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안쪽 정원에는 진디밭이 있고 낮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일천여년전 주민들의 생할을 짐작해 볼 수 있도록 나무로 만든 감시탑과 생활시설을 조금 복원해두었다.
나는 호숫가에 자리잡은 지붕에 붉은 기와를 이고 있는 작은 돌집을 향해 걸었다.
나무 계단을 걸어 2층에 올랐다. 벽면에는 철없는 사람들이 스프레이로 휘갈겨 놓은 낙서들이 수두룩하게 박혀있었다.
중세시대에 이 안쪽은 수도원 구역이었다고 한다.
수도사들은 침묵과 노동과 기도로 일관하는 삶을 살았을 것이다.
절제된 삶을 살 수 없었던 일부 사람들은 탈출을 감행했을지도 모른다.
비탈진 골목끝에는 호수 한자락이 빼꼼하게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박물관을 둘러본 뒤 밖으로 나갔다. 박물관 안 전시실에는 트라카이인들의 삶의 흔적들이 조금 남아있었다.
트라카이 부근의 집들은 그리 크지 않았다. 심지어 어떤 지붕은 슬레이트로 덮혀있었다.
그러나 정원은 하나같이 예쁘고 단정했다.
벽면 색깔은 왜 그리 이쁜지 모르겠다.
건축양식에도 어떤 일정한 공통점이 있는듯 하다.
어렸을때 화단에서 많이 본 꽃들이 수두룩했다.
꽃들이 아련한 향수를 불러 일으켜준다.
트라카이 성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깨끗하고 한적했다.
이런 건물은 뭘까? 혹시 소방서가 아닐까?
나무로 만든 조각상이 나그네들을 맞이해준다. 서기 2000년에 만들어세웠다는 뜻이리라.
이 글을 쓰면서 구글 위성지도를 가지고 다시 검색해보니 소방서 건물이 확실한 것 같다.
자전거 대여점이 나타났다. 진작 알았더라면 자전거를 빌렸을 터인데....
하루 10유로라면 우리나라와 비슷한 가격이다.
거리쪽으로 난 창문이 세개라면 이는 특별한 양식임을 의미한다.
카라이트 민족의 삶을 담은 박물관이다.
안내판이 하나 서있다. 너무 고마웠다.
카라이트들은 터키계의 언어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14세기 후반부에 이곳으로의 유입이 이루졌다는 것으로 보아서는 타타르 계열의 민족일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894년경부터 독특한 양식의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해서 1904년경에는 거의 완공되었다고 한다.
이들의 신앙에는 구약성경과 이슬람적인 요소가 스며들어 있다는데.... 그렇다면 카라이트라고 하는 이름을 가진 민족은 타타르 계열인지 아니면 그들과 상관없는 다른 계열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중에 문헌 조사를 해보고 알게 된 사실은 카라이트를 다른 말로 카라임족이라고도 부르며 타타르 계열의 민족이라고 한다)
리투아니아 속에 그런 민족이 섞여있는 줄은 처음으로 알게 된 사실이다.
이제 거의 다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건물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무엇을 파는 것일까?
집들의 색깔도 하나같이 예쁘기만 했다.
마침내 관광안내소를 찾아냈다.
어쩌면 이런 집들은 카라이트(=카라임)들의 거주지일 것이다.
유럽에서 영어로ⅰ가 들어간 곳은 거의 예외없이 관광안내소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보아 여기가 트라카이 관광의 핵심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건물 앞쪽으로 호수가 펼쳐지고 있었다.
안내판에 게시된 기차와 버스 운행 시간표부터 확인했다. 빌니우스로 향하는 버스와 기차가 자주 있는 편이니 염려할 일은 없겠다.
이 부근 지도를 한장 구해야겠다.
어제 저녁 빌니우스의 성채에서 만났던 한국인 아가씨를 우연히 다시 만났다. 그녀는 작은 지갑과 스마트폰을 어디에 놓아두고 그냥 와버렸기에 분실신고를 해두었단다. 오늘 오후에는 탈린으로 떠나야한다고 했는데..... 어려움없이 무사히 여행을 잘 끝냈으리라고 믿는다.
호수가로 가보았더니 보트들이 많이 정박되어 있었다.
여기서는 소형 놀이보트라도 한번 타야되는가보다.
하지만 우리는 트라카이 성을 구경하는 것을 우선 목표로 삼았다.
평화로운 정경이 펼쳐졌다.
역시 물이 주는 안정감은 대단하다. 곳곳에 보트와 요트들이 숨어있었다.
관광안내소 주변에는 먹거리를 파는 작은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나무다리 너머로 성이 보인다.
성으로 가기 위해서는 작은 섬을 하나 거쳐야했다.
물오리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귀엽다.
우리 인간들은 물갈퀴도 없고 물에 젖지않는 기름묻은 털과 피부도 없으니 다리를 만들어 두 다리로 건너가야한다. 아니면 배를 타든지..... 성으로 가려면 말이다. 붉은 빛 나는 지붕을 가진 성채가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고 있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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