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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6 북유럽,러시아-자작나무 천국(完

시굴다 트래킹 2

by 깜쌤 2017. 9. 30.

 

깨끗한 자연속을 마음껏 걸을 수 있다는 것은 큰 복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그 복을 마음껏 누렸다.

 

 

지금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은 크리물다 마을의 저택이다.

 

 

길가에 마련된 이정표를 보니 '크리물다스 필스'라고 써놓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s라는 어미는 라트비아어에서 상당히 중요한 구실을 하는 남성형 어미(語尾)라고 한다. 이 지점에서 1킬로미터 밖에 안된다니 슬슬 걸어가면 된다.

 

 

길은 언덕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아까 우리들은 건너편의 시굴다 중세 성에서 크리물다 영주 저택의 위치를 살펴두었으므로 언덕 자체가 높지도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바로 이 언덕 위가 크리물다라는 사실을 짐작하고 있으니 급할 일도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느긋함 때문에 나중에 결정적인 실수를 하고 만다.

 

 

언덕을 오르는 길은 평탄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에는 그저그만이겠다.

 

 

조금 걷다가 우리들은 지름길을 발견했다. 누가 봐도 지름길이라고 생각되는 나무 계단길이 쉼터 옆에 보이는게 아닌가?

 

 

멋지다. 보행자전용 계단이다. 조금 경사도가 있지만 그리 길지는 않을 것이다.

 

 

울창한 숲사이로 나있는 길이니 걷는 재미가 쏠쏠했다.

 

 

나는 앞장서서 걸었다.

 

 

조금 걸어올랐더니 숲이 조금 트이면서 투라이다 성채가 저멀리에 나타났다.  

 

 

산이 드문 라트비아에서는 이 정도가 최고의 산악지대인 모양이다.

 

 

사실 말이지만 이 정도를 두고 산이라고 하면 조금 싱겁지 아니한가? 그러나 산이 귀한 나라에서는 이런 경치 자체가 마주 대하기 어려운 일이니 세상은 참 고르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꼭대기까지 오르니 언덕 위가 되었다. 언덕 위는 편편했다.

 

 

건너편에 '시글다 중세 성'과 '시굴다 뉴 캐슬'이 보인다. 시굴다 뉴캐슬이 지금은 시청사 비슷하게 쓰인다는 이야기를 했던가 안했던가? 아무렴 어떠랴?

 

 

언덕 위에도 물길이 있고 도랑이 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우리는 나무 다리를 건너갔다. 

 

 

 곧 이어 도보와 자전거로 오를 수 있는 길과 마주쳤다.

 

 

재미있는 곳이다.

 

 

아깝다. 이런 데서는 반드시 자전거를 타봐야하는데....

 

 

조금 더 걸어나가자 우리들 눈앞에 목조주택이 나타났다. 나는 마을을 향해 걸어갔다.

 

 

목조주택이 언덕 위 도로가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런데 집들의 규모나 꽤 크다.

 

 

가옥마다 2층은 기본인가보다. 2층 난간에 위성 안테나가 달려있었고 아래위층 창틀은 현대식으로 개조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벽체는 돌이었다. 벽돌 가에 돌을 붙인 모양이다.

 

 

겨울이 길고 추운 나라에서는 벽체가 두텁고 튼실해야한다. 현지인들도 그런 면에서는 바보가 아닐 것이다.

 

 

할머니 두사람이 나그네에게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런 풍경이야말로 라트비아의 진정한 참모습이 아닐까 싶다.

 

 

여행은 잘 꾸며진 관광지로만 다닐 가능성이 높기에 좋고 모두들 아름다운 것만 보고 돌아올 것이다.

 

 

어떤 나라의 실상을 알아보려면 도시 변두리에 가봐야하고 시골에도 산촌에도, 어촌에도 가봐야한다. 산에도 가야하고 들에도 해변에도 발걸음을 디뎌보아야한다.

 

 

사람들도 다양하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봐야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배낭여행이랍시고 직접 돌아다녀보아도 다양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기가 정말 어렵다. 여행기 속에서 내가 이렇게 여행했노라고 말할 수는 있어도, 한두번 여행하고 난 뒤 그 나라 사정을 잘 아는듯이 말하는 것은 교만의 극치에 지나지 않는다.

 

 

어린이 놀이터가 나타났다. 

 

 

습지인지 못인지 모르는 물웅덩이가 마을 한가운데 버티고 있었다.

 

 

동네 아이라고 생각되는 두명의 어린이들이 자전거를 타며 놀고 있었다.

 

 

저택을 향해 걸었더니 사각기둥처럼 보이는 건물이 나타났다. 

 

 

 가우야(=가우자) 강을 건너는 케이블카 도착점일 것이다.

 

 

크리물다 마을에 관한 안내도를 살펴본다. 우리는 지금 1번 지점 부근에 왔다.

 

 

시굴다와 투라이다, 그리고 크리물다 마을은 가우야 강을 사이에 두고 삼각형 모습을 이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발트 삼국 가운데 케이블카를 탈 수 있는 곳은 여기밖에 없다고 하던데.....

 

 

케이블카  승강장 부근에 크리물다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우리는 걸어오기를 잘했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무슨 장소든지 직접 밟아봐야 직성이 풀리는 나로서는 걸어온 것이 잘한 행동이다.

 

 

덕분에 돈이 조금 굳었다.

 

 

케이블카 부근에는 제법 너른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안내판을 자세히 살펴두는 것이 중요하지만 나는 건성으로 보는 나쁜 습관을 가지고 있다.

 

 

승용차를 몰고 온 사람들이 있기도 했다. 사람 만나기가 귀한 곳이니 처음 보는 사람도 반갑기 그지없지만 여기 사람들은 조금 무뚝뚝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어쩌면 그들도 나그네인지 모른다.

 

 

언덕 위에는 철망으로 구별된 구역이 있었다. 사유지였을까?

 

 

앞에 보이는 돌로 된 삼각형 건물은 누가 봐도 온실일 것이다. 그러니 사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나라애서 비닐하우스를 만난 것은 처음이다. 따지고보면 우리나라는 비닐하우스 천국이나 마찬가지다.

 

 

크리물다 필(pil)은 100미터 앞쪽에 있단다. pil이 저택을 의미하는지 성을 의미하는지는 아직도 잘 모른다.

 

 

나무들 사이로 흰벽을 가진 저택이 보였다.

 

 

저걸 성이라고 불러야하나 저택이라고 불러야하나? 규모가 제법 컸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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