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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믿음과 천국 Faith & Heaven

ZZoda 일기 2

by 깜쌤 2020. 3. 13.



삼불사에서 바둑바위까지는 아무리 천천히 걸어도 한시간 반이면 돼.



나는 등산로를 살짝 벗어나서 영남 알프스 풍광이 잘 보이는 바위에 터를 잡았어.



산에 왔으니 잠시 쉬면서 뭘 먹고 가야하지 않겠어?



점심시간이거든.



이 산중에서 배달음식 주문하면 욕 얻어먹겠지? 지구촌 곳곳에다가 우한폐렴 바이러스 퍼뜨려놓고 딴소리 하는 어느나라 사람들처럼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겠지?



집에서 출발하기 전에 도마 위에다가 맨 김 두장을 펼쳐 놓았어.



그 위에다가 밥을 깔고 양념간장을 발랐어.



속은 넣지 않았어. 맨김 맨밥에다가 간장만 바른 거야.



그대로 곱게 말아서 비닐 봉지 속에 넣었지.



특별한 요리법이 있는 게 아니야. 그게 다야. 요즘은 요리비법이니 요리법이니 하는 말 대신 레시피라는 말을 애용하더라.



그렇게 하면 좀 있어 보이고 유식해보이고 많이 배운 것처럼 보이는가봐.



나야 뭐 머리 속에 든 것도 거의 없는 시골 무지렁이니 무식한 소리나 해가며 그냥그냥 사는 거지 뭐.



햇살 좋은 바위 위에 앉아서 간장만 바른 맨김밥을 씹어 먹었어.



한개도 아닌 두개를 천천히 꼭꼭 씹어먹었지. 배가 불러왔어.



이천원이면 시장에서 김밥 한 줄 사가지고 갈 수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아.



뒤에서 인기척이 나길래 돌아보았더니 어떤 영감님이 나를 물끄러미 보고 있었던 거야. 


 

언제부터 나를 훔쳐보고 있었는지 몰라.



슬그머니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정상에 있는 바둑바위를 둘러보고 이제 슬슬 내려가는 거야. 밑에 보이는 암자가 상선암이지.


 

여긴 물이 귀한 곳이야.



나에 대하여 얼마나 아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혼자놀기에 제법 익숙해.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하지만 혼자 노는 것도 괜찮아. 사람도 사람나름이지만....



오히려 혼자 있는 그런 시간을 즐긴다고 봐야 해.



산에 와서 휴대전화로 떠드는 것조차 싫어해.




그냥 조용하게 왔다가는 것을 좋아하지.



젊었던 날에는 도(?)닦는 것에 매력을 느끼기도 했어.




이제는 자연의 오묘함을 살펴보고 탐구하는데 마음이 더 끌려.



내려가야지.



살다살다보니 내려가는게 더 부담스러운 처지가 되어버렸어.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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