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그치지 않고 내렸다.
고속도로가 끝났다. 고속도로라고는 해도 오토바이도 다니고 사람도 자유롭게 건너다니는 그런 시스템을 가진 도로니 우리가 생각하는 자동차 전용 고속도로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도 운전기사는 통행료를 지불해야했다.
통행료는 기사가 지불했다. 차량대여료 속에 다 들어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후에 시가지를 가로질러나갔다. 작년 1월에 묵었던 4성호텔 앞을 지나 한류음식점 '서울' 앞을 지나간다. 일행들에게 한류의 위력을 보여드린다는 뜻에서 음식점 Seoul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작년에 이미 맛을 본 일행이 한분 있었기에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현지인들이 발음하는 것을 유심히 들어보면 후에를 두 발음으로 소리내지 않고 짧게 훼라고 소리내는 것 같기도 하다.
후에(=훼)는 베트남 마지막 왕조의 수도였다.
마지막 왕조가 세계제2차대전 종전 시점인 1945년에 사라졌으니 비교적 최근까지 수도였다는 말이 된다.
어떤 나라의 수도를 두번씩이나 방문하면서 전통음식조차 먹어보지 못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운전기사에게 적당한 장소를 부탁했더니 그는 전화기로 여러군데를 알아보더니 최종적으로 후에 황궁 부근의 조용한 음식점으로 우리 일행을 데려다 주었다.
이타오가든이라 이름붙인 곳이었다.
구글 지도를 띄워둔채 hue ythao garden이라고 입력하고 엔터를 누르면 단번에 위치와 평점이 떠오를 것이다. 궁금해하는 분이 있을까 싶어 구글 화면을 그대로 캡처해와서 올려두었다. 위 지도를 클릭하면 제법 크게 떠오를 것이다. 여행 계획이 있는 분이라면 확인해보는 것도 손해보는 일은 아닐 것이다.
이타오가든(발음이 맞는지 모르겠다) 안으로 들어서자 단정하게 꾸민 정원이 나타났다.
일단 대기실에서 기다렸다가 안내를 받아 식사장소로 옮겨갔다.
대기실 곳곳은 옛스러운 물건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고풍스러운 건물이 제법 많았다. 우리는 별관 비슷한 곳으로 안내받아 갔다.
실내는 인종의 전시장 같았다. 다양한 인종들이 가득했는데 주로 서양인들이었다.
우리는 창가 좌석에 앉을 수 있었다. 운전기사가 힘을 써준 덕분이리라. 우리끼리만 먹고 나오는 것은 보기에 좋지 않기에 운전기사도 찾아와서 합석을 하도록 했다. 조금만 신경써서 베풀어주면 되는 일 아니던가? 위쪽 사진에서 흰옷을 입은 남자가 운전기사다.
우리가 주문한 것은 세트메뉴 1이었다. 1인당 25만 동 짜리다. 우리돈으로 치면 1인당 12,500원짜리 식사이니 흔히 먹을 수 있는 서민요리는 아닐 것이다.
서양인들이 스프링롤(Spring Roll)이라고 부르는 춘권요리가 파인애플 몸통에 꽂혀나왔다.
요리사가 제법 고심을 한 흔적이 보인다. 춘권을 거의 다 빼먹은 상태다.
그 다음은 베트남이 자랑하는 쌀국수가 나왔다. 소고기 고명을 얹어냈다. 맛있다.
가벼운 스프와 전병 비슷한 것이 따라 나왔다.
튀겨낸 쌀과자 같은 것에 고기를 넣어서 싸먹는 요리가 뒤따라온다. 슬슬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다.
튀밥을 먹는 기분이 드는 가벼운 간식거리라고 해야할까? 이타오가든에서는 어엿한 코스요리를 구성하는 음식이 되었다.
이어서 볶음밥이 나왔다. 계란지단을 위에 얹고 당근으로 모양을 냈다. 가만히 보니 거북이 모양이다.
그리고는 채소와 과일과 부침개 비슷한 음식 몇점.....
함께 딸려나온 빨간 구슬같은 것은 장식품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과자였다. 달달한게 아주 맛있다.
이제 마지막이다. 파인애플!
그렇게 코스 요리를 끝냈다. 그 정도면 충분히 만족한다. 베트남와서 가장 고급스럽게 먹은 음식이었다.
돌아나오는 발걸음이 제법 가벼웠다. 운전기사는 후식도 먹지않고 어느새 나가서 차를 대기시켜두었다.
음식좋고 기사좋으니 만족할만한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운전기사 팁은 10달러다. 일인당 2달러씩 내는 셈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사전에 명확히하고 차를 빌려야 한다. 우리는 현지인의 도움을 받아 차를 빌렸기에 일이 쉬웠다. 점심식사후 음식점 밖으로 나갔다.
우리가 하루 종일 빌린 차는 포드회사의 밴이다.
후에 황궁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황궁 구경에 나섰다. 벌써 오후 두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시간 정도밖에 없으니 발걸음을 재촉해야했다.
오후 3시에 만나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후에 황궁의 모습을 보면 포격전에 대비하여 건축했다는 느낌이 드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프랑스 근대성곽 모습에다가 동양 고유의 형식을 섞어넣은 듯한 배치와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를 사서 성문을 통과했다. 정식 이름은 응오몬이다. 한자식으로 표기하고 우리발음으로 읽으면 오문이다.
후에 왕궁의 입장료는 15만동이었다. 성문 안으로 들어가면 중국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패방 형식의 문을 통과한다.
성 안과 밖은 해자들이 겹겹이 배치되어 있어서 적이 침입하기가 어렵게 만들었다. 해자 위로는 다리가 걸려있다. 원색으로 이루어진 네모난 테가 겹친 깃발은 베트남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전통 양식의 깃발인것 같다.
노란색 지붕을 가진 이 건물은 중국 자금성에서 볼 수있는 건물과 모습이 비슷하다. 다만 규모가 작을 뿐이다. 건물 이름도 태화전이다. 황제가 고관을 맞이하고 사신을 맞아 인사를 나누던 정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태화전 앞에 서서 방금 지나온 길을 돌아보았다. 오문을 안에서 바라본 모습이라고 여기면 되겠다.
태화전 안에서의 사진 촬영은 엄격히 금지된다.
태화전을 통과해서 다음 공간으로 들어섰다. 한때는 엄청난 규모의 건물들이 즐비했지만 전쟁의 영향으로 대부분이 파손되고 사라지고 불타버렸다. 남은 흔적을 보며 당시의 영화를 짐작해볼 뿐이다.
어리
버리
'배낭여행기 > 18 베트남-월남의 달밤 2(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이딘황제릉 (0) | 2018.05.01 |
---|---|
후에 황궁의 아름다움 (0) | 2018.04.21 |
다낭에서 차를 빌려 후에로 가다 (0) | 2018.04.16 |
참박물관과 대성당 (0) | 2018.04.14 |
오행산에서 참조각박물관으로 (0) | 2018.04.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