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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옛날의 금잔디 Long Long Ago (고향)

보름달에 스민 아픔

by 깜쌤 2019. 2. 25.

 

정월 대보름달이 휘영청 빛을 뿜으며 떠있었기에 다리를 건너가다말고 멈춰서서 한참동안이나 하늘을 바라보았어.

 

 

 

 

갑자기 정말 갑작스럽게, 가슴 한구석 깊이깊이 묻어두었던 아련한 생각이 스멀스멀 기어오르는거야. 시간을 거슬러 사십오륙년 전으로 돌아가자 마음이 아파오기 시작했어.

 

 

 

 

집에 와서는 컴퓨터 깊숙이 감추어둔 사진들을 불러내어 시간을 되돌려보았어. 이런 사진 몇장이라도 남겨두지 않았더라면 영영 기억해내지 못할 것들이지.

 

 

 

 

기억은 믿을게 못된다는 것을 살아오면서 깨달았어.

 

 

 


한때는 사진처럼 뇌리에 또렷하게 새겨졌기에 언제까지나 잊어버리지 않을 줄 알았지만 이젠 너무 희미해지고 어렴풋해져서 정확한지 정확하지 않은지도 구별하기가 어려워져가고 있어.

 

 

 

 

초등학교 시절의 예전 일기장을 꺼내 확인해보니 내가  여기를 마지막으로 떠난 것이 1967년 1월 13일금요일의 일이었어. 그날 날씨는 맑았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지.  

 

 

 

 

대학 1학년때의 일로 기억하고 있어. 그게 정확하게 몇 월이었는지는 몰라. 여름이었거나 아니면 늦봄이었을것 같아. 집안형편 때문에 원하지도 않은 학교를 갔던데다가 워낙 철이 없어서 술에 젖어 살았지. 그날 친구집에 갔어. 바로 이방에서 하루를 보냈어. 저녁까지 얻어먹고는 술을 마셨는데 폭음해버려서 이내 취해버렸어.   

 

 

 

 

친구와 나는 깜깜해진 뒤에 집을 나섰어. 건너편 산봉우리 위로 보름달이 떠올랐던거야.

 

 

 

 

바로 오늘처럼 말야. 술이 취해버렸던터라 갑자기 서러움이 치밀어 오른거지.

 

 

 

 

보름달빛 밑에 드러난 강변의 모래는 하얗기만 했어.

 

 

 

 

저기 보이는 다리 위 어디일거야. 나는 하염없이 마구 눈물을 흘렸어. 왜 그랬는지는 잘 몰라. 안풀리는 인생이 싫기도 했고 내 어리석음을 외면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어. 어찌보면 젊은 날의 치기였을 수도 있지만 슬픔과 외로움이 너무 앞섰던 것 같아.

 

 

 

 

그렇게 밤길을 휘적휘적 걸어 바로 그 동네를 갔었어.  

 

 

 

 

앞이 잘 안보이는 캄캄한 마을길을 걸어 그 동네에 사는 친구집에 갔었지. 그게 누구집이었는지 이제는 나도 몰라. 아니 기억이 안난다는 말이 맞는 표현일거야.

 

 

 

 

정말 오랜만에 모처럼 누가 놀러왔다고 연락을 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초등학교 친구들이 하나둘씩 몰려들었지. 

 

 

 

 

시골집 두 방 사이의 문을 터서 공간을 크게 한 것 같은데, 한번도 가까이에서 마주 본적은 없기에 구별할 정도로만 살짝 낯익은 얼굴 실루엣이 저 건너편 끝머리에 보였어. 

 

 

 

 

그날 그 방안에 호롱불을 켜두었던게 확실해.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던 시절의 이야기지. 너무 어두웠지만 그 얼굴이 틀림없다고 생각했어. 참으로 놀랍게도 그 얼굴 모습이 내 기억속에 선명한 장면으로 찍혀서 살아오는 동안 내내 기억속에 저장되어 있었던거야.

 

 

 

 

그런데 그렇게 잠시 먼발치에서 바라본 것으로 모든게 끝이었어. 조금 앉아있다가 곧 이어 뿔뿔이 헤어졌던 것으로 기억해. 친구와 나는 다시 밤길을 걸어 내려왔었어. 그날 그 시간이 우리가 화해(?)할 수 있었던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였는데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끝나버린거야. 그 후에 보냈던 편지는 수취인이 없어서 허공으로 증발해버렸고.....  

 

 

 

 

세월이 이만큼 흘렀어. 돌이켜보면 아련한 그리움속에 배인 진한 슬픔이 항상 내 가슴속에 도사리고 있었던거야. 그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 

 

 

 

 

그 많던 금모래도 이젠 모두 사라졌어. 댐건설을 위해 마구 퍼내버린 모래밭 강바닥에는 풀이 지저분하게 자랐어.

 

 

 

 

그러다가 곧 이어 물이 채워졌고 물속에 들어가버린 풍경이 몇장의 사진으로만 남았어.  

 

 

 

 

우리 인생도 그리 많이 남은 것 같진 않기에, 남의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내 자신을 자주 뒤돌아보게 돼. 나도 나이가 있으니 이젠 하나하나 정리하고 싶어서 해본 덧없는, 정말 덧없는 소리야.

 

 

 

 

사진속의 장면처럼 다시 한번 더 맑고 순수해지고 싶지만 이제는 불가능해. 인생의 온갖 맛을 깊이깊이 알아버렸기 때문일거야. 결정적으로는 서로 다른 인생길을 너무 오래 살았기에, 되돌린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져버린거지. 

 

 

 

 

행복하게, 깨끗한 마음으로 열심히 아름답게 살아나가기 바래. 내 마음을 음악에 조금 담았어. 미안함과 아픔을 다 담을 수 없었기에 이 정도로만......  그럼, 안녕!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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