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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8 베트남-월남의 달밤 2(完)

후에 황궁의 아름다움

by 깜쌤 2018. 4. 21.


1558년에 시작된 응우엔(=응우옌)왕조는 중간에 잠시 중단되었다가 1802년에 재건되었다.



응우엔을 한자 발음으로 표기하면 씨가 된다. 완씨 왕조라고 불러도 될 것이지만 나중에는 황제를 자칭했으니 응우엔조로 불러주는게 옳은 일일 것이다. 


 

1802년에 재건된 응우옌조는 상당 기간동안 프랑스의 영향력 아래 있다가 결국 1945년에 종말을 고했다. 


 

재건된 응우옌조가 수도로 정한 곳이 후에다.



수도에는 당연히 황제가 거할 황궁을 건설해야만했다.



두께 2미터, 높이 6미터를 자랑하는 거대한 성벽을 네모나게 둘러치고  황제가 살 궁전과 집무공간, 황제의 일가족과 문무백관들이 일을 볼 건물들을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 남아있는 건물들은 그리 많지 않다.



프랑스와의 투쟁과 미국과의 전쟁을 치르느라고 거의 파괴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곳곳에 폐허들과 잔해만 가득하지만 온전하게 남아있거나 복원된 건물들이 조금 있어서 그것만 자세히 보는데도 꽤 많은 시간을 내어야한다.



하지만 우린 한시간만에 이걸 끝내야했다.



그런 식이라면 이건 숫제 수박 겉핥기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혼자 떨어져서 자유롭게 다녔다.



작년에 못본 부분을 찾아다니려고 노력했지만 시간이 너무 짧았다.



결국 나는 정원이 아름다운 지엔토 궁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했다.



타일과 전통건물들이 남아있는 아름다운 장소다.



오래되어봐야 2백년 정도된 건물들이니 근대적인 느낌이 슬며시 드러나기도 한다.



내가 보고자 하는 곳은 대비와 왕비같은 여성들이 거쳐하던 공간이다.



연못과 정원이 아름답게 배치되어 있다.



노란색으로 치장한 벽면을 가진 품위있는 건물들이 아열대 기후가 주는 습한 기운에 검게 변해가고 있었다. 



타일로 벽면을 장식한 문들이 우아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서있다.



규모로만 따지자면 대륙에 남아있는 중국인들의 엄청난 구조물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지만 대신 아기자기한 조형미가 넘쳐난다.




가운데 문 이름이 장안문이다. 한자문화권 속에 살았던 베트남 사람들이 이젠 한자를 완전히 버렸다. 




베트남에서 역사학자로 성공하려면 한자공부가 필수적일 것이다. 우리가 흔히 베트남이라고 발음하는 비엣남이라는 말은 한자로 표기하면 월남이 된다. 사실 말이지 베트남으로 표기하기보다는 비엣남이라고 해주는게 옳은 일일 것이다.



우리나라도 한자문화권 속에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문양속에서 한자를 읽어낼 수 없다면 단순한 무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한자를 기본적으로 조금 공부해 두어야하지만 요즘 우리 젊은이들이 한자공부를 게을리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낱말의 3분의 2가 넘는 말이 한자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한자발음을 제거한 우리말은 현재의 우리말과 완전히 다를 것이다. 그럴 경우 어쩌면 우리말 발음은 몽골말과 터키말에서 받는 느낌과 비슷한 식으로 나타나는게 아닐까? 몽골인들의 대화를 들어보았는지 모르겠다. 그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우리말 발음과는 완연히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어느쪽 문이었던가? 마디 사이가 아주 짧은 희귀한 대나무가 심겨져 있었다.  



이런 대나무는 처음 보는 것이다. 마디사이가 긴 대나무만 보다가 이런 종류를 마주하니 품종의 다양성에 놀라고 만다.



한자를 교모하게 변형한 벽면무늬가 나그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나는 왜 젊었던 날에 이런 학문에 눈을 떠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일까?



내가 물려받은 재능과 자질을 엉뚱한 곳에 낭비해버렸으니 생각할 수록 인생을 너무 잘못 살았다는 느낌만 가득하다.



나는 서둘러 걸음을 옮겨다녀야만 했다.



무너진 돌무더기들이 곳곳에 그득했다.



내전의 아름다움을 세밀하게 살펴볼 여유가 없었다.



그렇다면 외관의 아름다움이라도 제대로 느껴야한다.  



궁녀와 환관들이 바쁘게 오갔을 안마당에 베트남인들보다 주머니가 약간 더 불룩한 관광객들이 몰려와서 무수한 발자욱과 소음과 우월의식을 남기고 사라져갔다.



나도 예외가 될 수 없는 속물 관광객가운데 하나다.




시계를 보니 나갈 시간이 되었다.



나는 응오몬(=오문)을 향해 부지런히 걸었다.



경복궁 근정전에서 볼 수 있는 품계석들이 후에의 태화전 앞에도 도열해 있었다.



정1품이 되면 최고의 품계에 오른 것이다.



그 다음은 종일품이다.



벼슬아치들의 목표는 높은 직위에 오르는 것이리라. 회사원들이라고 예외가 되랴? 조직원 속에 몸담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남 위에 올라서고 싶은 마음을 지니고 있지 않을까?



지위와 금전과 색욕과 과시욕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면 그는 진정 자유인이다.



나는 내면적으로나마 자유인이고 싶었지만 그렇게 돼질  못했다.



후에황궁을 나온 나는 주차장을 향해 바삐 걸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