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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6 북유럽,러시아-자작나무 천국(完

탈린은 깜찍했다 4

by 깜쌤 2017. 11. 16.

영어에 leg라는 말이 있다. 우리 말로 번역하면 '다리'다. 폴 사이먼과 아트 가펑클이 부른 <험한 세상의 '다리(bridge)'가 되어>라는 노래는 이제 팝의 명곡이 되다시피했다. 발음은 같은 '다리'지만 의미는 다르다. 에스토니아어의 jalg가 영어의 leg다.

 

 

뤼히케 얄그 거리를 지난다. 사실은 짧은 골목인데 우리말로 번역하면 '짧은 다리 거리'다. 이때의 다리는 leg다. 처음에 나는 이걸 구별하지 못해 사람이 지나다니는 다리만을 생각했었다. 당연히 반대의 의미를 가진 거리도 있다. 픽얄그!

 

 

머리가 상당히 아둔한 나는 일단 말뜻에서 헛갈리면 사물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나쁜 습성이 있다.

 

 

그래서 말뜻을 분명하게 하고 넘어가기를 좋아한다. 학자들이 논문을 쓸 때 사용하는 용어가 바로 그런 식으로 정리되어야 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자기가 논문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내용을 지칭하는 어휘의 범위와 뜻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넘어가야함은 기본중의 기본이다.

 

 

정치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같은 말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용하는 그 낱말의 의미와 상대방이 구사하는 단어의 뜻이 다르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된다.

 

 

나는 니굴리스테 성당 옆을 지나 고지대로 통하는 길을 따라 올라가는 중이다.

 

 

성당 종탑 뒷면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짧은 다리 거리에는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포진해있었다.

 

 

진열된 물건들이 하나같이 앙징맞다.

 

 

많은 관광객들이 드나드는 인기있는 거리다.

 

 

언덕길처럼 생긴 보도와 계단이 공존한다. 겨울철 눈내리는 시기를 대비하여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골목은 좁아도 집들이 깔끔하고 오밀조밀했다.

 

 

예전같으면 이런 골목은 수비하는데 절대적으로 유리했으리라.

 

 

창틀마다 꽃이 가득한 화분이나 화분이 담긴 통을 내걸어서 아름답게 꾸몄다. 그런데 전봇대에 광고지를 덕지덕지 붙인 것은 옥의 티다.

 

 

이 부근까지 오자 기막히게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나는 챔버 정도의 악단이 연주를 하는 것으로 여겼다. 성벽 위에 박혀있는 저 사람은 누구일까?

 

 

음악소리를 감상해가며 골목 경치를 살폈다.

 

 

살피지 않고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워낙 아기자기하고 예쁘기 때문이다.

 

 

탈린 시가지를 그린 그림이다.

 

 

깜찍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예쁘다. 

 

 

나는 돌아서서 뤼히케얄그 골목의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그렇게 긴 골목은 아니다. 그런데도 볼거리는 많다. 

 

 

티셔츠를 파는 가게다.

 

 

가게 입구를 디자인한 그 예술적인 감각이 놀랍다.

 

 

멋진 음악 소리는 이 문 안에서 울려나오고 있었다.

 

 

성벽에 박힌 인물상이 이제 명확하게 드러났다.

 

 

펄럭이는 깃발이 에스토니아 국기는 아닌데.....

 

 

음악소리에 넋을 빼앗기다시피한 나는 궁금증을 못이겨 성문 안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길은 성벽안에서 꼬부라져 있었다. 

 

 

계단길 끝머리에 청년이 신기하게 생긴 악기를 연주하고 있었다.

 

 

바로 이 청년이다.

 

 

단 한개의 악기로 그는 수많은 소리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나는 적어도 서너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합주를 하는가보다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뉘켈하르파(Nyckelharpa)라는 스웨덴 전통악기다. 영어로는 키 하프(key harp)정도로 번역되는 모양이다. 유투브에 가서 key harp라고 검색하거나 아니면 Nyckelharpa로 검색하면 멋진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사진 속에 등장하는 이 남자의 연주도 유투브에 올라와있었다.

 

 

유럽여행에서 거리의 악사를 만나는 재미는 정말 쏠쏠하다.

 

 

단, 음악에 관심이 없다면 무용지물이지만.....  우리가 관심을 보여주자 그는 진정으로 행복해했다.

 

 

그는 다시 연주 삼매경에 빠져들었다. 

 

 

그대로 고지대 거리로 올라가버리기에는 너무 허무해서 나는 다시 뒤로 돌아갔다.

 

 

기사차림을 한 사나이가 걸어가길래 그를 뒤따라 가보았다.

 

 

그는 '덴마크 왕의 정원'으로 가고 있었다.

 

 

정원으로 들어서자 수도사의 모습을 한 전신상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중세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는 곳이다.

 

 

덴마크왕의 정원 마당에 서자 일부분이긴 하지만 저지대 풍경이 슬며시 모습을 드러냈다. 조금 전에 우리가 지나쳐온 니굴리스테 성당의 종탑이 앞에 나타난다.

 

 

에스토니아의 탈린은 중세 한때 덴마크의 영토이기도 했다.

 

 

우리가 잘 아는 윌리엄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 가운데 하나인 <햄릿>의 배경은 덴마크의 작은 바닷가 햄릿(hamlet)이다. Hamlet으로 쓰면 고유명사가 되어 사람 이름을 가리키지만 첫글자를 소문자로 쓰면 '바닷가에 있는 등대없는 작은 마을'같은 뜻을 가지고 있다. 

 

 

덴마크가 한때 북유럽의 강국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 이런 사건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여행은 '자기가 아는 만큼 보고다니며 이해하는 일'이다. 아까 우리가 따라왔던 청년은 여기에서 중세의 기사가 되어 아르바이트를 하는 모양이다.

 

 

수도사 차림을 한 동상이 배치되어 있었다. 꼬맹이들은 그게 신기한 모양이었다.

 

 

사슬갑옷을 입은 청년은 우리 팀 멤버 한사람을 보고 장난을 걸어왔다. 즐겁고 행복한 순간이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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