 고팠었습니다.



그 시절이 아련합니다.



나는 마을로 내려왔습니다.



앞에 가던 아줌마는 이정표 뒤편에 자기만 알도록 나무 막대기를 감춰놓고 갔습니다.



전원생활을 그리워하는 나는 이런 풍경을 보면 마음이 아려옵니다.



비닐 하우스 주변에는 닭들이 제법 많더군요.



그렇습니다. 바로 이런 작은 집을 원합니다. 나는 마당에 물끄러미 서서 인기척이 있는지를 살폈습니다만 사람 모습은 보이질 않았습니다.



예전에 구해놓은 시외곽지 작은 땅에 자그마한 농막을 가져다놓고 조용히 살고싶어도 하도 많은 사람들에 치여 경주에 정이 떨어져버린지라 더 이상 살고 싶은 생각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경주 사람들과 상관이 없는 타지 사람들은 한번쯤 찾아와서 살만한 멋진 도시일 것입니다만 제 눈과 마음에는 이미 그렇게 인상지워져버렸다는 말입니다.



방금 다녀온 골짜기입니다.




숲너머로 보이는 건물이 경주국립박물관의 부속건물입니다.



멋진 한옥입니다. 나는 이런 큰집을 원하지 않습니다.



남천을 따라 슬슬 달렸습니다. 여긴 모래밭이 만들어져 있길래 내성천 고운 모래밭이 그리워지면 한번씩 혼자서 찾아가 아끼는 곳이죠.  



작년 태풍때 큰물이 지나고 난 뒤 새로운 모래밭이 만들어졌습니다.



박물관 부속건물 뒤편에도 모래밭이 조금 남아있습니다.



내 나이 또래의 아줌마 한사람이 밭일을 나가고 있었습니다.



박물관 서편에 너른 공터를 새로 만들고 있었길래 궁금해서 다가가보았습니다.



박물관 인근 춘양교라는 다리를 발굴할 때 나온 석재들을 전시할 모양입니다.



황리단길을 거쳐 다시 시내로 들어왔습니다. 황리단길 입구 고분 공원에 자라는 목련이 변함없이 꽃을 활짝 피운 봄날입니다. 우한폐렴균의 공습에도 굴하지 않고 올해도 꿋꿋하게 꽃을 피웠습니다.


이 봄, 낮은 산 자락에는 누가 봐주지 않아도 분홍색 진달래가 가득하더군요.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