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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6 북유럽,러시아-자작나무 천국(完

빌니우스 가는 길 1

by 깜쌤 2017. 10. 5.

 

8월 24일 수요일 아침이다. 북유럽을 떠돈지 17일째 되는 날이다. 한주일만 더 있으면 귀국행 비행기를 타야한다. 그게 너무 아쉽다.

 

 

아침엔 날이 한없이 맑고 좋았다. 나는 다락방 창문을 살며시 열고 카메라를 밖으로 내밀어서 사진을 찍어두었다. 리가 역과 시계탑이 바로 눈앞에 있고 그 너머로 라트비아 과학 아카데미 건물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호텔 앞 모퉁이의 맥도널드 햄버거 가게 간판도 보인다. 북유럽사람들은 지붕을 저렇게 덮어두는구나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지붕의 경사도가 그리 급하지 않았다. 

 

 

눈이 엄청 오는 곳이어서 지붕이 받는 하중도 엄청날텐데.....   그 정도는 너끈히 견뎌내는가보다. 아침 식사를 하러 내려갔다. 식사비용은 숙박비속에 포함되어 있으니 잘 먹어주기만 하면 된다. 나는 어제 아침처럼 먹어두었다. 삶은 소세지, 햄, 치즈, 샌드위치용빵 2장, 토마토, 오이..... 

 

오렌지 주스 한잔에다가 커피도 아메리카노로 한잔 마셔주었다. 커피는 이뇨작용을 해서 소변을 자주 보게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조금만 마셨다. 커피를 마셨으니 물마시기는 입술을 슬쩍 적셔주는 정도로만 하면 되리라. 

 

 

8시 15분경에 체크아웃을 했다. 배낭을 메고 거리로 나섰다. 목표는 버스터미널이다. 오늘은 리투아니아의 수도인 빌니우스(=빌뉴스)까지 아동해야한다. 호텔에서 버스터미널까지의 거리는 가까웠기에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리가 중앙역을 지나 구시가 앞으로 이어지는 큰길을 따라 걷다가 철길 밑으로 휘어지면 되었다.

 

 

건물 위에 AUTOOSTA라는 알파벳 글자가 올라가앉았다. AUTO는 영어로도 그대로 읽으면 되니까 이해가 되는되 OSTA는 영어와 어떻게 연관시켜야할지 모르겠다.

 

 

8시 반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화장실을 다녀와서 버스를 타기위해 밖으로 나갔다.

 

 

어제 국제 버스표를 샀던 사무실의 사진을 찍어두었다. 다른 나라로 가는 버스표는 일반 창구에서 취급하지 않고 여권을 가지고 따로 마련된 사무실에 가서 구입하도록 되어 있었다.

 

 

우리가 타야할 버스는 아마 이런 대형버스이리라.

 

 

앞쪽에 리가-빌니우스라는 영어 글씨가 뚜렸했다. 승강장 건너편에 리가 중앙시장 건물들이 나란히 늘어서 있었다.

 

 

우리는 1A 승차장으로 갔다. 티켓에 다 쓰여져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유럽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유레일 패스만을 생각하는데 버스로 이동하는 방법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나라들이 고만고만하고 그리 크지않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이동해도 불편하지 않았다.

 

 

2016년 당시 발트해 3국은 유레일 패스 사용국가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었으니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은 오직 장거리 버스뿐이었다.

 

 

마침내 버스가 왔다. 에코라인 버스다. 버스 안에 화장실까지 있는 대형버스다. 버스를 타기전에 여권과 승차권을 보여주는 것은 상식이 속하는 일이다. 이쯤에서 아래 지도를 살펴보기로 하자.

 

 

 

이번 여행에서 우리가 처음으로 도착했던 지점은 핀란드의 헬싱키다. 핀란드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난 뒤 우리들은 국제열차를 타고 러시아로 넘어갔다. 러시아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야간국제열차를 타고 모스크바를 떠나 라트비아의 수도인 리가까지 왔다.

 

지금 우리들은 리가를 떠나서 남쪽으로 내려가 리투아니아의 수도인 빌니우스로 가려는 것이다. 그런 뒤에는 다시 발트 삼국 가운데 제일 위에 있는 에스토니아로 가서 귀국하는 비행기를 타야한다. 지도만을 놓고 생각하면 왜 처음부터 모스크바에서 리투아니아로 이동하지 않았는지 궁금해할 분들이 틀림없이 계실 것이다.

 

리투아니아는 러시아 본토와 국경을 맞대고 있지 않다. 지리에 밝은 분들은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사이에 러시아 영토인 칼리닌그라드가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그래서 나는 러시아 본토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리투아니아와 러시아 본토사이에는 벨라루스(벨로루시)라는 나라가 끼어있다. 이 나라를 지나가려면 한국들에게는 통과비자가 필요한데 우리는 처음부터 통과비자를 신청하지 않았다. 

 

 

에코라인즈 버스를 이용하면 북유럽과 동유럽을 이용하는데 상당히 편리할 것이다. 배낭은 버스 바닥 아래 짐칸에 넣었다.

 

 

우리 좌석은 15,16,17번이었는데 우리끼리 제비를 뽑았더니 내가 17번이 되어 혼자 않았다. 우리나라 고속도로를 달리는 28인승 리무진 버스를 생각하면 좌석 구조가 대강 이해될 것이다. 한가지 주의할 점은 여기 버스는 우리나라의 28인승 리무진 버스보다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이다.  

 

 

버스는 정시에 출발했고 우리는 이제부터 창밖 경치를 즐기기만 하면 되었다.

 

 

라트비아! 안녕! 버스는 승강강의 사람들을 뒤로 남겨두고 조금씩 속도를 올리기 시작한다. 

 

 

리가 중앙시장으로 이어지는 트램길을 건넜다.

 

 

 군대 막사처럼 보이는 시장 건물이 크기도 하다.

 

 

스탈린 양식으로 지어진 라트비아 과학원도 뒤로 남겨두었다.

 

 

리가 시를 관통하는 다우가바 강변으로 뻗어있는 대로를 달려서 리가와 이별한다. 멀리 솟아있는 텔레지전 중계탑에는 끝내 가보질 못했다.

 

 

좌석은 편안하고 안락했다. 좌석 사이 공간도 넓어서 여행하기에는 그저그만이다.

 

 

이제부터는 남행이다.

 

 

다우가바 강을 건넌 뒤에는 A7도로를 이용해서 남동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 같았다. 

 

 

어떤 이들은 차만 타면 자는 분도 있던데 나는 거의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경치에 홀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산이 거의 없는 라트비아이기에 지평선과 마주하는 것은 너무나 쉽다.

 

 

사방이 지평선이다.

 

 

풍경은 단조롭지만 숲이 많아서 그래도 제법 변화가 있는 편이다.

 

 

날씨도 정말 변덕스럽다.

 

 

한번씩 만나는 작은 마을을 볼 때마다 가슴이 떨린다.

 

 

속은 어떤지 모르지만 겉은 예쁘기 때문이다.

 

 

마을은 그리 크지 않았다. 당연히 건물들도 높지 않았다. 

 

 

 로터리를 돌더니 방향을 바꾼다.

 

 

눈이 마주치는 사람들이라도 있으면 손이라도 흔들어주고 싶었지만 사람 그림자 찾기가 힘이 든다.

 

 

국경이 어디쯤인지 궁금하다.

 

 

어디에선가는 국경을 넘어야하는데 그런 흔적이 없다. 국경을 넘는다고해도 여권을 검사하는 것도 아니니 편안한 마음이지만 그래도 나라와 나라 사이를 넘었다는 표시 정도는 해주면 좋겠다.

 

 

자작나무 몇그루가 들판을 지키며 서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끝없이, 그리고 자주 만났던 숲에 하얗게 박힌 나무가 자작나무였다.

 

 

그럴때마다 나는 시인 백석을 떠올렸다. 여긴 농구장도 잔디밭인가보다.

 

 

참한 호텔을 스쳐지나가기도 했다. 나중에 우리들은 마지막 여행지에서 저런 멋진 호텔에 묵게 된다. 

 

 

 지나가는 대형 트럭이 주유소 건물보다 큰듯 하다.

 

 

이런 나라 국민들은 굶어죽을 일은 없을듯 하다. 이렇게 엄청난 경작지를 옆에 두고 굶어죽는다면 말이 안되는 일이 아닌가?

 

 

농사를 지어보면 알겠지만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아무일도 안된다.

 

 

하늘이 문을 닫으면 하늘은 구리문처럼 되고, 눈비가 없는 땅은 이내 철판처럼 변한다. 곧이어 사막화가 진행되고...... 그런 대표적인 사례가 아프리카 북부 해안지대의 평원에서 발생했다. 제정 로마시대 때만 해도 그쪽은 로마 제국민을 먹여살리는 곡창지대였음을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다. 그만큼 비옥했다는 말도 된다.

 

 

길가에 보이는 집들이 자그만해지기 시작했다. 그런 변화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거다.

 

 

그렇다면 국경이 가까운지도 모른다.

 

 

건널목을 넘어갔다. 철길은 복선이었다.

 

 

줄기차게 달리던 버스는 마침내 정류장에 들어섰다. 국경을 넘은게 확실하다. 

 

 

휴식을 위해 잠시 내렸다. 5분간의 짧은 여유를 즐기는 것이다.

 

 

확실히 여기는 리투아니아 영토다.

 

 

사람들의 옷차림은 검박했다.

 

 

건물 벽에 새겨진 글자가 라트비아와는 달랐다.  

 

 

벌써 10시 45분이다. 버스를 탄지 거의 2시간이 다 되어 가고 있는 중이다. 

 

 

 리투아니아! 참 와보고 싶었던 나라였다.

 

 

작은 집들이 꽤나 많이 보인다. 규모는 작아도 이쁘다.

 

 

리투아니아의 수도인 빌니우스는 벨라루스 영토와 가까운 거리에 있다.

 

 

벨라루스의 젊은이 한쌍을 아르메니아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이들이다. 아르메니아의 세반 호수에서 만났다. 여자는 깜찍한 느낌을 주는 미인이었는데 얼굴이 아주 자그만했다.

 

 

여행과 인생의 공통점은 수많은 사람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여행은 인생속에 포함된 부분집합에 지나지 않지만 의미는 남다르다. 

 

 

내 인생길에서 가장 잘한 것 가운데 첫번째는 내가 크리스찬으로 변화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다음은 선생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살았던 것이다.

 

 

세번째는 여행을 했던 것이고 네번째는 글을 썼다는 사실이다. 잘쓰는 글은 아니었지만 선생을 했기에 남보다 더 많이 돌아다닐 수 있었고, 여행을 다니면서 보고 듣고 느낀 사실들을 글로 남길 수 있었다는 것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이런 자잘한 글들이 쌓여 내 인생의 기록이 되어가는 중이다.

 

 

'내가 이러이러한 데를 이렇게 돌아다녔소'하고 자랑하고 싶은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다. 나는 그저 자신의 인생기록을 남기는 것 뿐이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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