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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8 일본 자전거 여행-간사이(完)

마침내 도착하다

by 깜쌤 2018. 7. 2.


작은 강에 걸린 다리 하나를 건너자 온통 태자라는 이름으로 도배를 하기 시작했다. 태자정이라는 마을 이름이 등장했다. 오사카와 아스카 사이에는 가쓰라기라는 이름을 가진 큰 산이 하나 누워있다. 제법 큰 산줄기여서 오사카에서도 보이고 나라에서도 보인다.


오사카쪽 가쓰라기 산줄기 가운데 이상산(二上山 니조산)이라는 산이 있다. 우리는 긴테츠 미나미오사카 철도를 따라 병행하여 나있는 도로를 사용하여 산을 넘었다. 니조산 아래 오사카쪽으로 자리잡은 동네가 태자정이라는 이름을 가진 마을이다. 여기서 말하는 태자는 우리가 잘 아는 쇼토쿠태자를 의미한다.



나는 이번 여행을 준비하며 유홍준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제2권을 가져말까말까하고 몇번이나 망설였다. 그러다가 결국 집에 놓아두고 여행을 갔는데 끝내는 후회하고 말았다. 일본편 1권은 큐슈지방이다. 물론 몇번이나 읽었다.



                                                

                                     <이동중에 찍은 동영상 - 학교부근, ㄱ사장 촬영>


귀국해서 2권을 다시 한번 더 읽었다. 그제서야 기억이 그대로 되살아나며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여행했던 곳의 추억을 살려가며 책을 보면 이해하기가 너무 쉽다. 이번 여행에서 가져간 책은 클로즈업 오사카라는 여행안내서였는데 상당히 유용했다. 그러나 문화재 해설만큼은 유홍준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2권과 비교해서 상대가 되지 않았다.  



우리가 길을 잃고 잠시 헤매고 다녔던 태자정 마을은 쇼토쿠태자의 무덤이 있는 마을이기도하고 몇개의 고대 일왕릉(그들 표현으로는 천황릉)이 존재하는 사적지구이기도 한데 거기가 바로 '가까운 아스카'지방으로 불리는 곳이었다.


그런 사실은 알고 갔기에 대강 짐작은 했으나 시간에 쫒겨 그냥 지나친 것이 못내 아쉽기만 했다. 아무래도 '가까운 아스카' 지방은 한번 더 찾아가서 세밀하게 살펴보아야만 헐 것 같다. 주마간산식으로 지나칠 곳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니조산을 넘고나자 그 다음부터는 내리막길이 이어지면서 말그대로 일사천리로 달려나갈 수 있었다. 큰 도로만 따라 가면 되었기 때문이다. 비가 계속 쏟아지니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카메라에 물이 들어가면 그것으로 끝이기 때문에 혹시 고장이 나서 못쓰게 될까봐 조바심이 났다.



그러니 이동하는 동안에 만났던 멋진 장면들과 귀한 자료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것이 계속 마음에 걸린다. 내가 이런 식으로 세밀한(?) 기록을 남기는 것은 어설프긴 하지만 작은 뜻이 있어서 하는 일이다. 내 자신의 인생살이 기록이기도 하거니와 혹시 나처럼 이런 여행을 꿈꾸는 노익장들에게 조금이라도 작은 정보를 제공하고 싶은 마음이 가슴 한켠에 가득하기 때문이다. 




니조산을 넘어가자 너른 평야지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쓰라기 산과 또 다른 산 사이에 낀 아주 넓은 평야지대다. 이런 평지가 남에서 북으로 길게 뻗어있었다. 아래 지도를 가지고 다시 한번 더 확인해보자. 




지도의 한가운데가 오사카이고 오른쪽 제일 아래가 오늘 우리가 목표로 삼고 달리는 아스카 마을이다. 아스카 마을 위가 나라다. 나라와 오사카 사이에는 산이 있다. 방금 우리는 그 산을 넘어갔던 것이다. 산이라고는 하지만 그리 높지는 않으므로 혹시 우리처럼 자전거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이 있더라도 지레 겁을 먹지는 마시기 바란다. 



시간이 제법 빨리 흘러가기 시작했다. 오후 5시 반이 넘어가자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를 앞둔 6월 초순이라고는 해도 일본은 우리보다 동쪽에 있는 나라이기에 새벽이 일찍 열리고 해가 일찍 떨어진다. 어스름이 깔리면 방향찾기가 힘들어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마음이 급해졌던 것이다.  



저녁식사를 해결하고 싶어서 부근의 작은 마을에서 음식점을 찾아보았지만 마땅히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다. 결국 계획을 수정하여 그대로 달려나가기로 했다. 


 

마침내 명일향촌이라는 팻말이 나타났다. 일본인들 발음대로 읽으면 이것도 아스카가 된다. 역사시간에 배우는 아스카는 명일향(明日香)이라고 하지 않고 비조(飛鳥)라고 쓴다.



낮은 야산 사이로 흐르는 개울을 따라 달렸다. 나중에 알고보니 우리가 끼고 달렸던 작은 개울이 아스카 강이었다. 우리 개념으로 보자면 개울이기에 내 천(川) 정도로 표현하겠지만 일본인들은 강이라고 부른단다.




아스카 마을은 행정구역으로 볼 때 나라현(奈良縣 내량현) 다카이치군(高市郡 고시군) 아스카촌(明日香村 명일향촌)이다.



아스카의 표기는 제법 다양하다고 한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명일향, 비조, 안수가(安須可), 안숙(安宿)으로도 표현하는데 모두 아스카로 발음한다고 전한다. 일본서기만엽집을 보면 한자로 그런 식으로 표기가 되어 있다는데.....  만엽집! 이 단어를 잘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이제 거의 다 온것 같았다. 여긴 아무리 봐도 우리나라같다. 산들의 형태와 동네배치가 그렇게 느껴진다. 마치 일본속의 한국 마을 같았다. 부여나 공주 사람들이 보면 고향마을에 온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굳이 그렇게 따지지 않더라도 나는 고향에 온듯한 느낌을 받았다.



회색톤의 집들이 사방에 가득한데 우리나라 시골집들보다가 좀더 세련되고 깔끔하며 현대식이라는 것을 빼고는 우리나라 시골마을과 다를 바가 없었다.



 저녁 6시 45분이 되어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11시경부터 자전거를 타고 달리기 시작했으니 55킬로미터 내외를 달려오는데 자그마치 8시간을 쓴 셈이다. 휴식시간과 식사시간을 제외하면 6시간 정도 자전거를 탔다는 말이 된다. 우리가 미리 예약해둔 아스카 게스트하우스는 아스카 마을안에 자리잡은 작고 편안하게 여겨지는 평범한 일본식 집이었다.



주인 아줌마는 영어를 할 줄 알았다. 게스트하우스 비용을 지불했더니 거스름돈을 나무판에 담아주셨다.



30대후반에서 40대초반 나이 정도로 보이는 주인 아주머니는 영어로 된 설명서를 보여주며 설명해주셨다. 내일 아침 식사를 예약해두었다. 한사람당 400엔이다. 오늘 저녁에 미리 만들어서 냉장고속에 넣어둘테니 알아서 꺼내먹으라고 설명해주었다. 그녀의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이 귀에 쏙쏙 들어왔다. 방바닥에 대강 짐을 풀고 나오자 이미 밖이 캄캄해져 있었다.



 

늦어버린 일정때문에 게스트하우스에서 저녁은 먹을 수가 없어서 저녁 걱정을 하자 주인 아줌마는 편의점 위치를 지도에 그려주었다. 우리는 편의점을 찾아나섰다. 바로 아래 아스카 마을 지도를 살펴보기로 하자. 클릭해서 크게 띄워두고 보는게 이해하기가 빠를 것이다.




1. 아마카시 언덕

2. 아스카 게스트하우스의 대략적인 위치

3. 아스카절

4. 아스카 마을 신사

5. 편의점


 

일본에서는 식사시간을 놓치면 편의점을 찾아가는게 여러모로 편하다. 편의점의 개념이 우리와는 조금 차이가 나는게 일본의 편의점은 일단 주차장이 완비되어 있어서 자전거나 차를 주차시키기에 편하다. 두번째는 도시락을 비롯한 다양한 먹거리를 쉽게 구할 수 있어서 좋다.



요즘은 우리나라 편의점에서도 다양한 도시락을 구비해두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도시락을 사서 게스트하우스로 향했다. 눈치빠른 종업원은 전자레인지에 도시락을 따끈하게 데워주었다.



골목길을 걸어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온다.



골목은 공사중이었는데 밤에도 공사현장에 불을 환하게 켜두고 지나가는 주민이나 여행객이 다치지 않도록 안내원이 배치되어 안내를 하고 있었다.



당연히 그래야한다. 우리도 이런 모습은 본받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면 공사 발주자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이 늘겠지만 노인층이나 저소득층이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게스트하우스 입구에 자동판매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방에 들어와 도시락을 먹는 것으로 저녁을 때웠다.



우리가 묵는 방은 다락이 있어서 2층 형식으로 되어 있었다.  



나는 이층으로 올라갔다. 매트리스와 요, 그리고 이불이 깔끔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옛날집을 교묘하게 손보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은 하루가 참으로 길었다. 하루가 48시간은 되는 것 같았다.




그제서야 피곤이 몰려왔다. 일기를 쓰고나서는 고단위 비타민제 한알을 먹어두었다. 그렇게만 해도 효과만점이다. 잠자리에 들자말자 쉽게 눈이 감겼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